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연말 청문회 이후 약 3개월 만에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새벽배송 현장 체험에 나섰다. 로저스 대표가 직접 프레시백을 배송하고 회수하는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이번 체험은 과로 논란이 집중된 퀵플렉스가 아닌 직고용 인력 ‘쿠팡친구’와 함께 진행돼, 현장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문회 후 3개월 만에 새벽배송 체험
지난 19일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새벽배송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쿠팡에 따르면 로저스 대표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일대에서 19일 오후 8시 30분부터 20일 오전 6시 30분까지 배송 업무를 수행했다.
이번 체험은 국회 청문회에서 제기된 ‘현장 이해 부족’ 지적에 대한 후속 조치로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벽배송 노동자의 사망 사례를 언급하며 쿠팡의 근무 환경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염 의원은 “야간 배송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해보자”고 제안했고, 로저스 대표는 “유사한 경험이 있다”며 “의원과 함께 해보길 바란다”고 답했다. 쿠팡 측은 “이번 새벽배송 체험은 국회에서의 약속 이행과 신뢰 강화를 위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청문회 직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체험은 약 3개월이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실무 협의 과정에서 일정과 조건 조율이 지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염 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 “쿠팡의 수차례 연기 요청과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했고, 그러다 보니 함께 하기로 했던 동료의원들이 참여하지 못한 점도 매우 아쉬웠다”고 전했다.
로저스 대표와 염 의원은 성남 야탑 쿠팡로지스틱스(CLS) 배송캠프에서 안전교육과 상차 작업을 마친 뒤, 쿠팡 직고용 배송기사인 ‘쿠팡친구’와 동승해 각각 배송에 나섰다. 성남 중원구 일대의 아파트와 빌라, 단독주택 등을 돌며 배송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분과 상차, 배송, 프레시백 회수·반납 등의 업무가 체험 과정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로저스 대표는 본 체험에 앞서 지난 12일 성남 인근 쿠팡 캠프에서 예행연습도 진행했다. 물류 분류와 상차, 배송 동선 등을 사전에 숙지하는 등 준비 과정을 거쳤다. 로저스 대표는 “배송 인력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이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안전하고 선진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퀵플 아닌 쿠친 체험에 “현실 반영 부족” 지적도
이번 체험을 두고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실제 과로 문제가 집중된 ‘퀵플렉스’ 기사들이 아닌, 쿠팡 직고용 배송기사인 ‘쿠팡친구’와 함께 진행됐기 때문이다.
쿠팡의 배송 인력은 크게 직고용 형태인 쿠팡친구와 위탁 구조로 운영되는 퀵플렉스 기사로 나뉜다. 쿠팡친구는 근로시간과 휴식 등이 일정 부분 보장되는 반면, 퀵플렉스 기사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간접고용 인력으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노동 강도와 과로 문제가 주로 퀵플렉스 기사들에게 집중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택배노조 등에 따르면 최근 과로로 인한 사망 사례 역시 대부분 퀵플렉스 기사들에게서 발생했다.
택배노조 측은 “현장을 직접 경험하겠다는 시도 자체의 의미를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체험은 지금까지 과로로 쓰러져 온 택배노동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로저스 대표와 염태영 의원은 각각 150개 수준의 물량을 배송했다. 노동조합이 확인한 결과, 해당 구역 전체 물량이 아닌 일부만 배송됐으며, 나머지는 다른 노동자들이 분담했다. 배송 과정 중 두 차례, 각 30분씩의 휴식시간도 있었다”며 “퀵플렉스 택배노동자들은 이러한 조건에서 일할 수 없다. 하루 물량 전체를 정해진 시간 안에 완료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쉴 수 없으며 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 의원 역시 체험 이후 현장과의 괴리를 언급했다. 염 의원은 사전에 퀵플렉스 기사와 별도로 야간배송을 체험했다며 “당시 배송 물량은 약 340개로 이번 체험보다 훨씬 많았고, 휴식 없이 작업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퀵플렉스 기사들은 잠시도 쉬지 못한 채 골목과 계단을 오르내리며 배송을 이어간다. 오로지 자신의 노동으로 수입을 만들어야 하는 구조 속에서 노동 강도가 크게 높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염 의원은 체험 과정에서 로저스 대표에게 실제 현장 영상을 보여주며 노동 강도와 근무 환경 문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배송 물량이 늘어도 수입이 개선되지 않는 구조를 지적하며, ‘야간 적정 근무시간 보장’과 ‘분류작업 제외’ 등 사회적 합의 이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쿠팡 측은 “앞으로 배송현장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직원 근무여건과 건강권을 강화하는데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
[데스크칼럼] BTS 광화문 공연, 시민은 알 권리가 있다
·
[기술간첩] ① "승진 좌절 뒤 자료 114건 출력" LG디스플레이 기술유출사건 전말
·
국제유가 폭등에 주유소·플라스틱 업계 벼랑 끝 "더는 못 버텨"
·
'720억 미정산' 크로스파이낸스 회생 문턱서 좌초…파산 기로 섰다
·
SSG 새벽배송 맡은 CJ대한통운, 다단계 위수탁 구조에 '파열음'
·
수익성 악화에 기사 몫부터 줄이나…롯데택배 급지 개편 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