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택배없는 날', '탄력근무 지원'…폭염에 비상 걸린 택배 업계

택배 노동자 사망 이어지자 CJ대한통운·한진 폭염 대책 발표…노조 "업계 전반 대응 필요"

2025.07.13(Sun) 20:42:23

[비즈한국]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택배사들은 택배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폭염 대응책을 마련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노조는 이러한 조치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 물류 현장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무더위 속 택배 근로자 사망사고 이어져 “정부 개입 필요해”

 

서울 낮 기온이 38도에 육박하는 등 118년 만에 가장 심한 폭염이 기록된 7월 초, 택배 현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3명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7월 4일 인천지역의 택배대리점 소장 A 씨는 오전 7시 출근한 후 작업점검, 분류작업 등의 업무를 한 뒤 8시 30분경 휴식을 위해 차량으로 향했다. 하지만 오전 11시 차량 안에서 숨을 쉬지 않 채 발견됐고,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7일에는 서울 역삼동 구역의 배송을 담당하던 택배기사 B 씨가 오전 7시 출근 직후 구토 증상으로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8일에는 경기 연천지역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택배기사 C 씨가 오후 7시 귀가해 저녁 식사를 한 뒤 밤 9시경 방에서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폭염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불명확하지만, 폭염 속 잇달아 사망자가 발생하자 긴급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택배노조는 “충격이 오면 약한 고리가 먼저 끊어지듯, 노약자, 기저질환자를 중심으로 폭염에 의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잠시 서 있기만 해도 어지러운 수준의 폭염 속에서 야외에서 짐을 싣고 하루 2만~3만보 이상 걷고 뛰며 배송해야 하는 택배 종사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어 긴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택배노동자 긴급 폭염대책 및 택배없는 날 시행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통령에게 직접 폭염 대응을 요청하는 공개서한도 전달했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택배 상차 작업이 이뤄지는 서브터미널, 캠프에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부족하다는 제보가 끊이질 않는다”며 “사람 잡는 택배 회사의 시스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 긴급점검·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같은 날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개정안을 통해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조항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택배기사 대부분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택배기사들은 더위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 택배기사는 “수시로 구토 증상이 나타나고, 머리가 핑 돌기도 한다”며 “포도당이나 소금알약을 챙기고, 아이스박스에 얼음물을 가득 담아 다닌다. 그래도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1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택배노동자 긴급 폭염대책 및 택배없는 날 시행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


#CJ대한통운·한진 대안책 마련, 다른 택배사는?

 

무더위 속 택배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택배사들은 폭염 대응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CJ대한통운은 11일 폭염 대응 종합대책을 공식 발표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의 자율적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지연배송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기로 했다.

 

또한 충분한 휴식을 위해 모든 작업장에는 근무시간 50분마다 10분 또는 100분마다 20분의 휴식시간을 의무 적용한다. 8월 14일과 15일은 ‘택배없는 날’로 지정해 모든 택배기사가 휴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기록적 폭염 속에서 물류센터 및 택배 종사자의 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배송 지연으로 인한 불편이 있더라도 고객의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진도 배송 기사들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해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무더운 시간대를 피해 배송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근무 운영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국 택배기사에게 얼음 생수를 지급할 예정이며, 추가 허브터미널을 가동해 택배기사가 오전 시간대에 집중 근무할 수 있도록 조정할 계획이다.

 

과로사 대책위는 △폭염 시기 ‘배송 지연’에 따른 불이익 금지 △모든 물류터미널·캠프·배송 거점에 냉방설비 긴급 지원 △폭염 시 분류작업 및 부가업무(프레시백 회수 등) 금지 △8월 14일 ‘택배없는 날’ 전 택배사 시행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전반이 이러한 폭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로사 대책위는 “폭염은 선택적이지 않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생명의 위협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땡볕에서 쓰러지고 있다”며 “쿠팡(CLS)을 포함한 주요 택배사들의 입장 표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핫클릭]

· 정권 바뀌니…신동주 SDJ 회장, '박근혜 뇌물'로 신동빈 롯데 회장에 소송
· [단독] 이수만 회사, AI 팬 플랫폼 '블루밍톡' 출시 코앞…하이브·SM 흔들까
· [주간 코인플릭스] 25년 28주차 암호화폐 상승률 최고는 '봉크'
· [현장] '역대급 인기'에 마트·식품업계 들썩…진화하는 K-푸드
· 사무직을 카트 수거·보안·주차로…이랜드리테일, 노사 갈등 커지는 까닭은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