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수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꾸리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신한금융지주로, 9월 말 차기 회장의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정권 교체와 함께 국내 금융지주 수장도 바뀔지 주목되는 가운데, 진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등 원만한 관계를 보이면서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9월 26일 회장추천위원회 사무국 운영을 시작하고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 추천을 위한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했다. 회추위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회장 후보 추천을 위한 심의 기준을 논의했다. 회추위 위원장은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맡았으며 곽 위원장을 포함한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됐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회추위는 매년 정기적으로 승계 후보군을 선정하며, 그룹 외부 후보의 경우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전문 기관 추천을 받는다. 최종 후보는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한 회의에서 결정하며,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 선정된 신임 회장은 2026년 3월 취임한다.
진옥동 회장이 선정됐던 2022년 회장 후보 추천 절차를 보면, 회추위는 11월 초 회의를 시작해 11월 말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을 확정했다. 이후 후보자 면접을 거쳐 12월 초 진옥동 회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올해는 회추위 가동 시기가 한 달 이상 당겨진 만큼 이르면 11월 중 최종 후보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이 은행권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청한 만큼 최종 후보 발표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당국은 2023년 12월 발표한 ‘은행 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에서 해외와 비교해 국내 은행·지주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의 평가·검증 기간이 짧다는 점, 승계절차 개시 시점이 늦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모범 관행에는 CEO의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절차를 시작할 것, 단계별 절차의 소요 기간을 충분히 확보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긴 원칙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둔 나머지 금융지주도 회추위 개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을 보유한 주요 금융지주 회장 중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2026년에 임기가 끝난다. 이 중 양 회장만 내년 11월 임기가 만료되며, 나머지 세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내부 출신으로서 지주 부사장과 은행장을 거쳐 회장 자리에 오른 진 회장은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2024년, 2025년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재임 중 성적표도 나쁘지 않다. 정상혁 신한은행 행장도 회장 후보로 거론되나, 정 행장은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하면서 임기를 통상 1년 연장하는 관례를 깨고 2년을 부여받아 2026년 말까지 임기를 연장한 상태다.
진옥동 회장은 2023년 취임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해외 투자 설명회(IR)에 나서며 글로벌 사업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올해 들어서는 4월부터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일대를, 5월에는 독일·영국·폴란드 등 유럽을 순회했다.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내 해외 사업 비중은 2023년 12.6%, 2024년 17.1% 증가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14.2%로 소폭 꺾였으나 그룹 해외 손익은 43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정권 교체로 인한 ‘물갈이’ 인사도 피할지 주목된다. 진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유엔총회 순방에도 동행하는 등 새 정부 코드에 적극 맞추는 모양새다. 진옥동 회장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함께 9월 2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서밋’에 금융권 인사로 참석했다. 이 행사는 이재명 정부가 주식 시장의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한국 경제 정책을 소개한 자리였다. 진 회장은 앞서 이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하는 등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첫 국정감사에 소환될 위기도 피했다. 신한금융이 일명 ‘김건희 집사 게이트’ 관련 투자사로 얽히면서 국감 논의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타깃에서 벗어났다. 올해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주요 금융지주와 시중은행 수장이 모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한편 신한금융은 4~5개월 전부터 회장 후보 육성을 준비해왔다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 관행이 나오기 전부터 원활한 경영승계를 위한 절차를 마련했다”며 “현 회장을 포함해 내·외부 후보 검증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답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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