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는 1호 사건으로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을 낙점했다. 자본시장 업계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삼부토건이 다른 ‘정치 테마주’마다 올라타며 주가가 급등했었기에 ‘기소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100만 원 참가비 내고 우크라 테마주 편승?
지난 2023년 5월 14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해병대 관련된 이들이 있는 카카오톡 방에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음날인 5월 15일 삼부토건의 주가는 1013원. 하지만 일주일 후 폴란드-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삼부토건이 참석했고, 이후 삼부토건 주가는 우크라 테마주에 편승되며 두 달 만에 5500원까지 치솟았다.
특검은 이 전 대표를 일단 주목한다. 이 전 대표는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 측에 우크라이나 관련 사업에 대해 보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포럼 현장에서 우크라이나 지방정부, 기업들과 체결한 MOU와 관련해 이 전 대표가 작성된 보도자료 등도 확보한 상태다. 이 전 대표가 계약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삼부토건을 의도적으로 우크라 테마주에 편승시키기 위해 포럼 참석을 계획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전 대표가 이른바 ‘주포 세력’이었을 가능성을 주목하는 것이다.
당시 포럼을 주최한 국토교통부 등도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2023년 5월에 열린 폴란드-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참석해 국내 기업들을 홍보했다. 이 포럼은 국내 민간 기업도 1인당 참가비 100만 원만 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행사였지만, 특검은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원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폴란드 포럼 참석을 이 전 대표 등이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조 전 회장 측의 부당이득 추산 규모를 보수적으로 봐도 29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 4월 조 전 회장 등을 부정거래행위금지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할 당시 추산한 삼부토건 조가조작 의혹 부당이득액 660억 원보다 적은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시절, 동생 영입해 주가 급등
삼부토건이 ‘정치 테마주’에 편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에는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동생 이계연 씨를 신임 사장으로 영입했다. 회사 측은 이 씨가 노사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해 갈등을 봉합하고 경영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당시 시장은 ‘테마주 편승’ 시도를 의심했다.
실제로 삼부토건은 무자본 M&A의 대상이 되어 새로운 주인들을 맞이하다가 주가가 500원도 안 되던 상황에서 조성옥 씨가 회장이 된 뒤 이낙연 테마주에 편승했다. 서서히 오르던 주가는 이계연 씨가 대표이사에 취임한다는 공시가 나온 이후 6000원을 돌파하며 1500% 넘게 상승했다. 당시 삼부토건은 주가조작 의혹에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삼부토건이 비슷한 시기 발행한 전환사채(CB)에 상상인그룹이 투자 참여를 하는 등 당시 시장에서 ‘전형적인 주가조작 레퍼토리’에 해당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자본시장 투자업계 관계자는 “2020년대 초반은 정치 테마주에 편승하는 게 돈도 가장 덜 들고 금융당국의 조사로부터 가장 자유롭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어느 정치인의 대학 동기, 고등학교 동기라는 이유만으로 정치 테마주가 만들어지던 시기라 삼부토건의 ‘정치인 동생 영입’도 말이 많았다. 결국 우크라이나 테마주에 올라탄 것도 ‘테마주 바꿔타기’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특검은 지난 3일 삼부토건 본사와 함께 삼부토건 최대주주였던 디와이디 및 디와이디에 주식을 판 이석산업개발 등 회사 여섯 곳, 이응근 전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의 주거지 일곱 곳을 압수수색했다. 삼부토건 회사를 인수한 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한 과정을 확인하고 우크라이나 테마주 편승 과정에 이종호 전 대표와의 공모 여부, 김건희 여사 및 윤석열 정부 측과의 교류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선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인 테마주나 정책에 따른 테마주들이 생기는데 신사업 진출이나 임원 영입 등을 이유로 테마주에 두 곳 이상 이름을 올린 상장사는 일단 의심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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