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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신세계] 삼성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충분히 미래지향적인가

내구성·가격 우려에도 기대감…필요성 납득 시켜야 진정한 세계 최초

2018.09.10(Mon) 10:54:22

[비즈한국]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의 공개 시기를 밝혔다.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 부문장은 최근 유럽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IFA 2018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삼성개발자회의(SDC)에서 공개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의 공언대로라면 오는 11월 폴더블 스마트폰을 처음 공개하고 내년 3월 출시하는 것이 유력하다. 수년간 루머로만 존재했던 전설 속의 ‘폴더블 스마트폰’이 드디어 우리 손에 잡힐 날이 다가왔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7.3인치 인폴딩(접힌 안쪽에 디스플레이가 위치) 방식이고 터치 기능이 내장된 OLED 디스플레이가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폴더를 열지 않고도 전화나 메시지가 가능하도록 외부에도 4.6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기획단계에서 인폴딩과 아웃폴딩(접힌 바깥쪽에 디스플레이가 위치) 중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인폴딩 방식을 취하고 바깥 쪽에 추가 디스플레이를 다는 것으로 결론을 낸 듯하다. ‘맥시멀리스트’ 삼성전자의 특기가 다시 발휘된 순간이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콘셉트 디자인.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제 폴더블 스마트폰의 출시는 가시화됐고 어느 정도 스펙도 정리됐다. 남은 의문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내구성을 비롯한 전반적인 완성도, 다른 하나는 가격, 마지막은 폴더블 폰의 필요성이다.

 

내구성은 폴더블 폰의 개발 단계에서 전문가들이 의문을 품었던 부분이다. 폴더블 폰은 접히는 부분도 온전히 디스플레이 역할을 해야 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부분은 필연적으로 OLED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측은 폴더를 접고 펴는 테스트를 20만 번 이상 수행해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어두운 지하실에서 17만 번째 폴딩 테스트를 하며 한숨을 짓는 비정규직이 떠올라 마음이 착잡해졌다. 농담이다. 아마 기계로 테스트했을 거다. 

 

가격은 얼마일까?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폴더블 스마트폰의 가격을 150만 원 선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더 비싸질 가능성도 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인 CPI(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의 수율이 생각보다 낮고 원가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원가 상승 요인이 크다.

 

여기에 4.6인치 OLED가 추가로 탑재된다면 당초 기획보다 원가가 크게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200만 원에 가까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최근 나온 갤럭시노트9의 고급형 모델이 135만 원에 이르고 애플 아이폰X 256GB 모델도 163만 원에 이르는 등 스마트폰 가격이 전반적으로 비싸졌기 때문에 저항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오랜만에 독특한 스마트폰이 나온다면 과감히 투자할 만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 마지막 문제가 남았다. 과연 폴더블 스마트폰이 왜 필요한지다. 아이디어는 혁신적이다. 평소에는 4.6인치 폰으로 쓰다가 필요할 때는 7.3인치 대형 화면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혁신의 속도가 더뎌진 스마트폰 업계에 큰 반향을 던질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원 폴더블이지만 곧 듀얼 폴더블 스마트폰이 나와 10인치급 화면으로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풀터치 스마트폰을 내놓아 세상을 바꾼 아이폰 이후에 최대 혁신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폰이 세상을 놀라게 한 이유는 풀터치가 아니다. 이전에도 풀터치 스마트폰은 많았다. LG 프라다폰의 출시도 아이폰보다 빨랐고 각종 PDA폰도 풀터치를 지원했었다. 아이폰이 이룬 혁신은 UX(사용자 경험)의 혁신이다.

 

이전까지 터치 스마트폰들은 스타일러스 펜을 뽑아 조작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애플은 스타일러스 펜을 뽑는 단계를 없애버렸다. 전화가 오면 바로 확인하고 손가락으로 슬라이드해서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너무나 편리하고 쉽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모든 조작을 한다는 가정하에 모든 UX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고 설계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는 ‘​핀치 줌’​,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는 ‘​스와이프’​, 손으로 밀면 스크롤링이 되는 ‘​핑거 스크롤링’​ 등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무수히 개발했다. 아이폰 이후로 물리 버튼을 누르거나 스타일러스로 터치하는 모습이 한순간에 촌스러운 게 됐다.

 

아이폰은 풀터치 스마트폰을 최초로 내놓지는 않았지만 휴대폰의 개념을 바꿨고 세계 최고의 제조업체로 올라섰다. 제조는 스포츠가 아니라서 1등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을 기억한다.

 

2013년 출시된 갤럭시 라운드.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의 플렉서블(Flexible) 스마트폰인 ‘갤럭시 라운드’를 2013년 출시했다. 하지만 이 스마트폰은 곧 묻혔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탑재됐지만 플렉서블을 써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갤럭시 엣지’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엣지 디스플레이는 디자인적 요소일 뿐 구매 포인트는 아니다.

 

삼성전자가 갑자기 폴더블 스마트폰의 속도전을 내는 이유는 화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 생산량을 기록한 화웨이가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수년간 준비한 폴더블 스마트폰의 ‘세계 최초’ 자리를 뺏기고 싶지 않을 거다.

 

그러나 새로운 폼팩터를 최초로 내놓는 것은 기술자에게는 의미가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다. 아이폰의 사례에서 봤듯이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사용자 경험을 얼마나 향상하느냐다.

 

삼성전자가 내놓을 폴더블 스마트폰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만약 루머대로 외부에 4.6인치 화면이 있다면 사용자가 왜 폴더를 열어야 하는지에 대답이 확실하지가 않다. 그냥 4.6인치 화면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데 굳이 왜 폴더를 열어야 하나? “어쨌든 큰 화면으로 즐길 일이 있을 거 아니냐?”라고 되물어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7.3인치 화면으로 봐야 할 당위성을 제시해야 한다.

 

대안은 항상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화면을 확장하기 위해 만든 핀치 줌, 스와이프, 핑거 스크롤링이 있는데도 굳이 물리적으로 화면을 확장해 두 손으로 7.3인치 화면을 들고 지하철에서 보는 것은 미래지향적이지 않고 오히려 퇴보처럼 느껴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과연 제대로 된 대안을 11월까지 준비할 수 있을까? 부디 그러길 빈다.​

 

필자 김정철은? ‘더기어’ 편집장.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욱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낸다.    

김정철 IT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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