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면세업계의 불황 속에서 HDC신라면세점이 시내면세점 특허를 갱신했다. HDC신라면세점은 이번 특허 연장을 계기로 실적 회복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HDC신라면세점에 입점했던 브랜드들이 줄줄이 매장을 빼면서, 시장에서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화장품 매장 곳곳이 비어
18일 관세청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는 HDC신라면세점이 신청한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 갱신 안을 의결했다. HDC신라면세점의 면세사업 특허권은 12월 만료 예정이었으나, 이번 갱신 평가 통과로 5년 후인 2030년 12월까지 서울 시내면세점 운영을 이어가게 됐다.
HDC신라면세점은 특허 연장을 계기로 재도약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용산의 주요 글로벌 관광·쇼핑 거점으로 자리매김해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장기 불황 속에 시내면세점 전반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HDC신라면세점 역시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찾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의 HDC신라면세점은 전반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국내 시내면세점 중 유일하게 관광버스 100대 이상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주차 인프라를 갖췄으나, 정작 단체 관광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화장품 매장이 모인 3층 분위기는 한층 썰렁했다. 최근 이솝, 엘리자베스 아덴, 아이오페, 포레오 등 다수 브랜드가 매장에서 철수하면서 면세점 곳곳이 비었다. 빈 점포 앞에는 ‘온라인 면세점에서 구매를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고, 빈 매장 공간은 고객들이 짐을 정리하거나 라이브 방송을 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5월에도 한 차례 대규모 뷰티 브랜드 이탈을 겪었다. 로레알TR(면세) 부문이 면세사업을 축소함에 따라 비오템옴므, 어반디케이, 슈에무라 등 주요 브랜드가 HDC신라면세점에서 잇달아 매장을 정리한 것이다. 이후에도 브랜드 이탈 흐름이 이어지자 업계에서는 HDC신라면세점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 브랜드의 경우 서울 시내면세점에서 매장 철수를 결정한 곳은 HDC신라면세점뿐이다. HDC신라면세점의 매출 규모가 다른 시내면세점에 비해 떨어지다 보니 브랜드 퇴점 속도가 빨라지는 분위기”라며 “브랜드 이탈이 계속되면 시장 입지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HDC신라면세점 측은 신규 브랜드 입점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 전반에서 면세사업 축소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브랜드 자체 사정으로 시내면세점 매장을 철수하려는 경우가 많다. 현재 비어 있는 매장은 향후 신규 브랜드로 순차적으로 채워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종자본증권 반복 발행, 재무 부담 우려도
HDC신라면세점은 2015년 HDC와 호텔신라가 50%씩 출자해 설립한 합작 시내면세점이다. 당시 정부가 15년 만에 시내면세점 3곳을 신규 허가하기로 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공동 법인을 세운 뒤 특허를 획득해 운영을 시작했다.
2016년 면세점 운영을 시작하고 이듬해인 2017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에는 매출 7694억 원, 영업이익 108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면세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HDC신라면세점도 2020년 적자로 돌아섰다. 2020년 매출은 37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고, 영업손실 274억 원을 기록했다.
이즈음 HDC신라면세점과 함께 2015년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던 다른 사업자들은 잇따라 시장에서 철수했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63은 2019년 실적 부진으로 영업을 종료했고, SM면세점도 지속되는 적자 끝에 2020년 서울 시내면세점 운영을 중단했다.
반면 HDC신라면세점은 현재까지 사업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 HDC신라면세점의 영업손실액은 2021년 380억 원, 2022년 292억 원에 이어 2023년 29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204억 원의 적자를 냈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HDC신라면세점은 자금 조달 수단으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에 점차 의존하는 모습이다. 2021년 300억 원을 시작으로 2023년 565억 원, 2024년 650억 원으로 발행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달에도 150억 원 규모를 추가 발행하며 올해만 네 차례에 걸쳐 총 300억 원을 조달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이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부채비율이 낮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최근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도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 다만 업계에서는 HDC신라면세점의 영구채 발행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는 데 대해 우려를 보낸다.
신종자본증권은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가 높은 만큼 이자 부담이 장기간 누적될 수 있고, 반복 발행이 이어질 경우 재무 구조가 오히려 취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본질적인 수익성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장기적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HDC신라면세점의 재무 건전성과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올해 매출 흐름이 개선되는 추세”라며 “내년에도 환율 등 대외 변수로 면세업황이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렵겠지만, 점진적 개선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의 선호도가 높은 K패션 중심으로 브랜드 유치를 확대해 패션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실적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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