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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노사 협상 협상 어쨌기에 2년 만에 총파업 예고하나

주 52시간 근무·임금피크제 등 입장차 커…파업 찬반투표 앞두고 기싸움도 치열

2018.07.20(Fri) 15:04:48

[비즈한국]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다. 현실적인 대안부터 찾아야한다.”(사용자협의회 관계자) vs “그동안 지적돼 온 문제들을 협상 안건으로 올렸을 뿐이다. 한 건도 수용하지 못한다며 반대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금융노조 관계자)

 

금융권 노사가 주 52시간 근무제와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금융노조는 전체 조합원 의견을 물어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 총파업이 성사되면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벌였던 2016년 9월 이후 2년 만이며 금융 역사상 4번째 총 파업으로 기록된다.

 

지난 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3차 조정회의를 끝으로 교섭을 중단했다. 중노위는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조정안 제시가 어렵다며 조정중단 결정을 내렸다. 금융노조는 중노위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금융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상 결렬에 따른 후속조치로 9월 중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2016년 9월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 사진=임준선 기자

 

금융권 노사는 지난 4월부터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을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줄곧 평행선을 달려왔다. 상견례를 시작으로 3개월여 간 실무자 교섭 14회, 임원급 교섭 3회, 대대표 교섭 4회, 대표단 교섭 4회 등 총 25회 교섭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마지막 단계였던 앞서의 중노위 조정은 지난 6월 18일 신청했고 총 3차례 회의가 진행됐다.

 

노사 교섭 초기엔 기대감이 높았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논의된 안건에 대해 양측이 큰 틀에선 공감대가 형성됐고, 김태영 사용자협회 회장(은행연합회 회장)과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이 농협 출신으로 친근한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합의가 쉽지 않은 안건들이 협상 테이블에 오른 건 사실이지만, 이번엔 노사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총파업이 예고된 만큼 노조든 사측이든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 주52시간 근무제, 임금피크제 두고 의견 크게 엇갈려

 

노사 의견이 엇갈리는 대표적인 쟁점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다. 금융권은 사실 내년 6월까지 근무제를 도입을 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들은 지난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시행해야 했지만, 은행·증권사 등 금융권은 특례 업종으로 분류돼 내년 7월 이후 시행으로 1년 유예기간을 받아서다. 

 

그런데도 올해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올린 배경엔 자의와 타의가 반반씩 섞여있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 지난 4월 은행장들을 만나 은행권이 모범을 보여 달라며 ‘조기 도입’을 요청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움직임이 있었고, 금융노조도 조기 도입 시기를 7월로 추진했다. 금융권 안팎의 흐름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준비 작업에 나섰다.

 

협상 과정에서 노사는 근무제 연내 도입에는 공감했지만, 인사·예산·정보기술(IT) 등 20여 개 예외 직무를 두고 부딪쳤다. 감사와 재무, 인사 직무는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고, IT와 홍보, 해외사업부 등은 당장 근무 시간 조정이 쉽지 않다. 금융노조 측은 “예외직무 없이 모든 직무에서 일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사측은 “예외로 분류된 직무들은 현실적으로 주 52시간 근무가 불가능하다”며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근로시간을 단축하자고 맞섰다.

 

임금피크제도 핵심 쟁점이다. 이 안건은 양측 견해차가 극명히 갈린다. 금융노조 측은 정년을 연장하고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늦추자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정년을 현재 만 60세에서 63세로 늘리고, 만 55세인 임금피크제 시행 연령을 만 58세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은 선택지가 두 개다. 퇴직하거나 매년 삭감되는 임금을 받는 것”이라며 “현재 만 55세직원은 63세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이들이 회사를 떠나면 8년 정도를 수입 없이 버텨야 한다. 퇴직시기와 국민연금 수령시기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밥그릇 챙기기란 지적이 나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가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만큼 정년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욕심이 지나치다고 단정하기엔 사회 변화 속도가 빠르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사측은 정년을 연장할 경우, 인사 적체가 심화된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사용자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은 희망퇴직을 통해 수년간 직원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중간 관리자가 많은 구조”라며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희망퇴직을 사실상 독려하는 것과도 부딪힌다. 희망퇴직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이 신청하는데, 정년이 늘어나면 신규 채용을 늘릴 여력이 동시에 줄어든다. 정년 연장이나 임금피크제에 대한 노조 안은 현실적으로 수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금융노조는 노동이사 선임 등 노동자 경영 참여, 국책금융기관 노동개악 철폐, 양극화 해소,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성과주의 강화 금지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금 인상률은 노측이 4.7% 인상을, 사측이 1.7%를 제시했지만, 올해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이 2.6% 수준이라 이 부분은 양측이 합의할 여지가 남은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융권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교섭이 중단됐다. 금융노조 측은 이번 총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 “협상의지 없어​ vs ​무리한 요구 수용 불가​ 총파업 초읽기

 

협상이 난항을 겪은 이유는 의견차이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노조 측은 사측의 ‘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금융노조의 다른 관계자는 “은행장들이 참여하는 대표단 교섭부터 문제가 있었다. 상견례만 하고 헤어지거나 각 은행 실태조사 결과만 통보하고 안건 수용이 어렵다는 말만 남겼다. 실무단 역시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일관했다. 시간만 보냈을 뿐 논의나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사측이 협상 의지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앞서의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노동이사 선임은 경영진이 아니라 주주들이 결정할 내용이다. 근로시간 단축 안건에서도 점심시간 전 직원 식사를 위해 은행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직장인 등 고객 입장에서도 반길 수 없는 내용”이라고 항변했다.

 

금융노조는 오는 8월 7일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9월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융노조 측은 이번 총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성과연봉제 등 정부와 갈등을 빚고 진행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정부가 아닌 사측이 대상인 데다 앞서 채용비리 등의 사태로 내부 불만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2015년, 2016년 총파업 찬반 투표는 모두 95%이상의 찬성표가 나왔다. 반면 사측은 총파업이 진행돼도 혼란은 적을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보다 비대면 거래가 늘었고 핵심 쟁점이 은행에 집중된 측면이 있어 참여도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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