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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위 사라진 헌법재판소 가보니…낮에는 오버투어리즘, 밤에는 적막

북촌 한옥마을로 이어지는 길 외국인들 북적…주민 보호 위해 5시 통행 제한하자 상권 침체

2025.07.03(Thu) 16:40:08

[비즈한국]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인용된 지 세 달이 되었다. 파면 이후 이재명 정부 출범도 한 달째다. 탄핵 심판과 그로 인한 찬반 시위로 인해 불편을 겪었던 헌법재판소 인근 상권은 현재 어떤 모습일지 비즈한국이 취재했다.

 

안국역 주변은 평일임에도 사람이 붐비는 모습이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 내리자 한국인보다도 더 많아 보이는 외국인들이 역을 오가고 있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 관광지답게 무더위에도 한복 체험을 하는 외국인들이 연신 손부채를 부쳤다.

 

안국역에 온 외국인 관광객들은 골목의 카페와 식당 주변에 들어차 있었다.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 관광지답게 중국인과 일본인을 비롯해 유럽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안국역부터 헌법재판소, 정독도서관으로 이어지는 길은 북촌 한옥마을로 잘 알려진 동네다. 헌법재판소와 재동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미술관, 카페, 레스토랑과 한옥들이 자리 잡은 상권은 삼청동과 감사원까지 이어진다. 이 인근은 지난 4월 탄핵심판 선고 당시 이른바 “진공 지대”로 설정됐다.

 

7월 1일 헌법재판소 앞. 경찰 버스와 차단벽, 경찰관들은 보이지 않았다. 각종 플래카드와 시위자도 사라지고 정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사진=이동영 인턴기자


헌법재판소 앞은 한산했다. 탄핵 심판 기간 동안 1인 시위자나 과격한 구호를 건 피켓이 쉽게 보였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시위대도, 피켓도 보이지 않았다. 도로 양쪽을 완전히 막아섰던 경찰관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경비원 한 명이 서 있을 뿐이었다. 헌법재판소 정문은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을 만큼 활짝 열려있었다.

 

#탄핵 심판 기간 줄었던 관광객들, 다시 안국역으로

 

“외국인 관광객 분들이 많이들 무서워하셨죠. 이게 대체 뭐냐고…” 북촌 인근 관광안내소 관계자 A 씨가 전했다. 헌법재판소 인근에 삼엄하게 경찰들이 깔려있어 해외 관광객들이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탄핵 정국이)끝나고 정치적 안정을 되찾으며 다시 관광객이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마찬가지다. 그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안국역 인근 상권은 탄핵 정국 이전으로 돌아온 듯 보였다. 탄핵 심판이 끝난 주말부터 천천히 활기를 되찾은 상권은 평온을 되찾았다고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소비 심리가 개선되는 영향을 받은 듯했다.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앞길뿐만 아니라 양쪽 골목에까지 들어차고 있었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상권 동쪽에 위치한 현대 계동 사옥에서 점심을 먹으러 나오는 사람들까지 겹쳐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외형적으로 활발해진 모습이었다.

 

2024년 12월부터 2025년 6월까지의 안국역 및 북촌 지역 상권의 방문객 결제 건수 및 금액 추이. 출처=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


소비 활성화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헌법재판소 상권을 포함하는 북촌 지역의 결제 건수와 금액은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건수는 10만 회 이하, 금액은 20억 원 대로 급감했다. 그러나 탄핵 심판 종결 이후 4~5월에는 급증하면서 결제 건수는 12만 건 이상, 금액은 25억 원을 넘었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어…오버투어리즘과 양극화 

 

평일 오후임에도 안국역 인근의 인기 빵집과 카페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곳은 인스타그램 등 SNS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가게였다. 가득 들어찬 가게 앞에선 기본으로 몇십 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SNS나 유튜브 등으로 유명해진 특정 가게들은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상권 주변 주민들은 방문객들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오버투어리즘 때문이다. 안국역 인근과 북촌, 삼청동 지역은 원래부터 유명했지만 최근엔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돌아오며 더욱 인파가 많아져 시끄러워졌다.

 

“유명한 빵집, 카페나 많이 찾지…”라며 한 구멍가게 주인 B 씨는 말을 흐렸다. 그는 “입소문 난 유명한 가게는 줄을 한참 서서 기다리지만, 모든 가게가 그런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이 몰리는 일부 가게는 잘 나가지만, 힘든 가게들은 여전히 힘들다는 ‘양극화 현상’을 지적했다.

 

B 씨는 “관광객이 많아서 물가가 뛴다. 빵 몇 개 사면 만 원이 넘지 않냐”며 “한식당에서 메인 메뉴에 반찬들을 준비해 차려도 비슷한 가격이다. 커피 한 잔도 6000원이 훌쩍 넘는다. 손님들도 그렇겠지만 가게 하는 사람들도 뛰는 물가에 울상”이라고 전했다. 물가가 뛰니 임대료도 뛰고, 다시 물가가 뛴다는 것이다.

 

그러며 “정작 관광객들은 8시가 지나면 사라져서 여기는 금방 깜깜해진다”며 관광객이 많다고 꼭 상권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안국역과 북촌은 저녁과 늦은 밤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그는 전했다.

 

#안국역~북촌 이어지는 한옥마을에 ‘레드존’ 설정…저녁 장사는 울상

 

서울시 제공 업종별 실시간 상권 현황. 좌측이 안국역과 북촌 상권이고, 우측이 익선동 상권이다. 출처=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


실제로 상당수의 식당 및 카페들은 8시 반이면 마지막 주문을 받고, 9시 경이면 문을 닫는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이는 서울시의 상권분석 데이터를 확인하면 알 수 있는데, 안국역 아래로 이어지는 익선동 구역은 저녁 8~9시부터 사람이 많아지지만, 반대로 안국역은 8~9시가 되면 사람이 거의 없어진다. 가게 결제 금액이 5배에서 5~60배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종로구가 북촌 지역에 설정한 레드존 제도 때문이다. 종로구는 2024년 3월부터 북촌 지역에 대해 오후 5시 이후에는 관광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이른바 ‘레드존’ 조치를 취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방문하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앞서의 B 씨는 그럼에도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가거나,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오후 5시 이후를 막으니까 이젠 사람들이 오전부터 와서 소란이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관광객이 너무 많으니 저녁에 오는 걸 막았는데, 그럼 그거대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손해다”고 말했다.

이동영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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