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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재계 대표' 삼성카드 원기찬 vs 현대카드 정태영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 30년 경력…정태영, 정몽구 회장 사위로 승승장구

2018.06.08(Fri) 11:02:03

[비즈한국] 세계 최초의 신용카드는 미국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가 1950년 만든 ‘다이너스클럽 카드’인 것으로 전해진다. 1958년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카드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후 신용카드는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이후 우후죽순 카드사가 생기면서 신용카드 열풍이 불었다. 이제는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치고 카드가 없는 사람을 찾는 게 힘들 정도다. 하지만 카드 빚 문제나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왼쪽)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각 사


국내 재계서열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각각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를 통해 카드 사업을 영위한다. 일반 대기업 계열 카드사 중에서는 단연 대표주자로 꼽힌다. 이들은 매년 수천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실적에 기여하지만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잊을 만하면 매각설에 휩싸이기도 한다.

 

# ‘인사통’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1960년생인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대신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졸업 후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1995년 삼성전자 인사팀 차장을 거쳐 1996년 삼성전자 북미총괄 인사팀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그는 2002년 삼성전자 북미총괄 경영지원팀담당 부장 상무보, 2005년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인사팀 상무, 2006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인사팀 상무, 2009년 삼성전자 DMC부문 인사팀 상무, 2010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 전무, 2011년에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 부사장에 올랐다. 삼성전자 인사팀에서 직장생활 대부분을 보낸 셈이다.

 

원 사장은 2013년 12월 삼성카드 사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인사팀장을 맡으면서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핵심인력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을 선도해왔다”며 “삼성전자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삼성카드에 접목시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 사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 2020년 3월까지 삼성카드 대표이사를 맡는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삼성전자 인사팀에서 직장생활 대부분을 보냈다. 금융권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어 삼성카드 사장에 취임할 때 의아하게 보는 시각도 있었다. 사진=삼성카드


원 사장이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는 디지털이다. 2016년 4월, 원 사장은 신용카드 모집인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하고 카드 발급도 24시간 365일 체제로 바꾸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한 회원 맞춤형 서비스 ‘링크’를 출시했고 전자고지결제업을 통한 아파트 관리비 카드 납부 서비스도 실시했다.

 

디지털에 대한 원 사장의 의지는 삼성카드 홈페이지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CEO 인사말을 통해 “독창적인 아이디어, 디지털 기술, 빅데이터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겠다”며 “고객, 가맹점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거래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카드는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활용하면 핀테크(금융과 IT가 결합한 서비스) 시장에서 타사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일례로 ‘삼성 리워즈 체크카드’는 삼성페이를 이용할 시 0.2%의 삼성 리워즈(삼성페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 또 ‘​삼성페이 삼성카드 & 포인트’라는 삼성페이 특화용 카드를 만들기도 했다.

 

원 사장의 의욕적인 모습과 별개로 삼성카드는 수차례 매각설에 휘말렸다. 2015년 말 중국 안방보험이 삼성카드를 인수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소문까지 돌았다. 2016년 초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가진 삼성카드 지분 전량(37.45%)을 매입하면서 매각설은 잦아들었다.

 

실적 상승도 타사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는다. 삼성카드의 2017년 영업수익(제조업의 매출에 해당)은 3조 9000억 원으로 2014년 3조 5218억 원과 비교해 10.7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가 4조 5968억 원에서 5조 1972억 원으로 13.06%, 현대카드가 2조 6180억 원에서 3조 208억 원으로 15.39%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낮은 편이다.

 

원 사장은 대학 시절 다양한 경험을 우선시한 듯하다. F학점을 받기도 했고 당구에도 푹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학가요제에 출전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많아 2012년 경북대학교 강연에서 기타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가요제에서는 20팀 중 20등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 ‘예술계에서 주목’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1960년생인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서울대학교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다. 이후 19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에 입사,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도쿄 지점장과 샌프란시스코 지점장을 거쳐 기아자동차 구매총괄본부장을 지냈다. 그는 2003년 현대카드 부사장으로 선임돼, 그해 10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15년 5월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현대캐피탈과 현대커머셜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종로학원을 설립한 정경진 원장의 아들​인 정 부회장은 1985년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차녀 정명이 현대커머셜 커머셜부문장과 결혼했다. 즉 정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사위로, 빠른 승진의 배경이기도 하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특이하게도 예술계에서 주목받는 CEO다. 그렇다고 그의 경영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사진=현대카드


젊은 세대는 정 부회장 하면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떠올린다. 정 부회장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23회의 내한공연을 기획 및 진행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에는 비욘세, 빌리 조엘, 에미넴,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등 쟁쟁한 뮤지션이 참여해 음악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 정 부회장은 2011년 ‘컬쳐프로젝트’라는 문화사업을 시작했고, 2016년에는 음반 전문 매장을 이태원에 개점하는 등 문화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인다.

 

정 부회장은 프로배구단인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구단주도 맡고 있다. 2013년에는 배구팀 클럽하우스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를 개장해 천안시 건축문화상 금상을 수상했다. 그 덕택인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2016-2017 시즌 우승, 2017-2018 시즌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그의 문화 사업에서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17년 8월 컬쳐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린 아리아나 그란데 내한공연에서 VIP 티켓을 구입한 관객이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 당시 VIP 고객에게 미트 & 그리트(Meet & Greet, 팬미팅), 우선입장 등의 혜택을 약속했지만 아리아나가 지각해 미트 & 그리트와 우선입장 중 하나를 고르라고 통보했다. 주최 측의 실수로 우선입장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현대카드는 “VIP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식 사이트 내 팬 페이지를 통해 판매된 것으로 현대카드는 아티스트의 권리를 존중하고자 판매 및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구매한 팬이 약속한 혜택을 제공받지 못한 점에 대해 주최자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 부회장은 경영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카드(당시 다이너스클럽 코리아)를 인수할 때 시장 점유율은 업계 최하위권이었지만 2017년 15.0%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신한카드(22.7%), 삼성카드(19.6%)에 이어 업계 3위 수준이다.

 

카드업계에서는 현대카드의 성장 배경으로 디자인을 꼽는다. 현대카드는 카림 라시드, 레옹 스탁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카드 디자인을 맡겼다. 카드 옆면에 색깔을 넣은 ‘컬러코어’ 디자인을 업계 최초로 출시했고, 미니카드, 메탈카드 등 새로운 디자인의 카드를 끊임없이 개발해왔다.

 

정 부회장은 신사업 진출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현대캐피탈은 ‘딜카’ 서비스를 통해 차량공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지난 5월, 현대캐피탈과 KT는 ‘인공지능 기술 활용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단말기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2015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사무소를 여는 등 해외 진출에도 활발한 모습이다.

 

정 부회장은 그의 SNS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은 타깃이 주로 국내이면서 국내 시장은 어중간하게 작아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며 “잠재적 바이어가 국내 몇 대기업뿐이기에 엑시트(투자 후 자금 회수) 시의 가치도 이스라엘에 비해 한국 스타트업이 무척 낮다고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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