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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간 8건' 치매노인 공공후견제도 실효성 논란

절차 까다롭고 보수 적어 성사율 낮아…복지부 "나이 등 자격제한 수정"

2019.03.29(Fri) 17:53:12

[비즈한국] “치매 국가책임제가 사실 얼마나 근사한 겁니까? 그런데 지금 치매 공공후견사업, 무늬만 해서는 안 됩니다. 이걸 통해서 지금 복지부는 일자리 창출까지 한다고 계획하고 있죠? 근데 후견을 맺은 사례가 올 3월 초까지 7건이에요.” 지난 18일 제2차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는 ‘치매노인 공공후견사업’의 실효성을 두고 성토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 제도를 두고 의원들뿐만이 아니라 실무자들 사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치매노인 공공후견제도는 전문직 퇴직노인을 후견인으로 선발해 치매로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노인의 후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치매 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 제도는 지난해 9월부터 33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시범 시행됐고, 성과가 좋았다고 판단돼 올해 1월 22일 전국으로 확대 실시됐다.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치매노인 공공후견제도를 두고 현장에서는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서울 강남구 국민건강보험 서울요양원에서 열린 치매 환자 가족 및 종사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 제도에 대한 정부의 열의는 뜨겁다. 29일 제3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다 많은 국민이 치매 국가책임제의 혜택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즈한국’이 만난 실무자들은 정부가 기대한 만큼 치매노인 공공후견제도가 활성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일자리 창출은 ‘언감생심’​…보수는 자원봉사 수준

 

제도가 시행된 지 7개월. 그간 실적은 좋지 못했다. 한 실무자에 따르면 3월 28일 기준으로 사업 시행 후 7개월간 치매노인에게 공공후견이 이뤄진 사례는 ‘8건’. 서울시 3건, 대전시 1건, 울산시 1건, 고양시 1건, 용인시 2건 이다. 후견이 개시되려면 가정법원에서 ‘후견심판’을 거쳐야 하는데 이 8건은 후견심판을 통과한 경우를 뜻한다. 후견심판을 청구한 것도 ‘19건’에 그쳤다. 다만 나머지 11건이 기각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 후견심판이 진행 중이다. 또 후견이 개시되기 전 후견대상자가 사망한 경우가 의정부시에서 1건, 후견 개시 후 사망한 경우는 울산시에서 1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계자들은 치매노인 공공후견제의 본래 취지였던 ‘노인 일자리 창출’은 실패한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사실 노인 일자리로서 조금 급하게 시행하느라, 복지부 치매정책과나 노인지원과와 원활하게 연계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치매노인 공공후견제 시행방안을 발표하며 “치매노인 지원과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홍보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29일 공공후견사업 운영 계획을 일부 수정한다고 밝혔다. 후견인 범위가 기존에는 60세 이상의 노인으로 한정됐다면, 앞으로는 나이제한을 없애고 자질을 갖춘 일반인도 후견인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 관계자는 “후견인에게 주는 활동비가 일자리 개념으로 주는 규모가 아니고 월 20만 원 정도이기 때문에 사회 공헌이나 자원 봉사 수준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노인 일자리를 늘리기 어려울 것이 예상됨은 물론 일반인으로 대상을 넓혔다 할지라도 후견심판 개시 건수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후견인 대상이 한정된 것이 공공후견제 실적이 좋지 못했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치매노인 공공후견제도’가 노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노인의 날 기념행사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 취지 좋지만 활성화 위해선 제도 정비 요망

 

‘비즈한국’이 만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치매노인 공공후견제가 활성화되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후견인을 발굴하는 일 자체가 어렵다는 것. 후견인이 져야 할 책임에 비해 활동비의 액수가 작다보니 굳이 제도를 활용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다.

 

후견인은 치매노인의 재산관리를 도와주고 수술 등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도와주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정기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담당 피후견인의 수에 따라 활동비가 지급되는데 1인 담당 시 한 달에 20만 원, 2인 담당 시 30만 원, 3인 담당 시 40만 원을 받는다.

 

공공후견사업의 중앙지원단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치매센터 관계자는 “노노케어라고 노인이 독거노인 집에 찾아가 말벗이 되어주는 사업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27만 원을 받는다”며 “원래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5월 정도까지는 피후견인 한 명당 40만 원으로 책정됐었다. 이후 2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후견인과 후견대상자를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은 각 시·군·구에 있는 치매안심센터다. 치매안심센터 직원은 후견제도가 필요해 보이는 노인과 후견을 해줄 수 있는 후견인을 찾고 관련 서류를 중앙치매센터에 제출해 후견심판 청구 지원을 받는다. 그런데 이때 제출해야 하는 자료의 개수가 약 20개에 달한다. 이를 치매안심센터의 직원들이 감당해야 하다 보니 이 과정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치매노인 공공후견제도를 필요로 하는 고령의 치매 환자들은 늘어날 수 있다. 탑골공원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후견인과 후견대상인이 모두 발굴돼야만 후견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점도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가령 후견을 받아야 할 후견대상자는 있는데 후견인을 찾지 못한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후견심판을 청구할 수조차 없다.

 

치매노인 공공후견제도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후견제도를 필요로 하는 고령의 치매 환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환자 수가 올해 약 79만 명에서 2025년 약 108만 명, 2050년에는 약 30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따라서 사업 초기인 현재 이용률은 낮지만 후견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해서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실무자들은 ​입을 모았다. 당장 후견인에게 지급되는 활동비를 늘릴 예산을 대폭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후견심판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후견 사례를 늘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후견인이 될 수 있는 대상자 요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후견인과 후견대상인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는 치매안심센터의 경우 어떤 사람이 후견인에 적합한지 몰라 혼선을 빚는 경우가 많다. 특히 후견인 대상이 일반인으로 확대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된 상황. 민법 제 937조에 따르면 미성년자, 행방이 불분명한 사람 등은 후견인 대상이 안 된다는 결격사유만 명시돼있고 구체적인 후견인 자격규정은 없다.

 

더불어 후견인을 모집하기 어려운 만큼 후견인 단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각 치매안심센터에서 후견인을 발굴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후견인을 모집하는 센터를 만들자는 의견이다. 한 실무자는 “일본 같은 경우는 후견네트워크를 꾸려 후견인을 모집하고 교육하는데 이런 것을 참고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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