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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브랜드 믿었는데…' 뚜레쥬르 매각 둘러싼 CJ-가맹점 갈등

가맹점주협의회 가처분 신청, CJ푸드빌 통매각 가능성도 거론…CJ푸드빌 "점주들과 소통 이어갈 것"

2020.09.10(Thu) 13:57:52

[비즈한국] “CJ라는 브랜드를 믿고 전 재산을 투자했는데, 중고 물품 팔듯이 시장에 던져버리다니요. 매각되면 브랜드 이미지 하락은 뻔하고 수익성도 지금보다 좋지 않을 거라 예상합니다. 사모펀드에 넘어가면 원가나 마케팅 비용 인상도 뻔하고요.” 서울에서 약 2년째 뚜레쥬르 매장을 운영 중인 A 씨는 ‘뚜레쥬르 매각설’에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문제”라며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CJ그룹 외식 계열사 CJ푸드빌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의 매각이 본격화되자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공시를 통해 매각설을 부정했던 CJ는 8월 딜로이트안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국내외 사모펀드 등에 투자안내문을 발송했고, 11일 예비입찰이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9월 3일 뚜레쥬르 가맹점주협의회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전면 투쟁을 예고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8일 연대 투쟁을 선포하며 불합리한 가맹사업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브랜드 가치 떨어질 것’ 가맹점주들 집단반발

 

CJ그룹 외식 계열사 CJ푸드빌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의 매각이 본격화되자 가맹점주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CJ푸드빌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16년 전 뚜레쥬르 매장을 개점한 또 다른 가맹점주 B 씨 역시 고민이 많다. 친누나와 함께 매장을 운영 중인 B 씨는 ‘생존권’이 달렸다고 호소했다. B 씨는 “제빵기사에게 매달 기본 380만 원 정도를 지급하는데, 아르바이트생을 최소화하더라도 한 달에 생활비 정도 가져간다. 특히 뚜레쥬르는 10년 넘게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맹점주들에 딸린 식구들, 뚜레쥬르 직원, 하청업체 근로자 등이 연쇄적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고 했다.

 

CJ라는 대기업, 그리고 상생 협력을 추구한다는 기업의 경영철학. 뚜레쥬르 매각에 가맹점주들이 더욱 분노하는 이유다. 국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뚜레쥬르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에 이은 업계 2위다. 가맹점 수도 파리바게뜨는 3400여 곳에 비해서는 적지만, 뚜레쥬르 가맹점도 1300여 곳에 달한다. 그렇기에 가맹점주들은 별다른 협의 없이 CJ가 매각을 본격화한 것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가맹점주들은 진퇴양난이라고 호소한다. 사모펀드에 인수되면 원재료나 마케팅 비용 등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당장 매장을 내놓으려 해도 살 사람이 없다는 것. 앞서의 B 씨는 “3억 원 정도를 들여 창업했다.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기업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가게를 내놓지도 못한다”며 “사모펀드는 이익을 창출해 다른 기업에 되팔려할 것이기 때문에 제품이나 마케팅 비용을 점주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게다가 제과점업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500m 이내에 신규 출점이 제한되고, 매년 전년도 말 점포 수의 2% 이내에서만 가맹점 신설이 허용된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은 점포 수를 늘려 이익을 창출할 여지가 있으나, 제과점은 다르다. 그렇기에 가맹점 떠넘기기의 가능성이 더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페나 편의점에서도 제과를 판매하면서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도 가맹점주들의 고충을 더한다. 2017년부터 남편과 뚜레쥬르 매장을 운영해온 C 씨는 “주변에 별다른 외식점이 없어 매출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을 듯하다”면서도 “매장을 내놓고 싶은 점주들이 대다수일 것”이라고 전했다.​

 

CJ라는 대기업, 그리고 상생 협력을 추구한다는 기업의 경영철학. 뚜레쥬르 매각에 가맹점주들이 더욱 분노하는 이유다. 서울에 위치한 한 뚜레쥬르 매장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김명선 기자

 

#외식 시장 침체 속 매각 성사될까

 

CJ가 뚜레쥬르 매각에 나선 배경은 CJ푸드빌의 오랜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CJ푸드빌의 매출(연결 기준)은 2017년 1조 4275억 원, 2018년 1조 3716억 원에서 2019년에는 8903억 원을 기록하며 1조 원 선도 무너졌다. 영업손실도 2017년 38억 원, 2018년 434억 원에 이어 2019년 40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2019년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를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적자 폭이 줄었다.

 

재무 건전성 확대를 위해 지난 3월 정성필 CJ푸드빌 대표는 △부동산 등 고정자산 매각 △​새로운 투자 동결 △​지출 억제 극대화 △​경영진 급여 반납 등의 자구안을 내놨다. 7월에는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투썸플레이스 잔여 지분 15%를 매각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앞으로의 실적 개선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J푸드빌로서는 빕스·계절밥상·​제일제면소보다는 뚜레쥬르가 그나마 매물 가치가 있는 브랜드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CJ푸드빌이 원하는 매각가가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 또 거래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CJ푸드빌은 3000억 원 이상의 매각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매수자들이 뚜레쥬르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거나 매도자와 매수자가 가격차를 좁히지 못할 수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CJ푸드빌에서 뚜레쥬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비용절감 차원에서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수자 입장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에 더해 외식 시장이 침체한 상황이라는 점과 가맹점주들의 반발 등이 부담스러운 요소다. 우발 채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으로 기업보다는 사모펀드가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 사모펀드는 뚜레쥬르를 싸게 사 코로나19가 해소되면 좀 더 비싸게 되팔 기회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CJ가 CJ푸드빌 매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꾸준히 거론된다. 지난 8월 CJ푸드빌이 CJ제일제당과 공동으로 보유하던 ‘비비고’ 브랜드를 CJ제일제당 독점 소유로 변경한 것도 이런 추측에 힘을 싣는다. CJ 식품전문몰. 사진=임준선 기자


CJ가 CJ푸드빌 매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꾸준히 거론된다. 지난 8월 CJ푸드빌이 CJ제일제당과 공동으로 보유하던 ‘비비고’ 브랜드를 CJ제일제당 단독 소유로 변경한 것도 이런 추측에 힘을 싣는다. CJ푸드빌 매각설을 두고 이재현 CJ 회장이 그리는 ‘그레이트 CJ(2020년 매출 100조 원)’와 ‘월드베스트CJ(2030년 3개 이상 사업 세계 1등)’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과감한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의견과 CJ가 외식 사업을 모두 포기하기는 무리일 거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한편 한쪽으로 기울어진 가맹사업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다른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도 도미노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가맹사업의 기본 덕목은 상생이지만 현실은 갑을관계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단체교섭권·​광고판촉비 사전동의제·​가맹계약 갱신요구권 확대 등 가맹사업법 현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CJ푸드빌 관계자는 “​뚜레쥬르의 브랜드 가치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관련 부문의 주식 매각을 포함한 전략적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나, 아직 초기 단계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며 “​점주들과도 충분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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