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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보라색 물결이 만든 경제, '아미노믹스'의 탄생

단순 이벤트 넘어 유통·관광·콘텐츠 전반에 실질적 경제 효과 발생

2026.03.23(Mon) 14:37:12

[비즈한국] 광화문을 수놓은 보라색 물결은 단순한 공연의 풍경이 아니었다.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이 만들어낸 것은 음악이 아니라 ‘경제’였다. 편의점 매출이 급증하고, 백화점과 면세점이 외국인 고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풍경은 이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하나의 견고한 소비 구조로 정착하고 있다.

 

이 현상을 기존 소비 사이클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소비는 금리, 소득, 경기 등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팬덤 소비는 다르다. 가격이 올라가도 줄지 않고, 경기 침체에도 꺾이지 않는다. 이는 전통적인 경기 민감 소비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띠며,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안전자산의 성격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팬덤 소비는 안정적인 소비 동력으로 평가되며, 공연을 보기 위해 입국한 해외 팬들의 숙박·쇼핑·식음료 소비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오프라인 플랫폼처럼 작동하게 만든다. BTS 광화문 공연이 열린 지난 21일 굿즈 판매장에서 단국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유학생들이 포토카드를 뽑고 좋아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런 현상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 수는 이미 연간 1900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외국인 카드 소비액은 20조 원에 달해 국내 소매 시장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다. BTS의 공연은 단순한 티켓 판매를 넘어 전 세계의 자본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관광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적 변화는 과거 일본이 경험했던 사례와 비슷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던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일본의 주요 백화점들은 면세 매출의 폭발적 증가에 힘입어 주가가 3배에서 4배가량 상승했다.

 

우리나라도 원화 약세 흐름과 K-콘텐츠의 인기가 맞물리며 외국인 소비가 내수 성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백화점과 면세점은 단순한 내수 업종이 아니라 글로벌 인바운드 소비의 핵심 채널로 재평가받아야 하며, 신세계와 같은 주요 유통사들의 가치가 재정의돼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아미노믹스’의 본질은 콘텐츠가 소비를 넘어 자본을 이동시킨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상품이 국경을 넘었지만, 이제는 사람이 움직인다. 공연을 보기 위해 입국한 팬들은 숙박, 쇼핑, 식음료 소비까지 이어지며 도시 전체를 하나의 소비 플랫폼으로 만든다. 광화문 일대가 하나의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기능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변화의 중심에는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기업들이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BTS의 이번 활동 재개로 하이브의 올해 매출은 4조 6000억 원, 영업이익은 58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규 5집 아리랑이 기록한 선주문 406만 장과 190개국에 송출된 넷플릭스 생중계는 콘텐츠가 어떻게 글로벌 플랫폼과 결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지 보여준다.

 

특히 600만 명 규모의 월드투어에서 채택된 360도 개방형 무대는 좌석 효율을 높여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진화를 보여줬다. 제조업과 달리 한계비용이 낮고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콘텐츠 IP 산업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대우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콘텐츠 IP를 보유한 기업은 엔터주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백화점과 면세점은 더 이상 내수 업종이 아니라 인바운드 소비의 핵심 채널이며, 편의점과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이벤트 기반 트레이딩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다만 특정 IP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제2의 BTS’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지속성이 약해질 수 있다. 또 관광, 콘텐츠, 유통을 연결하는 정책적 지원이 부족할 경우 효과는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를 시스템화해 후발 아티스트들의 성장 주기를 단축시키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이제 금리와 정책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 광화문에서 확인된 보라색 물결은 팬덤이 자본이 되고, 콘텐츠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팬덤 자본주의 시대가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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