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HMM(옛 현대상선) 본사 이전을 놓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HMM 본사를 부산광역시로 이전할 방침이지만 HMM 직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이런 분위기에서 본사 이전을 강행하면 이재명 대통령과 HMM 직원 간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HMM 직원 설득 여부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HMM 본사를 부산광역시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부산 지역 사회에서는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산상공회의소는 6월 11일 성명을 통해 “HMM 부산 이전은 수도권 중심 경제구조를 분산시키는 실질적 효과를 지닌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침체한 부산 경제에 청년 고용, 지역 투자, 산업 역량 강화를 통해 획기적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극항로 개척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항로란 북극해를 통한 바닷길이다. 현재는 북극항로가 개척되지 않았지만 향후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북극해 해빙이 녹으면 새로운 바닷길이 열릴 수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북극항로를 활용하면 물류비용이 기존 항로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 대통령은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전초기지로 부산광역시를 낙점했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해수부)와 HMM 본사를 부산광역시로 이전하려 하고 있다.
관건은 HMM의 협조 여부다. HMM은 사기업이므로 국회 동의 없이 본사 이전이 가능하지만 대통령실이 본사 이전을 강제할 수는 없다. 다만 HMM이 대통령실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다. 정부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이다. HMM의 최대주주는 지분 36.02%를 가진 KDB산업은행이고, 2대 주주는 지분율 35.07%의 한국해양진흥공사다. 최대주주와 2대 주주가 모두 공기업이다. HMM 이사회 선임 권한도 사실상 정부에 있다.
HMM 경영진이 본사 이전에 찬성하더라도 내부 직원 설득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다수의 HMM 직원들은 본사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HMM 육상노조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후인 6월 4일 “본사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조직 재정비에 따른 혼란 야기, 해외 신인도 저하 등으로 글로벌 해운시장 얼라이언스 재편 시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며 “정부 지분이 많다는 이유로 직원 동의를 얻지 않아도 민간 기업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상법 개정과 상충하는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HMM 노동조합은 크게 HMM 해운연합노조와 HMM 육상노조로 나뉜다. 해운연합노조원은 주로 선원으로 구성됐고, 육상노조원은 대부분 서울에서 근무하는 사무직 직원들이다. HMM 해운연합노조원은 약 600명, 육상노조원은 약 9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해운연합노조는 한국노총, 육상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다.
해운연합노조는 오히려 HMM 본사 이전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육상노조원 수가 해운연합노조원보다 많은 만큼 육상노조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 비슷한 사례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KDB산업은행 본사 이전을 추진하자 적지 않은 KDB산업은행 직원이 퇴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HMM 본사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최악의 경우 민주노총과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KDB산업은행은 수년째 HMM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HMM 육상노조의 주장대로 본사 이전 후 회사 경쟁력이 악화되거나 노사갈등이 불거지면 매각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6월 27일 ‘2025년 해운협회 사장단 연찬회’에서 HMM 이전이 “부산광역시의 해양 수도 위상이 강화된다는 상징적 의미는 있다”면서도 “해운업계 자체 활성화나 매출, 수익성 증대와 직결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HMM보다는 해수부 이전에 집중하고 있다. 해수부 이전 작업은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자가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전 후보자는 6월 25일 “HMM 구성원의 의견을 다양하게 들어야 한다”면서도 “(부산광역시를) 북극항로 시대 전략 기지 거점으로 만들어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행정 기능을 총괄하는 해수부, 사법 기능 총괄하는 해사전문법원, 경쟁력 있는 해운선사, 여기에 투자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집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HMM 매각 문제와 관련해서는 “해수부가 전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채권단과 잘 협의하겠다”라고 했다.
HMM 본사 이전 논의는 해수부 이전이 완료된 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는 이때까지 HMM 직원들을 설득하고, 매각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장관 인선이 완료된 것도 아니고, KDB산업은행장도 공석이기 때문에 내부 정리 후 HMM 본사 이전 작업에 들어갈 것 같다”며 “아직 HMM도 본사 이전을 공식적으로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사 이전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HMM은 본사 이전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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