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자녀 위치 추적이 가능한 서비스 ‘패밀리 링크’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가 위치정보법 위반으로 정부의 시정명령과 3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만 14세 미만 자녀의 위치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부모에게 제공한 것은 법 위반이라고 봤다. 법정대리인인 부모의 동의만 얻으면 된다는 구글의 논리는 예외 규정을 오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재판부 “아동 동의 받아야, 법정대리인 동의로 갈음 안 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달 12일 구글의 한국법인 구글코리아 유한회사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지정명령 등 취소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해 9월 방통위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유지하며 원고 측 항소를 기각했다.
방통위가 구글코리아에 시정명령과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한 건 지난 2023년 6월이다. 구글코리아가 자녀의 개인위치정보를 이용해 자녀안심 앱 ‘패밀리 링크’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개인위치정보 제공 동의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 이용약관에 대한 정보주체(자녀)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제3자(부모)에게 위치정보를 제공하기 전에 자녀에게 제공목적 등을 고지하지 않고 동의도 얻지 않아 미흡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패밀리 링크는 부모와 자녀의 기기를 연결해 앱 설치 승인 및 차단, 유해물 차단, 사용 현황·시간 확인 등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관리하는 구글의 가족 계정 관리 서비스다. 부모는 이 앱을 활용해 스마트폰 위성항법장치(GPS) 기반으로 자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사건의 쟁점은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14세 미만 아동의 동의를 갈음하는지였다.
구글은 법정대리인의 동의만 얻으면 되고, 아동 본인 동의를 요구하는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국내 위치정보법에 대한 다른 해석을 강조해왔다. 위치정보법 제25조 1항은 “위치정보사업자 등이 14세 미만 아동으로부터 개인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글은 이 조항을 두고 아동의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시 ‘법정대리인의 동의만으로 충분하며 아동 본인의 동의는 별도로 요구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과 같이 구글코리아가 위치정보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법이 아동의 개인위치정보 활용에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도록 정한 것은 위치정보의 오용 및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 장치’이지, 부모의 동의를 아동의 동의로 ‘갈음’하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원칙을 배제하고 법정대리인이라 하더라도 제3자의 동의만으로 개인위치정보주체의 동의를 갈음할 수 있다는 예외를 인정하려면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1심 판단을 인용하며 “추가로 제출된 증거들을 더하여 보더라도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구글코리아의 주장은 예외가 전도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1심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는 “이중의 동의를 통해 더 두텁게 아동의 개인위치정보를 보호하는 것임에도 굳이 아동의 동의권을 배제하고 이를 전적으로 법정대리인에게 대신 행사하는 방식으로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위치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SKT·KT·LG는 아동 동의 받아…구글 향후 대응은?
구글코리아는 8세 이하 아동의 경우, 부모 동의만으로 자녀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보는 예외(제26조 1항)를 근거로, 현실적으로 만 9~14세 아동 사례에서도 부모 동의로 대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지만 이 또한 인정되지 않았다.
민감 정보에 대한 아동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려는 입법 취지와 법이 나눈 인지능력 기준을 외면한다는 점에서다. 재판부는 “만 8세라는 연령이면 자신의 개인위치정보가 제공된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는 차원”이라며 “이에 따른 동의를 거쳐 8세 이하 아동의 보호를 위한 서비스를 계속해 제공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방통위의 시정조치는 앞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자녀안심 앱을 통한 위치파악 기능이 아동의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를 확인해줄 것을 권고함에 따라 이뤄진 바 있다.
개인위치정보 동의 절차를 적절히 이행하고 있는 타사 사례도 언급됐다. 재판부는 “피고의 조사결과 이동통신3사의 자녀안심 앱의 경우에는 14세 미만 아동의 법정대리인 이외에 아동 본인의 동의도 얻어 서비스를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했다.
법원이 패밀리 링크 서비스 방식이 현행처럼 유지돼야 할 당위가 없다고 재차 판단함에 따라 구글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모인다. 구글코리아는 “아직 공식 입장이 정해지지 않아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글코리아는 1심 판결이 나온 지 나흘 뒤 결과에 불복해 항소장을 접수한 바 있다.
구글은 방통위 시정명령 이후 패밀리 링크의 가입 절차를 일부 수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는 14세 미만 자녀의 계정 연결 시 자녀 본인의 동의 절차가 포함된 상태다. 부모는 자녀 계정 생성이나 감독 기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본인 인증을 통해 동의권을 행사하고, 자녀는 본인 기기에서 위치정보 제공 등 감독 기능을 검토하는 단계를 거쳐 절차를 완료하게 된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핫클릭]
·
[단독] AI 광고, 셀러 모르게 수백 만 원 과금…G마켓 "공론화 금지" 요구 논란
·
[단독] 조현민의 (주)한진, 'HJ 유류주문' 앱 출시…사업 다각화 나선 이유
·
'택배없는 날', '탄력근무 지원'…폭염에 비상 걸린 택배 업계
·
정권 바뀌니…신동주 SDJ 회장, '박근혜 뇌물'로 신동빈 롯데 회장에 소송
·
'두께의 한계' 뚫은 갤럭시 Z 폴드7, 소비자 마음도 뚫릴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