[비즈한국]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KGM·르노코리아·한국GM)의 올해 임금·단체협상은 회사마다 결이 갈린다. 현대차는 결렬 선언 후 쟁의 수순을 검토하고, 기아는 본교섭 초반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반면 르노코리아와 KGM은 파업 없이 합의했고, 한국GM은 부분파업 상태에서 재교섭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는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정년 64세 연장과 임금피크제 조정, 주 4~4.5일제 시범,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위로금 지급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르노코리아와 KGM은 기본급·PI 등 보상체계 조정에 초점을 맞춰 타결했고, 한국GM은 기본급 14만1300원·성과급 규모와 함께 국내 투자·고용 보장을 핵심 의제로 다투는 중이다.

현대차는 6월 18일 울산공장에서 상견례를 시작으로 17차례 본교섭을 이어왔지만, 8월 13일 노조가 공식적으로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쟁의 수순 논의에 착수했다.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전년 순이익의 30% 수준 성과급과 상여 900% 상향, 정년 64세, 주 4.5일제, 통상임금 확대와 조합원 위로금(약 2000만원)을 요구한다. 정년·근로시간·통상임금 확대는 세대고용·생산성·기업비용 논쟁을 동시 촉발시키는 사회적 쟁점이다. 회사는 관세와 수요 둔화로 수익성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하며 2분기 실적 둔화를 근거로 제시했다. 파업권 확보 여부에 따라 7년 무분규 흐름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아는 8월 12일 1차 본교섭 상견례로 본협상에 돌입했다. 노조 요구안(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정년 64세·주 4~4.5일제, 통상임금 관련 위로금 약 2000만원)은 현대차와 궤를 같이한다. 회사는 2분기 매출이 확대됐지만 관세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위축됐다고 밝히며 하반기 만회와 북미 현지화 조정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판매 호조로 ‘톱라인’은 방어 가능하나, 관세 체제 하에서 마진 압박이 지속되면 성과급·근로시간 의제에서 사측 양보 폭이 제한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협상 향배가 기아 교섭에도 연동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KGM(케이지모빌리티)는 대조적이다. 6월 상견례 이후 7월 30일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고, 31일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 64.5%로 가결시키며 2010년 이후 16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기록했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5000원 인상과 PI 등 총 350만원 지급, 미래 신차·신사업 추진 협력이 담겼다. 대외 변수 속에서도 조기 타결로 생산 안정성을 확보하며 하반기 내실 다지기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5사 중 가장 먼저 타결했다. 4월 상견례로 시작한 교섭은 7월 22일 9차 본교섭에서 잠정 합의에 이르렀고, 25일 사원총회 과반 찬성으로 확정됐다. 기본급 10만3500원 인상, 타결 일시금 250만원, 변동 PI 150%가 골자이며, 타결 한 달 내 ‘노사공동 인사제도 개선위원회’를 가동해 임금구조·근무환경 개선에 나선다. 대형사 난항과 달리 무분규·조기 타결로 비교우위를 확보, ‘그랑 콜레오스’ 등 신차 프로젝트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GM은 난항이 이어진다. 5월 말 첫 교섭 이후 6~7월 협상에도 접점을 찾지 못했고, 7월 10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여름휴가 이후 8월 18일 재교섭이 예정돼 있지만 쟁의권은 이미 확보된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 격려금·성과급 상향, 국내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반면, 회사는 기본급 6만 300원 인상과 일시·성과급 총 1600만 원 안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 유휴자산 매각 방침이 불거지며 ‘철수설’이 재점화된 점도 부담이다. 북미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 탓에 관세·환율 등 대외 변수의 파급이 크고, 국내 생산·투자 약속의 가시성이 협상 향방을 가를 관건으로 꼽힌다.
올해 협상 지형을 바꾼 건 무엇보다 미·한 관세 이슈다. 정부 발표 기준 7월 말 합의로 자동차·부품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졌지만, 기존 FTA 기반의 무관세 환경과 비교하면 비용 부담은 뚜렷해졌다. 일부 업체는 2분기 실적에서 관세 영향액을 별도로 설명하며 보수적 경영 기조를 강조했다. 이 변화는 성과급 총액, 근로시간 단축, 국내 물량 보전 등 주요 쟁점에서 사측의 ‘현실적 한계’를 규정하고 노조의 전략에도 변수를 던졌다.
현대차·기아는 정년·근로시간·통상임금이라는 구조적 의제가 관세·수요 둔화라는 대외 변수와 정면 충돌하는 구도다. 현대차가 결렬을 선언한 만큼 쟁의 수순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기아는 현대차 결과에 따라 협상 전개가 달라질 수 있다. 르노코리아와 KGM은 무분규·조기 타결로 생산 안정성을 우선 확보했지만, 관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의 간접 영향은 피하기 어렵다. 한국GM은 ‘철수설’ 재점화와 파업이라는 이중 부담 속에서 8월 재교섭이 분수령이다.
업계 전반으로 보면 성과급 총액 재설계, 근로시간 유연화, 국내 물량 보전과 북미 현지화의 ‘패키지 딜’이 현실적인 해법으로 부상한다. 관세·환율·수요의 3중 변수 속에서 누가 위기를 순조롭게 돌파할지, 누가 새 변곡점을 맞이할지, 하반기 협상장과 실적 발표가 그 답을 쥐고 있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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