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 60대 후반 A 씨. A 씨는 올해 7~8월 중 60억 원가량에 집을 매도하기로 1월 말 매수인과 이야기를 끝냈다. 가계약금 2억 원을 받고, 계약서는 4월초에 쓰기로 했다. A 씨는 곧바로 강남의 다른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하고, 받은 2억 원을 그대로 가계약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최근 매수인이 말을 바꿨다. “4억 원을 깎아주지 않으면 계약을 없던 것으로 하자. 가계약금 2억 원 포기하겠다”고 통보했다.
A 씨 아파트 호가가 최근 50억~59억 원으로 떨어지다 보니, 매수인은 2억 원을 포기하더라도 더 저렴한 매물을 매매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A 씨는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자기 아파트를 매도하지 않으면, 새 아파트를 매수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 특히 가계약금으로 받은 2억 원은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고, 이 경우 6000만 원이 넘는 세금이 나오기 때문에 매도·매수 불발 시 고스란히 세금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A 씨는 4억 원을 깎아줄지, 아니면 계약을 엎을지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최고가 대비 10억 원 이상 하락
서울 서초구의 대형 평수 아파트를 매도하려 했던 B 씨도 최근 매물을 사실상 거둬들였다. 1주택자인 B 씨는 보유세가 급등할 것을 우려해 매도하려 했지만, 몇 개월 사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중개업소의 권유로 호가를 4억 원가량 낮췄지만, 거의 매주 보러 오던 매수 희망자들이 거의 끊겼다. B 씨는 “지금 같은 분위기면 호가보다도 더 깎아줘야 팔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라며 “거의 매주 한두 팀이 보고 갔다면, 지난 3주 동안은 딱 한 팀만 보고 갔다. 같은 평수의 다른 매물들 호가를 보니 대부분 5억 원 이상 낮췄더라”라고 설명했다.
5억 원 이상 호가가 급락하다 보니 강남 아파트 단지에서 ‘계약 취소’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르는 게 값’이라던 매도인 우위 시장이었지만, 이재명 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 시사에 매물이 급증하며 매수인 우위 시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 특히 호가가 수억 원에서 많게는 최고가 대비 10억 원 이상 하락하자 이미 계약을 한 집들도 ‘계약 취소’가 발생하거나 우려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거래 시 가계약금으로 통상 1억~2억 원가량을 주고받고, 1~2주 후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거래대금의 10%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가격 급락 흐름이 계속되면서 매수인들이 ‘계약 포기’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
서초동의 부동산중개업자는 “가격이 급등할 때에는 매도인 측이 1억~2억 원가량의 가계약금이나 4억~5억 원가량의 계약금을 배상하고 더 비싼 가격에 처분하는 일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꾸로 매수인들이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계약 취소를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집을 사려고 관심 갖던 매수 희망자들에게 ‘좋은 매물이 나왔다’고 연락해도 ‘지금은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며 관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귀띔했다.
#계약 취소해도 ‘가계약금’은 과세
계약이 파기되면서 가계약금을 받게 된 매도인들은 당장 수억 원의 수입이 생기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다. 가계약금이 세무 당국에 의해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으로 분류되기 때문.
부동산 계약 파기로 인한 위약금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다른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 건넨 가계약금은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부동산 비용 등 약간의 비용을 제하더라도 대부분 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에 30%대의 세금을 내야 한다. 1억 원의 가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받은 경우, 2000만 원대의 세금이 발생한다. 만일 직장에서 은퇴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고령층 매도인이라면 건강보험료가 월 100만 원 이상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러다 보니 최근 변호사나 세무사들한테는 ‘부동산 계약 해지’와 관련한 상담이 종종 접수되곤 한다. 매도인으로부터 돈을 빌려 매매하는 형식이나, 토지거래허가제 필수 등 계약 형식이 복잡해면서 ‘책임’을 다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인들 소개로 부동산 계약 과정에서 책임이 있는지 상담을 요청받은 경우가 최근 몇 차례 있었다. 강남 아파트의 경우 계약 금액이 최소 수십억 원 규모로 크다 보니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따지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며 “계약 포기와 같은 단순 변심은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보니 이런 급락장에서는 ‘집을 잘 사고파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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