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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증명] 상표 등록만 하면 '끝'이 아닌 까닭

'불사용취소심판' 통해 권리 소멸 가능…동일성 범위 내에서 꾸준히 사용하는지 점검해야

2021.06.30(Wed) 09:39:11

[비즈한국] 지식재산권은 상표·특허·​디자인 같은 산업재산권과 문학·​음악·​미술 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4차 산업의 부상으로 중요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전문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식재산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 혹은 개인이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최신 트렌드를 소개한다.

 

올해 초 쿠팡이 중소기업인 와우맘을 상대로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해 크게 이슈가 된 일이 있다. 쿠팡은 2020년 9월 와우맘을 화장품 소매업 등으로 상표출원을 했는데, 선행하는 와우맘 상표로 인하여 그해 11월 특허청으로부터 거절 의견을 받았다. 이에 쿠팡은 해당 상표를 소멸시키기 위하여 불사용취소심판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중소기업인 와우맘이 상표사용 증거를 제출하자 쿠팡이 심판을 취하하면서 마무리됐다.

 

쿠팡의 공격적인 상표 출원은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이 출원한 상표 수는 758건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불사용취소심판은 등록만 해 놓고 사용하고 있지 않은 상표를 정리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표사용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제도이다. 상표권자에게 상표 사용을 촉진하는 한편, 상표의 선출원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상표는 선출원주의로서 먼저 특허청에 상표의 등록을 신청한 자가 상표권을 획득하게 되고, 이를 독점하게 된다. 하지만 상표를 선점만 하고 사용하지 않는 경우, 타인에게 상표 선택의 제한이 가해지기 때문에 이러한 불사용취소심판제도를 통하여 불사용 상표를 정리할 수 있다. 즉 상표가 등록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등록된 상표를 동일성 범위내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에 의하면,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 중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았을 때는 누구든지 심판에 의하여 그 상표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사용취소심판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등록상표의 사용 여부다. 등록상표의 사용 시 주의할 점이 바로 ‘등록상표를 동일성 범위 내에서 사용하였느냐’이다. 이를 위해선 출원 시 상표의 선택을 신중히 해야한다.

 

#로고와 문자…따로 출원할까, 같이 출원할까

 

로고와 문자가 결합된 상표는 출원 시에 특히 더 신경 써야 한다. 보통 상표를 브랜드 업체 등에 맡기면 로고와 함께 문자가 결합된 상표를 받게 된다. 이때 로고와 문자를 결합해서 하나의 출원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 아니면 로고와 문자 별도로 출원을 진행 할 수도 있다. 

 

여기엔 장단점이 있다. 결합상표를 결합된 상태 그대로 출원하게 되면 비용은 그만큼 절약되지만, 등록 후 상표를 사용할 때 결합된 상태로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등록상표를 동일성 범위 내에서 사용한 것이 아닌 걸로 간주돼 불사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판례는 등록상표가 결합상표이고, 이를 이루는 기호나 문자 또는 도형들이 각기 상표의 요부를 구성하고 있는 경우에 그 중 어느 한 부분만을 상표로 사용할 경우 동일성 범위에서 정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 경우 불사용취소심판으로 상표권이 소멸될 수 있다. 다만 등록상표의 구성 중 식별력이 없는 부분이 삭제되거나, 한글음역 부분이 삭제된 경우에는 거래통념상 식별표지로서 상표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범위 내에서 변형된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로고+세종대왕+식당을 식당업에 대하여 등록받고 로고+식당만을 사용하거나 세종대왕+식당만을 사용하는 경우, 상표의 요부라 볼 수 있는 로고나 세종대왕을 삭제하고 사용하게 되면 등록상표의 동일성 범위를 벗어나 불사용의 대상이 된다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식별력이 없는 식당을 삭제하고 로고+세종대왕만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표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범위 내의 것으로 인정돼 불사용의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결합상표를 분리해 각각 상표 출원하게 되면 그만큼 비용은 증가하지만 등록 후 사용이 더 자유롭다. 법원은 등록상표에 식별력이 있는 부분을 추가하여 사용한 경우, 서로 분리가 가능하다면 거래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라고 판결한 바 있다. 반면 등록상표에 식별력이 없는 부분을 추가해 사용한 경우, 거래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내용도 있다. 즉 결합상표를 분리해 상표등록 받은 이후 다시 결합해 사용하거나 다른 부분을 결합해 사용한다 하더라도 등록된 상표의 동일성 범위 내로 볼 수 있어 불사용으로 취소되지 않는다.  

 

#불사용취소심판은 언제·어떻게 진행될까

 

앞선 쿠팡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보통은 상표출원 후 선행상표로 인한 거절 의견을 받고 선행상표를 소멸시키기 위하여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하게 된다. 또한 거절의견이 예상되는 경우 미리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해 선행상표를 소멸시킬 수도 있다. 먼저 출원된 자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선출원주의를 고려하면 불사용취소심판 진행 중이라고 하더라도 제3자가 불쑥 먼저 상표출원을 진행해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불사용취소심판 청구 전에 상표출원을 먼저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편 선행하는 상표가 불사용으로 취소되기 전이라도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했음을 이유로 해당상표의 심사 보류를 신청할 수 있고, 심사 보류를 신청하게 되면 불사용취소심판이 확정되기까지 해당상표의 심사가 보류된다. 

 

지난해 쿠팡이 출원했던 와우맘 관련 상표들. 현재는 대부분 출원심사처리가 보류돼 있다. 사진=특허정보사이트 키프리스

 

불사용취소심판이 청구되면 등록상표의 사용사실에 대해서는 피청구인인 상표권자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 불사용취소심판의 청구인은 해당 등록상표가 불사용 되고 있다는 주장만 하면 되고, 등록상표가 실제 사용된 사실에 대해서는 상표권자 측에서 증거를 통해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쿠팡 사례에서도 등록상표권자인 와우맘 측에서 상표의 사용 증거를 제출하자 쿠팡 측에서 심판을 취하했다. 

 

출원 후 상표의 변경은 엄격히 제한된다. 따라서 출원상표가 등록이 되면 그대로 ‘등록상표’가 되기 때문에 등록상표의 동일성 범위 내 사용은 출원상표의 동일성 범위 내 사용과 연결된다. 중요한 건 미리 불사용취소심판까지 고려해 신중하게 상표를 출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 사용하는 상표 또는 사용 예정인 상표로 출원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고, 결합상표라면 가능한 분리해 출원하는 것도 고려함으로써 등록 후 불사용으로 취소되는 것에 대하여 미리 대비하는 게 좋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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