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중상위권 대학 인문계열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한 20대 후반 여성 A 씨. 하지만 A 씨는 얼마 전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대기업에서 10년 뒤를 생각했을 때 전문성이 없다고 느낀 것이다.
SKY 중 한 곳을 졸업한 뒤 언론사에서 PD로 근무한 20대 후반 여성 B 씨 역시 1년 6개월간의 근무를 끝으로 회사를 떠났다. 언론사에서 맡은 업무나 근무 환경 자체는 만족스러웠지만, 선배들의 연봉을 들을 때마다 ‘더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B 씨는 변호사 자격증을 따기까지 5년을 예상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법학적성시험 응시자 2만 명 수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로스쿨이 사회·상경·인문계열 등 문과 출신 직장인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문과 출신이 ‘전문직’을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라이선스이기 때문. 경찰대·행정고시 출신 등 공무원은 물론이고 대기업 직장인까지 로스쿨에 도전하고 있다.
A 씨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나면 대기업 법무팀에서 근무할 수도 있고, 검사나 판사 같이 공직에서 일하면서 커리어를 더 높일 수도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며 “더 자유롭고 능력을 인정받으며 일하고 싶어 대기업을 그만두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50%대(올해 합격률 52.3%)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학부와 로스쿨 출신에 따라 어느 정도 커리어가 정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학적성시험(LEET) 접수자는 2017년 8838명에서 2025년 1만 9057명으로 두 배 이상 응시자가 늘었다.
LEET는 로스쿨 교육을 이수하는 데 필요한 수학 능력과 법조인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소양, 잠재적 적성을 가졌는지 측정하는 시험으로 이 성적이 로스쿨 입학에 주요한 지표가 된다. LEET 시험에 1만 9000명 넘게 응시한 것은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업계에서는 ‘단순 경쟁률’만 올라간 게 아니라는 평이 나온다. 대학 때부터 로스쿨만 보고 준비해온 사람들이 다수 포진하면서 ‘난이도’ 자체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A 씨는 “학원에서는 졸업한 학부보다 더 좋은 대학의 로스쿨은 가기가 힘들고, 인서울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으면 대형 로펌이나 판사, 검사 임용이 어려워 재수하는 경우도 많다고 얘기를 하더라”며 “LEET 점수가 애매하게 나오면 차라리 1년 더 해서 본인이 졸업한 학부 로스쿨을 목표로 공부한다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1년에 3000만 원 필요”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통상 대학 등록금만 1500만~2000만 원 안팎이고, 로스쿨 수업 외에 사교육도 불가피하다. 인터넷 강의는 필수고, 주말에는 학원이나 현직 법조인으로부터 과외를 받는 게 당연해졌다. 합격률이 50%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1년 만에 합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다. 졸업 후에는 연 1000만 원 안팎의 사교육 비용은 저렴한 수준이다. 실제로 메가로이어스 등 변호사시험 대형 학원 연간 종합 관리반 수강료는 1000만 원을 웃돌고, 인강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이용권만 300만 원에 달한다.
로스쿨 준비(1~2년)와 3년의 재학 기간, 합격할 때까지 보통 시험을 두 번 보는 것까지 고려하면, 변호사 자격증을 얻기 위해 5년간의 단순 생활비를 제외하고 1억 원이 훌쩍 넘는 돈이 필요한 것이다.
자녀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세 번 치른 한 법조인은 “학원은 당연하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같이 공부하기 위해 스터디룸을 빌리고 밥을 먹는 등 용돈으로만 월 100만 원 이상은 필요하더라”며 “용돈까지 생각하면 매년 3000만 원 정도를 자식에게 주는 셈인데, 넉넉하지 않은 집안의 자녀들이 들어와서 버틸 수 있는 시장이 아닌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대통령 지적에 ‘사시 부활’ 기대감도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법조인 양성 루트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로스쿨과 변호사 시험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가 됐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을 염두에 뒀다는 평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사법고시 부활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 일본처럼 로스쿨과 시험(사법고시) 투 트랙으로 법조인을 배출하는 모델도 거론된다.
다만 대한변호사협회는 ‘사시 부활’에는 반대하며 현행 로스쿨 제도의 개선·보완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변협은 “제도적 혼란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해묵은 논쟁을 다시 할 것이 아니다”며 “현행 로스쿨 운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과 보완책을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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