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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가상자산 '보릿고개' 버티면 좋은날 다시 온다

AI로 글로벌 자금 이동…가상자산, 조정에도 여전히 투자 유망

2025.11.24(Mon) 13:59:33

[비즈한국] 최근 글로벌 자금의 흐름이 나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이끌며 자금을 빨아들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가상자산이 반감기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AI(인공지능)와 반도체 기업에 투자가 몰리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가상자산 자체의 잠재력이 있는 만큼 자금 변동성이 해소되면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생성형AI

 

우리은행에 따르면 AI 투자를 주도하는 빅5 기업(MS·알파벳·아마존·메타·오라클)의 자본지출(CAPEX)은 지난해 3666억 달러(542조 원)에서 내년 5000억 달러(738조 원)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대비 내년 증가율로 따지면 36%에 이르며, 내년 투자금액은 우리나라 1년 정부 예산에 달하는 규모다. 기업들은 GPU 확보, 전력망 확충, 데이터센터 증설 등 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AI에 대한 투자는 이제 경기 사이클에 좌우되는 선택적 투자가 아니라 필요에 의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초대형 투자 흐름은 자연스럽게 가상자산 시장에는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약세의 배경은 기술 결함이나 규제 충격이 아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9월까지 가상자산 시장은 비트코인 반감기 효과와 트럼프 대통령의 친 가상자산 정책, 디지털 자산 재무기업(DAT)의 적극적인 매수세,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상승 구조를 형성했다”면서 “최근 들어 이 5가지 축이 모두 제약을 받기 시작하며 약세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거시 유동성 환경도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재무부 일반계정(TGA) 잔고가 9400억 달러(1387조 원)까지 급증하면서 단기 유동성이 빠르게 빨려 들어갔다. 여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12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한 달 새 98.9%에서 33.7%로 추락했다. 달러는 곧바로 강세로 돌아섰고, 이는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 압력을 높였다. 실적 같은 객관적 수치보다 기대나 심리에 의해 더 크게 움직이는 자산인 비트코인·알트코인 등이 먼저 하락 압력을 받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투자 심리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등장했다.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최근 비트코인을 일부 매도해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실물 자산에 투자한 것이다. 비트코인 장기 강세론자인 그가 단기적으로는 ‘현금흐름 우선’을 택한 점은 시장 전반에서도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반면 AI 인프라 투자는 단순한 기업 전략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전력망 확충, 데이터센터 인허가, GPU 공급망 재편까지 정책이 결부돼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큰 코인보다 확실한 성장을 향해 질주하는 AI 섹터에 자금을 싣는 것이 더 자연스런 선택이 된 셈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AI 관련 투자가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IT 과잉 투자에 직면한 2000년이 아니라 1995~1996년 수준에 가깝고, 하이일드 채권 만기도래는 2028년 전후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AI 위주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가상자산의 구조적 매력이 약화된 것은 아니다. 양현경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특정 국가의 통제나 검열로부터 자유롭고, 예측가능한 공급량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투자포인트”라고 말했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면은 보릿고개이지만, 연말연초에 미국의 클래리티법(CLARITY Act·시장구조 법안) 통과 가능성이 부각된다면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정부가 대다수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간주하려 했던 반면, 클래리티법이 통과되면 요건을 충족하는 가상자산은 증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사업 전개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결국 AI라는 초대형 투자처가 등장하면서 글로벌 자금의 우선순위가 재편된 것이지, 가상자산의 잠재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변동성의 끝에서 다시 기회가 열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AI 열풍의 그늘에서 가상자산이 어떤 방식으로 귀환할지를 주목하는 일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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