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얼마 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관측으로 K2-18b라는 외계행성에서 생명 신호로 의심되는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크게 주목받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천문학자 니쿠 마두수난이 이끄는 연구팀은 2023년 행성 K2-18b의 대기권을 분석했다. 이 행성은 일찍이 표면 전체가 액체 바다로 이루어진 바다 행성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연구팀은 작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활용해 이 행성이 중심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했고, 행성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별빛이 일부 흡수되면서 만들어진 스펙트럼을 분석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디메틸설파이드(DMS) 성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를 제시했다(관련 기사 [사이언스] 수십억 년 전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제임스 웹 망원경으로 똑같은 곳을 바라봤고, 그때보다 더 높은 확률로 DMS가 존재한다는 새로운 결과를 제시했다. DMS는 지구에서 박테리아 같은 생명 활동을 통해서만 만들어지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제임스 웹 망원경을 통해 12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에서 역사상 가장 뚜렷한 생명 활동의 증거를 포착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발표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의심과 반박 논문이 쏟아지면서 크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어쩌면 애초에 제임스 웹 망원경으로는 외계 생명체의 증거를 찾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는 아주 비관적인 주장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있다. 최근 제임스 웹 분석 자체에 대한 비관적인 주장을 내놓은 천문학자는 우주 생물학 및 외계행성 분야에서 저명한 천문학자인 사라 시거인데, 그가 바로 지난 K2-18b에서 생명 신호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학계를 뜨겁게 달군 장본인 니쿠 마두수난에게 박사학위를 준 지도교수였다는 점이다. K2-18b의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그동안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어쩌다가 지도 학생과 지도교수가 서로 정반대편에 맞서게 됐을까? 그 사이 벌어진 이 외계행성에 대한 논란의 가장 따끈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K2-18b에서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거론한 니쿠 마두수난의 논문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그의 주장을 매우 강하게 반박하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논문은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단순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K2-18b 행성의 대기권에 관해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가정했다. 그냥 모든 파장에 걸쳐 평탄한 모델을 만들었다. 그리고 실제 제임스 웹으로 관측한 스펙트럼이 그 평탄한 모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비교했다. 재밌는 건 애초에 관측된 스펙트럼 자체가 너무 미미하다 보니 사실상 아무런 화학 성분이 없다고 가정한 평탄한 모델과 비교했을 때도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DMS가 신호를 남길 것으로 추정하는 7µm과 8.8µm 파장에서만 수학적으로 (가우시안) 정규 분포 형태로 스펙트럼에 변화를 주었을 때, 조금 더 관측된 스펙트럼을 잘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실제 통계적인 수치를 비교해보면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이를 근거로 애초에 제임스 웹으로 관측된 스펙트럼에서는 DMS의 존재를 입증하는 뚜렷한 통계적 근거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애초에 어떤 특정한 화학 성분이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그 제한된 성분들 안에서 스펙트럼을 모델링해서 분석하게 되면 결과를 더 부풀리고 왜곡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슷한 비판에 부딪히자 최근 마두수난의 연구팀은 더 포괄적인 추가 분석을 진행했다. K2-18b 외계행성의 대기권에 있을 만한 화학 성분의 후보를 단순히 수십 가지만 가정해서 모델링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고려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자를 총동원해 총 650가지에 달하는 온갖 종류의 분자를 다 고려하는 추가 작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화학 성분이 다양한 함량으로 존재할 때의 대기권을 다양하게 모델링해, 실제 관측된 K2-18b의 대기권 스펙트럼을 가장 잘 재현하는 경우가 무엇인지 통계적으로 찾아냈다. 그리고 여전히 DMS가 매우 높은 함량으로 존재하는 모델이 가장 잘 들어맞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번 추가 분석에서는 DMS뿐만 아니라 디에틸설파이드, 디메틸디설파이드 등 좀 더 다양한 화학 성분들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건 이들 모두 지구에서는 박테리아를 비롯한 생명 활동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된 분자라는 점이다. 이를 근거로 마두수난의 연구팀은 K2-18b 외계 행성에서 생명 활동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는 자신들의 주장이 더욱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이 외계행성 대기권에 DMS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 화학 성분을 만들 방법이 생명 활동뿐인지를 두고는 더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미 천문학자들은 태양계에서 지구 바깥 우주 공간에도 DMS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는 화성에서 DMS를 검출했고, 로제타 탐사선은 혜성 67P에서 DMS를 검출했다. 가장 최근에는 우리 은하 중심부에 있는 분자 구름 G+0.693-0.027에서도 DMS가 검출되었다. 꼭 외계행성이 아니더라도 훨씬 극단적인 혜성이나 우주 성간 구름에서도 DMS가 충분히 합성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DMS는 반드시 생명 활동의 지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우리 은하 중심부까지 은하계 사방에 매우 흔하게 퍼져 있는 분자일 수 있다.
