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로젠택배 이용자 사이에서 ‘이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신규 전산 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잇따라 전산 마비가 발생하면서 서비스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8월에도 신규 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해 시스템 도입을 보류한 바 있는데, 3개월 만에 같은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로젠의 IT 인프라와 운영 체계 전반을 둘러싼 의구심이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3개월 만에 또, 자영업자들 부글부글
24일 온라인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로젠택배 전산 시스템이 먹통 되며 택배 발송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 자영업자는 “로그인 하는데 접속 대기자가 5000명이 넘어가고, 겨우 접속이 됐지만 시스템이 멈춰 버렸다”며 “오전 9시부터 접속해 기다리다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송장을 출력했다”고 토로했다.
로젠은 이날 택배 서비스에 기존 전산 시스템을 대체할 웹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했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해 송장을 출력하던 것에서 웹사이트에 접속해 송장을 발행하는 것으로 운영 정책을 전환한 것. 현재 CJ대한통운이 운영하고 있는 방식과 동일하다.
문제는 웹사이트로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발생했다. 접속 지연과 사이트 마비가 이어지며 송장 출력·택배 접수 등의 핵심 기능이 전면 중단됐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접속이 안 된다”, “송장 출력이 몇 시간째 지연된다”, “집단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등의 불만 글도 온종일 쏟아졌다.
로젠 측은 이날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공지사항을 통해 “네트워크 과부하로 인한 시스템 접속 및 화면 로딩 오류”라며 “웹 기반 시스템의 특성상 네트워크 과부하의 영향이 프로그램 전체 메뉴의 로딩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트워크 과부하의 주원인인 시스템 접속자 대기열의 수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나 이용자들 사이에서 원성이 커진 것은 같은 문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로젠은 지난 8월에도 새 시스템 교체를 시도했으나, 전국적인 접속 장애가 발생해 전환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당시 로젠 측은 사과문을 공지하고 신규 시스템 도입을 잠정 보류했다. 사과문을 통해 ‘문제점을 면밀히 점검하고 철저한 점검을 통해 시스템 재오픈 일정을 다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개월 만에 다시 도입한 새 시스템에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이용자 사이에서는 로젠 내부의 기술 역량과 검증 절차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일부 이용자들은 로젠택배의 시스템 안정성을 더는 신뢰하기 어렵다며, 다른 택배사로의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반응도 보인다. 로젠 측에 이번 시스템 장애와 관련해 “현재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합병 전 무리한 시스템 전환? 코웰 “현재 업무 교류 없어”
로젠은 12월 1일 합병을 거쳐 코웰패션의 물류·운송 사업부로 편입된다. 코웰패션은 9월 로젠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코웰패션은 2021년 온라인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로 약 3400억 원을 투자해 로젠 지분 100%를 인수했다. 코웰패션은 이번 합병 목적에 대해 ‘경영 효율화’와 ‘사업경쟁력 강화’를 내세웠다. 코웰패션 측은 “로젠과 합병 이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코웰패션은 대명화학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캘빈 클라인, 엠포리오 아르마니, 아디다스, 푸마 등 글로벌 브랜드의 속옷과 스포츠웨어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패션사업부를 인적분할해 신설 법인 폰드그룹을 설립했고, 현재는 전자부품과 물류·운송(로젠택배)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산 시스템 장애가 합병 직전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각에서는 로젠이 합병 전 새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통상 신규 시스템 전환 직후에는 한동안 오류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책임 소재가 로젠 법인에 있을 때 전환 작업을 마무리하려 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에 대해 코웰패션 측은 “로젠과 현재 업무상 교류가 전혀 없다”며 이 같은 추측을 부인했다.
현재 코웰패션에서 로젠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코웰패션의 올해 상반기 사업 부문별 실적을 보면 운송사업부문 매출액이 3404억 6800만 원으로 전체 매출의 88.7%를 차지한다. 사실상 로젠 실적에 의해 코웰패션의 성과가 좌우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로젠택배의 전산 시스템 문제 역시 코웰패션의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스템 장애로 이용자 이탈이 발생하거나 배송 지연 등으로 거래처 신뢰도가 떨어질 경우 로젠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코웰패션의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웰패션 관계자는 “로젠과 사무실도 전혀 다르고, 업무를 같이 하는 상태가 아니라 내부 시스템이나 업무 상황을 공유받지 않는다”며 “서류상 합병 절차만 진행 중일 뿐, 이번 장애 역시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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