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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보면 끝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로스쿨 입시까지…

문과 출신들, 전문직 되려 대기업·공무원 그만두고 입학 준비…5년간 교육비만 1억 원 이상

2025.07.14(Mon) 13:34:33

[비즈한국] 서울 중상위권 대학 인문계열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한 20대 후반 여성 A 씨. 하지만 A 씨는 얼마 전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대기업에서 10년 뒤를 생각했을 때 전문성이 없다고 느낀 것이다. 

 

SKY 중 한 곳을 졸업한 뒤 언론사에서 PD로 근무한 20대 후반 여성 B 씨 역시 1년 6개월간의 근무를 끝으로 회사를 떠났다. 언론사에서 맡은 업무나 근무 환경 자체는 만족스러웠지만, 선배들의 연봉을 들을 때마다 ‘더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B 씨는 변호사 자격증을 따기까지 5년을 예상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해 7월 21일 2025학년도 법학적성시험 고사장이 마련된 서울 중구 한양공업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법학적성시험 응시자가 1만 9000명을 넘었다. 사진=연합뉴스

 

#법학적성시험​ 응시자 2만 명 수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로스쿨이 사회·상경·인문계열 등 문과 출신 직장인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문과 출신이 ‘전문직’을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라이선스이기 때문. 경찰대·행정고시 출신 등 공무원은 물론이고 대기업 직장인까지 로스쿨에 도전하고 있다.

 

A 씨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나면 대기업 법무팀에서 근무할 수도 있고, 검사나 판사 같이 공직에서 일하면서 커리어를 더 높일 수도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며 “더 자유롭고 능력을 인정받으며 일하고 싶어 대기업을 그만두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50%대(올해 합격률 52.3%)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학부와 로스쿨 출신에 따라 어느 정도 커리어가 정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학적성시험(LEET) 접수자는 2017년 8838명에서 2025년 1만 9057명으로 두 배 이상 응시자가 늘었다. 

 

LEET는 로스쿨 교육을 이수하는 데 필요한 수학 능력과 법조인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소양, 잠재적 적성을 가졌는지 측정하는 시험으로 이 성적이 로스쿨 입학에 주요한 지표가 된다. LEET 시험에 1만 9000명 넘게 응시한 것은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업계에서는 ‘단순 경쟁률’만 올라간 게 아니라는 평이 나온다. 대학 때부터 로스쿨만 보고 준비해온 사람들이 다수 포진하면서 ‘난이도’ 자체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전문직이 될 수 있는 로스쿨이 사회·상경·인문계열 등 문과 출신 직장인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학 법학전문대학원. 사진=이종현 기자

 

A 씨는 “학원에서는 졸업한 학부보다 더 좋은 대학의 로스쿨은 가기가 힘들고, 인서울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으면 대형 로펌이나 판사, 검사 임용이 어려워 재수하는 경우도 많다고 얘기를 하더라”며 “LEET 점수가 애매하게 나오면 차라리 1년 더 해서 본인이 졸업한 학부 로스쿨을 목표로 공부한다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1년에 3000만 원 필요”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통상 대학 등록금만 1500만~2000만 원 안팎이고, 로스쿨 수업 외에 사교육도 불가피하다. 인터넷 강의는 필수고, 주말에는 학원이나 현직 법조인으로부터 과외를 받는 게 당연해졌다. 합격률이 50%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1년 만에 합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다. 졸업 후에는 연 1000만 원 안팎의 사교육 비용은 저렴한 수준이다. 실제로 메가로이어스 등 변호사시험 대형 학원 연간 종합 관리반 수강료는 1000만 원을 웃돌고, 인강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이용권만 300만 원에 달한다.

 

로스쿨 준비(1~2년)와 3년의 재학 기간, 합격할 때까지 보통 시험을 두 번 보는 것까지 고려하면, 변호사 자격증을 얻기 위해 5년간의 단순 생활비를 제외하고 1억 원이 훌쩍 넘는 돈이 필요한 것이다.

 

자녀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세 번 치른 한 법조인은 “학원은 당연하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같이 공부하기 위해 스터디룸을 빌리고 밥을 먹는 등 용돈으로만 월 100만 원 이상은 필요하더라”며 “용돈까지 생각하면 매년 3000만 원 정도를 자식에게 주는 셈인데, 넉넉하지 않은 집안의 자녀들이 들어와서 버틸 수 있는 시장이 아닌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대통령 지적에 ‘사시 부활’ 기대감도

 

2019년 4월 26일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이 로스쿨 폐지 및 사법시험 부활을 촉구하던 모습. 로스쿨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들어가는 비용도 늘자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임준선 기자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법조인 양성 루트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로스쿨과 변호사 시험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가 됐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을 염두에 뒀다는 평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사법고시 부활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 일본처럼 로스쿨과 시험(사법고시) 투 트랙으로 법조인을 배출하는 모델도 거론된다.

 

다만 대한변호사협회는 ‘사시 부활’에는 반대하며 현행 로스쿨 제도의 개선·보완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변협은 “제도적 혼란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해묵은 논쟁을 다시 할 것이 아니다”며 “현행 로스쿨 운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과 보완책을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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