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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부터 유튜브, 인스타툰까지' 변호사 마케팅 천태만상

변호사 3만 명 시대 '자기 홍보' 없이는 생존 어려워…"마케팅보다 틈새 시장 개척이 먼저" 의견도

2020.01.15(Wed) 16:03:48

[비즈한국] 영화 ‘변호인’에서는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가 주점 종업원에게 난데없이 멱살을 잡히는 장면이 나온다. 명함을 돌리는 그를 변호사가 아닌 다른 업소 종업원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지역 변호사 모임에 참석한 변호사 무리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면전에서 명함을 돌리는 고졸 출신 변호사를 거론하며 비웃는다. 당시만 하더라도 변호사는 사법고시를 통과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고매한 직업이었고, 사건을 가려서 수임하는 갑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40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이제는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자기 홍보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방송 출연은 물론 직접 유튜브와 SNS도 운영한다. 대표적으로 변호사 유튜버 ‘킴변’은 변호사의 출근길, 화장법, 노래 브이로그를 올린다. 구독자는 12만 7000명, 최다 조회 수는 225만 회에 달한다. 김 변호사는 본인의 팬을 일컫는 ‘가재’들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팬 미팅을 개최하기도 했다.

 

의뢰자와 대면하거나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소개받지 않아도 의뢰인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사진=‘킴변KIMBYUN’ 유튜브 영상 캡처


포털 사이트에서만 주로 등장하는 웹툰 작가가 인스타그램으로도 진출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변호사가 운영하는 계정인 경우도 있다. 이를 인스타툰(인스타그램 만화)이라고 하는데 보통 변호사가 200만~300만 원 정도의 임금을 주고 웹툰 작가나 만화가를 고용해 만화를 장기 연재하는 식이다. 주로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 선호한다. 홍보가 아닌 취미로 시작한 최유나 변호사를 시작으로 현재 몇몇 변호사들이 이러한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 방송, 인스타 만화 등 고객 찾아나선 변호사들

 

변호사 3만 명 시대에 접어들며 기존의 포털 검색 키워드 광고와 블로그 포스팅을 넘어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고심하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사건 수임 경쟁이 거세진 변호사들은 현재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인다. 인스타툰을 연재하거나, ‘로톡’, ‘로팜’, ‘굿변’ 등 변호사들이 법률서비스 플랫폼에 프로필을 등록해 본인을 온라인에 노출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유튜브를 통해 해당 사건을 해석해주며 인지도를 쌓기도 한다.

 

검사가 내린 처분결과통지서를 변호사가 성범죄 가해자 대신 받아준다며 홍보하는 것도 새롭게 등장한 마케팅 수단이라 볼 수 있다(법조계 신풍속 '성범죄 통지서 대신 받아주고 수임료 백만원'). 사건을 하나라도 더 수임하려다 보니 선뜻 이해하기 힘든 행태가 발생하는 것도 일상다반사다. 신중권 법무법인 거산 변호사는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테니 몇백만 원에 달하는 방송 제작비를 지원하라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변호사 3만 명 시대에 접어들며 기존의 포털 검색 키워드 광고와 블로그 포스팅을 넘어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고심하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사진=최유나 변호사 인스타그램 캡처


무엇보다 새로운 마케팅 방식에 관심이 많은 건 이제 일을 시작한, 로펌에 소속되지 않은 개업 변호사들이다. 가장 효과적이라 불리는 포털 검색 키워드 광고는 비용이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에 이르는데 사무실 임대료와 사무장 등 인건비 등 고정비가 높은 상황에서 홍보 마케팅 비용까지 부담하기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올 1월 3일 기준, 대한변호사협회에 가입한 총 3만여 명의 변호사 가운데 개업 변호사는 2만 3000명 정도다.

 

로펌이라고 해서 마케팅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부 로펌에서는 홍보와 마케팅 담당자를 따로 고용한다. 이처럼 소속을 막론하고 변호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진 데는 변호사 수가 대폭 증가한 영향이 가장 크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변호사는 2006년 1만 명에서 2014년 2만 명, 지난해에는 3만 명을 돌파했다.

 

#비용 대비 효과 점점 줄어…마케팅 대신 새로운 시장 개척해야

 

변호사들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각종 마케팅 효과 역시 갈수록 줄어든다고 입을 모은다. 신중권​ 변호사는 “광고 효과가 예년만큼 못해 광고를 그만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한다”고 털어놨다. 광고·홍보비의 증가가 수임 건수 증가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 수임료로 수익을 창출하는 변호사가 수임료를 대폭 높이는 생존 전략을 쓰는 것도 무리가 있어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한탄이 나온다.

 

변호사들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각종 마케팅 효과 역시 갈수록 줄어든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은숙 기자


변호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소비자에게는 좋을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케팅 비용이 늘면 수임료가 내려가기 어렵고, 과장 광고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로부터 광고료를 받는 로톡과 같은 변호사 플랫폼은 변호사법 위반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변호사법 제34조 1항은 당사자를 변호사에게 소개해 이익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시 의뢰인을 광고만 해주는 것이니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과 광고료가 곧 중개료라는 입장이 맞섰다. 이와 관련해 로톡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아 오해가 해소된 상태”라고 밝혔다.

 

변호사들이 광고와 마케팅에 몰두하는 대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중권 변호사는 “기존 법률 시장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법률 수요가 있는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며 “스포츠 매니지먼트나 스타트업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도 “변호사의 공급을 줄일 수는 없으니 새로운 영역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다”고 밝혔다.

 

수임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법률서비스보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법률서비스보험은 법률상담 비용, 변호사 선임료 등 소송에 필요한 비용을 담보해주는 제도다. 이동찬 법무법인 오현 변호사는 “광고 시장이 정리되려면 법률보험 도입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보험사를 통해 변호사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사건을 수임받게 되면 의뢰인들은 쉽게 사건을 맡길 수 있고, 시장에서 물건 가격을 두고 싸울 필요가 없지 않겠나”고 의견을 표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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