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흉내만 내는 레트로는 가라" 진짜 옛것 '앤티크' 소비하는 2030

고미술부터 뜨개질까지, AI 시대 진정성 추구…과거 생활 방식이 새로운 취향으로

2026.03.20(금) 15:28:03

[비즈한국] 2030세대에서 ‘앤티크(antique)’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옛 감성을 재현하는 레트로와 달리, 실제 시간의 흔적이 담긴 물건과 생활 방식을 직접 찾고 경험하는 흐름이다. 뜨개질과 쑥뜸부터 고미술 상가 탐방까지, 과거의 생활 양식이 새로운 취향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답십리 고미술 상가에 오래된 목가구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윤채현 인턴기자

 

지난 18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 상가. 좁은 복도를 따라 빼곡히 들어선 상점 사이로 젊은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오래된 목가구와 도자기가 진열된 공간에서 물건을 직접 살피며 사진을 찍고, 가게 주인과 대화를 나누며 제작 연도를 묻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1980년대 고미술 전문 상점들이 모여들며 형성된 이 상가는 최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타고 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지난달 네이버 월 검색량은 6710건으로, 지난해 2월(525건)과 비교해 열 배 이상 급증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골동품을 판매해온 A 씨는 “예전에는 일본이나 유럽에서 온 외국인 손님이 주를 이뤘는데, 요즘은 20대가 더 많다”며 “최근 한두 달 사이 젊은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었고,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대가 5000원부터 수십만 원까지 다양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 진짜 옛날 물건이라는 점에 끌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대문구의 뜨개질 카페. 평일 오전임에도 이용객들이 적지 않았다. 사진=윤채현 인턴기자

 

뜨개질 카페도 작년을 기점으로 젊은 층의 신규 유입이 급증하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18일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의 뜨개질 카페에는 이용 시간을 3시간으로 제한한다는 안내문까지 붙었다. 주말과 방학 시즌에는 자리가 부족할 만큼 방문객이 몰리기 때문이다.
 

카페 관계자는 “주말이나 방학에는 자리가 다 찰 때도 있다”며 “요즘은 대학생을 중심으로 젊은 층 방문이 많아 이용객의 절반 이상이 20대”라고 밝혔다. 다른 직원도 “작년을 기점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커플이 서로 떠주거나 친구 추천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 방문객은 부모님을 모시고 온 손님부터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이들까지 다양했다. 각자의 페이스로 작업에 집중하는 모습도, 대화를 나누며 함께 뜨개질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평소 뜨개질을 즐긴다는 B 씨(25)는 “혼자 있을 때 심심해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꾸준히 하고 있다”며 “당근마켓으로 동호회에도 들어가고 카페도 종종 찾는다”고 전했다.

 

한 여성이 카페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다. 사진=윤채현 인턴기자

 

전통적인 건강 관리법인 쑥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쑥뜸은 쑥을 태워 발생하는 열기와 연기를 이용하는 전통 온열 요법으로, 주로 배나 혈 자리에 온열을 전달해 혈액순환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20~30대의 ‘쑥뜸’ 검색량은 지난달 최고치(100)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5.7배 증가한 수치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전통 건강 관리법이 젊은 세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 송파구에서 쑥뜸방을 운영하는 C 씨(65)는 “예전에는 50대 이상이나 부부가 난임 치료 목적으로 주로 찾아왔는데, 최근에는 젊은 손님이 늘어 전체의 약 30% 수준을 차지한다”며 “피로 해소, 건강 관리, 미용 등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하고 주말 예약은 금방 마감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기존의 레트로 열풍과 결이 다르다. 레트로가 옛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것이라면, 앤티크는 시간의 흔적이 실제로 축적된 물건과 생활 방식을 직접 소비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관광지화된 공간보다 답십리 고미술 상가처럼 생활의 결이 남아 있는 장소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의 쑥뜸방을 찾아가 직접 쑥뜸을 경험했다. 배에 올린 뜸기에서 따뜻한 열기가 올라왔다. 사진=윤채현 인턴기자


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이미지 중심의 빠른 소비에 피로를 느끼면서 시간의 흔적이 담긴 물건과 생활 방식을 통해 밀도 있는 경험을 추구한다고 분석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그로 인한 피로감도 크게 체감하고, 효율과 속도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안정감과 아날로그 감각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한다혜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AI와 디지털 기술이 무엇이든 빠르게 복제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이럴수록 사람들은 오랜 시간이 축적된 것, 손의 감각이 남아 있는 ‘진짜’에 더 큰 가치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은 “시간의 흔적이 남은 물건이나 생활 방식에서 정서적 안정감과 차별화된 취향을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과거에도 향수를 느끼는 ‘아네모이아’가 더해지면서, 오래된 것에서 위안과 개성을 함께 발견하는 모습도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앤티크 소비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류 소비문화로 굳어지기보다는, 디지털 피로와 시대적 불안 속에서 일부 소비자층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취향 코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윤채현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감튀가 꼭 좋다기보단…" 2030이 '초단기 모임'에 빠진 이유
· 알리페이 스티커에 따라붙은 '중국인 음모론' 사실은…
· 을지로 '혜민당' 4월 철거, 재개발에 스러지는 근대 서울의 풍경
· [현장] '홍길동' 가짜 신분증 무사 통과…전자담배 무인판매점 성인 인증 '구멍'
· AI 프로그램으로 블로그도 뚝딱…'쓰레기 정보' 넘쳐난다
· [디자인 와이너리] 21년 만에 출시된 신상 '필름' 카메라 펜탁스 17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