특히 K2-18b에서 검출된 DMS의 함량이 매우 높다는 점도 그 주장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당시 마두수난의 연구팀은 K2-18b에서 DMS가 무려 10ppm 수준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기 중 분자 100만 개 중에 1~10개꼴로 DMS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지구의 DMS 함량을 훨씬 압도한다. 생명체로 가득 찬 지구에서조차 DMS는 대기 분자 10억 개 중 하나 정도 수준이다. 따라서 마두수난 연구팀의 주장대로라면 K2-18b는 지구에 비해 거의 천 배 더 짙은 DMS를 품고 있다는 건데, 이 정도 높은 함량을 유지하려면 K2-18b가 마치 수십억 년 전 지구처럼 갑작스럽게 광합성을 하고 생명활동을 하는 생명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다소 극적인 기대를 해야 한다. 아니면 생명 활동과 무관하게 단순히 행성 전역에서 지질학적, 화학적 메커니즘으로 DMS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는 가운데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는 아주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소개했듯이 마두수난의 박사학위 지도 교수였던 사라 시거가 제기한 문제다. 그는 최근 ‘제임스 웹 시대에 외계행성에서 생명 활동의 지표를 탐색하는 것에 대한 전망’이라는 논문을 통해, 어쩌면 제임스 웹으로도 외계행성에서 생명 활동의 징후를 찾는 것이 거의 무의미한 시도일 수 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지난 최근 10년 동안 천문학자들이 발견한 외계행성은 주로 태양에 비해 10배 이상 가볍고 왜소한 적색왜성 곁에서 발견되었다. 별 자체가 작고 미지근하기 때문에 그 별 곁에서 행성이 충분히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작은 궤도를 돌아야 한다. 덕분에 행성은 더 짧은 주기로 금방금방 별을 주기적으로 가리고 지나가게 되고, 외계행성의 존재를 쉽게 알아챌 수 있다. 특히 제임스 웹은 미지근한 별이 주로 방출하는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하기 때문에 적색왜성 주변 외계행성을 탐색하는 데 유리한 측면도 있다.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은 이렇게 작고 왜소한 적색왜성 곁에서 외계행성을 탐색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기대해왔다. 만약 별이 태양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더 밝다면 별 자체가 밝다 보니 별 앞에 행성이 가리고 지나가도 밝기 변화를 눈치 채기 어렵다. 또 별빛이 너무 밝다 보니 별빛 일부가 행성 대기를 통과하면서 흡수되더라도 그 흔적은 상대적으로 매우 미미하게 보일 것이다. 반면 작고 왜소한 별은 그 주변에 작은 행성이 가리고 지나가도 별의 밝기 변화도 더 뚜렷하고, 스펙트럼에 남은 흔적도 더 쉽게 알아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이 간과한 중요한 사실이 있다. 왜소한 별은 표면 활동이 더 난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별 자체가 작다 보니 별 표면에서 내부까지 전체가 다 대류층이 형성된다. 별 안팎의 물질이 더 효율적으로 뒤섞이게 된다. 또 별 자체가 작아 자전 속도는 더 빨라지는데, 이것은 별 주변 자기장을 더 복잡하게 꼬이게 만든다. 결국 적색왜성은 태양보다 더 빈번하게 플레어 폭발을 일으키고, 표면에는 별 표면 전체에 맞먹는 거대한 흑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별 표면의 난폭한 활동은 지구에서 관측하게 되는 스펙트럼의 모습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만약 커다란 흑점이 별 표면에 등장한다면 지구에서 봤을 때, 별빛이 어두워져 보이는 이유가 단순히 흑점 때문인지 아니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간 외계행성 때문인지 알기 어렵다. 또 거대한 흑점은 온도가 더 낮고 빛이 어둡기 때문에 만약 우연히 흑점 영역 앞을 행성이 가리게 된다면, 외계행성 대기권 성분이 스펙트럼에 남기는 흔적은 더 희미해질 수 있다. 흑점에서 줄어든 별빛 자체가 마치 스펙트럼 상에서 빛의 양이 줄어든 흡수선 흉내를 내면서 스펙트럼을 오염시킨다. 결국 실제 행성 대기 성분으로 인해 흡수된 흔적과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시거는 지금의 제임스 웹도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제임스 웹으로 외계행성 대기권의 흔적으로 의심되는 스펙트럼을 얻게 되더라도 데이터를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을 꼬집었다. 시거는 외계행성의 대기권에서 성분을 파악할 때 반드시 이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쉽게도 시거의 분석에 따르면 DMS와 관련된 신호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 K2-18b는 지구 바깥 외계행성에서도 생명 활동에 깊게 관여하는 DMS와 같은 분자가 검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아주 놀라운 사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인류에게는 그것이 정말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뜻하는지 판단할 확실한 도구가 없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한계가 단순히 관측 횟수가 적어서, 또는 단순히 망원경의 성능이 아직 만족스럽지 않아서 벌어지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가 외계행성의 생명 존재 가능성을 판단할 때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 별 앞으로 행성이 가리고 지나갈 때 그 순간 별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방법 자체가 품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다.
결국 ‘우주에는 정말 우리 혼자일까’라는 오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시도해온 방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사냥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인류가 뚜렷한 대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체 어떤 화학 성분을 의심의 여지 없는, 가장 확실한 생명 활동의 지표라고 단언할 수 있을지, 또 그 성분을 높은 신뢰도로 검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관측해야 할지…. 우리에겐 보다 근본적인 새로운 고민이 요구되고 있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f577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5arXiv250118477S/abstract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515-5172/add881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dc1c8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d74da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5arXiv250412946S/abstract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5arXiv250416236D/abstract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5arXiv250510539P/abstract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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