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한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1000호를 넘었다. 7월 4일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피해자법 시행에 따른 LH의 피해주택 매입이 1043호에 달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이 3만 1437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제도는 LH가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해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구제책이다. 지난해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매입 기준이 확대됐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내놓은 ‘피해주택 매입’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세사기 대책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국토부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전세사기 피해자로 가결된 건수는 1037건이다. 지난 2023년 6월 이후 전세사기피해자법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총수는 3만 1437건이다. 이 중 내국인은 3만 968명, 외국인은 469명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을 했지만, 인정되지 않은 수는 8939건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 주요 대책은 ‘LH 전세사기 주택 매입’ 확대 방안이다. 전세사기피해자법 개정을 통해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대상을 더 확대하고, 피해자에게 최장 10년 거주하게 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이렇게 LH가 매입한 피해주택이 1000호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6월 25일 기준 피해자로부터 1만 2703건의 피해주택 매입 사전협의 요청이 들어왔고, 이 중 4819건은 매입 임대가 가능한 상황이다. 매입 불가 판정을 받은 건수는 835건이지만, 개정법 시행 전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재심사 대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법 개정 이후 매입 불가 판정을 받은 건수는 31건에 그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방식만으로는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국토부는 관련법 개정으로 피해주택 매입 실적이 증가하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매입 기준이 모호하고 공공주택 입주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이다.
지난 7월 2일 국회에서 열린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모색 간담회’에선 피해자와 전문가들이 잇따라 LH의 매입 지연과 구조적 한계를 비판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매입 대상이 된 피해자는 보증금의 평균 80%를 회복했지만, 대상에서 제외된 피해자는 회복률이 25~46% 수준에 그친다며 지원 격차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정태운 대구피해자모임 대표는 신탁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매입 기준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그 사이 강제 퇴거당한 피해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LH는 기존에 매입 대상이 아니었던 위반건축물, 신탁사기 피해주택, 선순위 임차인의 피해주택도 매입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명확한 매입 기준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외국인도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다. 이하은 경기 피해대책위 부위원장은 외국인 피해자 등은 매입 대상에서 배제돼 강제 퇴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같은 주택에서 발생한 전세사기더라도 최우선 변제금, 경매차익에 따라 피해회복율이 100%까지 차이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더라도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피해 대책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배드뱅크의 선순위 채권 매입 및 경·공매 집행 유예 △공동담보채권 매입 및 피해주택 일괄 매수 △월 주거비 지원 등 최소보장 방안 마련 △전세대출 원금 탕감 및 임대인 파산으로 보증금반환채무 면책 시 전세대출 면책 등 방안이 제기됐다.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제도에 공통으로 제기되는 문제점은 구제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비즈한국에 “전체 피해자는 3만 명이 넘는데 매입이 완료된 건 1000호에 불과하다. LH가 작년 11월부터 매입을 시작했지만, 매입 조건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매입 대상이 안 되는 주택이 많다. 매입된 1000호 중 신탁 사기 주택은 0건이다. 작년에 이미 우려가 나왔던 부분이고, 매입 대상을 확대했어도 여전히 불법 건축물, 신탁주택 등은 매입하기가 쉽지 않다. 권리관계가 복잡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매입 대상으로 선정되더라도 실제 매입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박효주 팀장은 “피해자들이 매입 신청을 하면 LH 직원들이 집 상태를 파악하고, 감정평가하고, 법원 경매가 종료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빠른 매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방식은 처음부터 한계가 뚜렷했다. 매입 대상이 제한된 탓에 현실적으로 많은 피해자가 구조적 사각지대에 놓인다. 이 때문에 작년부터 이 방안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사례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서 최우선변제권이 적용 안 되는 특이사례도 봤다. 그러므로 다양한 해결 옵션을 두는 게 필요하다. 정부가 바뀐 후 어떤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전세사기에 대한 추가 대책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 7월 3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은 “작년 8월 법이 개정돼 LH가 신탁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할 수 있게 됐지만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매입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신탁사기 피해 주택 매입 건수가 현재까지 한 건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을 더 내놓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전세사기 걱정 없는 사회, 부담 없는 전월세로 서민의 주거사다리 복원’을 명시했지만,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별도로 내놓지는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법에 따른 피해주택 매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피해 예방과 구제 강화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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