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회생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이던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가 파산의 기로에 섰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크로스파이낸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크로스파이낸스에서는 결제대행사(PG사)였던 루멘페이먼츠의 대금 가로채기로 인해 2024년 8월 724억 원대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최소 인력만 남긴 채 법인을 유지하며 채권 추심과 상환을 해왔으나 회생절차가 중단되면서 사실상 파산을 앞두게 됐다.
3월 16일 서울회생법원 제16부는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의 회생절차를 폐지했다. 법원은 폐지 사유로 "채무자의 관리인이 회생계획안 제출을 철회했고, 정해진 기간 안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명시했다. 이번 폐지로 크로스파이낸스는 회생계획안을 가결하기 전에 회생절차를 종료하게 됐다. 3월 19일로 예정됐던 관계인집회도 취소됐다. 크로스파이낸스 소송대리인은 3월 9일 회생절차 폐지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크로스파이낸스가 회생계획안을 철회한 것은 관계인집회를 열어도 정해진 기간 안에 채권자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생관리인을 맡은 곽기웅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 대표는 “기업가치 훼손 최소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했고, 2025년 9월 15일 인수 예정자를 확정했다. 12월 12일에는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라며 “그럼에도 관계인집회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회생법원의 권고로 회생계획안 제출을 철회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곽 대표에 따르면 1월 29일 열린 1차 관계인집회에서 주요 법인 채권자는 회생계획안에 사전 동의했으나 개인 채권자는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개인 채권자들이 우편으로도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서 회생계획안의 심리·결의는 연기됐다. 현재 크로스파이낸스 회생사건의 채권자는 317명에 달하며, 이 중 대부분이 개인 채권자다. 크로스파이낸스의 소송대리인에 따르면 투자금을 정산받지 못한 개인 투자자 다수가 회생절차 진행 중 채권자로 참여하면서 계획안 가결에 필요한 관계인 수도 급격히 늘었다.
2차 관계인집회가 3월 19일로 예정됐지만 회생법원은 크로스파이낸스가 회생계획안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폐지를 권고했다. 법인 회생의 경우 회생절차 개시 뒤 정해진 기간 안에 계획안을 가결해야 하는데, 법원은 크로스파이낸스가 채권자로부터 필요한 동의율(약 66%)을 넘기기 어렵다고 본 것으로 전해진다.
회생계획안 철회와 함께 M&A도 무산됐다. 크로스파이낸스의 최종 인수 예정자는 전자상거래 업체로, 인수 확정 시 채권 변제 후 온투업을 재개한다는 청사진을 그렸지만 계획에 그치게 됐다(관련 기사 '720억 미정산' 크로스파이낸스, 회생계획안 제출…인가 전 M&A 결론 임박).
다만 곽기웅 대표는 “회생폐지 결정으로 인수 예정자의 권리나 의무는 소멸됐다”면서도 “아직 인수 예정자의 매수 의지가 있다. 주요 법인 채권자도 기존 매수안의 변제율에 대한 동의 의사가 있다. 개인 채권자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면 다시 회생을 신청할 기회가 있다”고 전했다.
크로스파이낸스는 파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통상 법인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파산 선고로 이어진다. 회생계획 인가 전 폐지의 경우 관리인이나 채무자가 파산을 신청하거나 법원이 상황에 따라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할 수 있다. 회생절차를 중단하면 회생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며 채권자가 파산을 신청할 수 있다. 법인 채권자의 경우 투자금을 손상 처리하기 위해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채무가 있는 법인이 파산하면 남은 법인의 재산을 현금화해 채권자에게 배분한다. 문제는 크로스파이낸스가 2024년 8월 미정산 사태 이후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해 남은 재산을 현금화하더라도 충분히 변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크로스파이낸스는 구조조정을 거쳐 곽기웅 대표와 최소 인원으로 회사 형태를 유지하면서 채권 추심과 상환을 해왔으나, 현재는 모든 임직원이 퇴사해 곽 대표만 남은 상황이다.
그러나 곽 대표는 파산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회생폐지가 확정되면 회생절차 개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채권자가 법적 조치를 시작하면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워져 파산으로 이어진다”면서도 “당분간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파산 신청은 고려하지 않는다. 파산 시 투자금 상환과 분배 절차가 중단될 수 있어서다. 지속적인 채권 추심으로 투자금 정산과 분배를 차질 없이 이어가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곽 대표는 “다만 파산 신청은 채권자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만일을 대비해 충분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앞으로 파산이나 영업 중단 사태가 발생해도 채권 추심과 투자금 분배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인지그룹과 코스콤이 지분을 보유한 P2P 업체로, 소상공인에 특화한 금융 서비스를 하며 ‘카드 매출 선정산 상품’을 취급했다. 이는 소상공인이 카드 매출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상품으로, 투자자 펀딩으로 모은 대출금을 선정산 업체를 거쳐 소상공인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그런데 2024년 8월 대출금을 정산해야 하는 PG사인 루멘페이먼츠가 중간에서 정산 대금을 가로채면서 크로스파이낸스도 펀딩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정산하지 못하게 됐다. 크로스파이낸스의 미정산 대출 잔액은 724억 원 규모였고, 투자자 수는 9000명이 넘었다.
대규모 상환 지연 사태를 일으킨 김인환 루멘페이먼츠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5년과 추징금 408억 원을 선고받았다. 김 대표는 크로스파이낸스 등 P2P 업체에 지급하지 않은 정산금을 카드비, 생활비 등으로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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