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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마운자로 잡아라" 국내 비만약 개발 차별화 포인트는?

주사제 아닌 패치·경구형 연구 활발…구토 등 위장 부작용 줄이고 근육 감소 억제

2025.10.29(Wed) 14:55:00

[비즈한국] 글로벌 비만약 위고비, 마운자로가 국내 비만약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유사작용제인 ​위고비(성분 세마글루타이드)​는 출시된 이후 국내 비만약 시장을 이전의 2배 이상으로 키웠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비만약 매출 2718억 원 중 위고비 매출이 2133억 원으로 약 80%에 이른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위고비를 앞서는 GLP-1/GIP(위 억제 펩타이드) 이중작용 기전의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성분 티르제파타이드)​도 8월 국내 출시됐다. 이에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은 안전성·제형 등을 차별화 요소로 놓고 개발에 나섰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비만약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위고비, 마운자로와의 차별 요소를 부각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사진=생성형AI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한국형 비만약으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2026년 하반기 출시하는 게 목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 임상 3상 시험 중인데 투약 40주 차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최대 30%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5% 이상 체중이 감량된 시험대상자 비율은 79.42%(위약 14.49%)였으며, 10% 이상 몸무게가 빠진 대상자 비율은 49.46%(위약 6.52%), 15% 이상은 19.86%(위약 2.90%)로 나타났다. 체중 감량 효과뿐만 아니라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유사작용제에서 나타나는 구토나 오심, 설사 등의 위장관계 부작용도 적다는 게 한미약품 측 설명이다. 경기 평택 바이오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의 비만약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필두로 △근손실을 최소화하며 체중감량 효능을 극대화한 삼중작용제 ‘HM15275’ △체중 감량과 근육량 증가를 동시에 유도하는 기전의 ‘HM17321’ △복약순응도가 높은 경구·패치형 제제 등의 비만약을 개발하며 비만 혁신신약 개발 프로젝트 ‘H.O.P’를 가동 중이다. 비만약들에 더해 환자들의 식이, 운동 등의 생활습관 일체를 관리할 수 있는 비만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지털치료제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통상 비만약 개발사들이 60주 차 이상 투약 결과를 발표하는 것과 달리, 40주 차 중간 톱라인 결과를 공개한 것은 그만큼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우수한 경쟁력과 안전성, 시장성을 자신하기 때문”이라며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 이후 순차적으로 선보이게 될 다른 H.O.P 프로젝트의 가시적 성과도 기대되는 만큼 첫 단추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성공적 론칭에 역량을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복용 편의성이 높은 먹거나 붙이는 비만약도 국내 기업이 주목하는 영역이다. 일동제약의 신약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는 GLP-1 계열의 경구용 비만약 후보물질 ‘ID110521156’ 의 임상 1상을 시험 중이다. 지난달 말 ID110521156 임상 1상 톱라인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사제 못지않은 체중 감량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경구용 비만약은 화이자, 암젠,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간 독성, 소화기 부작용 등 심각한 부작용을 극복하지 못해 개발을 중단한 분야라는 점에서 일동제약 유노비아의 도전에 관심이 쏠린다. 일동제약은 내년 ID110521156를 글로벌 임상 2상 시험에 진입시킨다는 목표다.

 

디앤디파마텍도 경구제형 펩타이드 플랫폼 기술 ‘오랄링크’를 기반으로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 바이오기업 멧세라에 기술수출한 물질만 6종이며 총 계약규모는 5억 8650만 달러(8419억 원)에 이른다. 이 중 ‘MET-002o’는 미국에서 임상 1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멧세라는 지난달 22일 화이자가 49억 달러(7조 256억 원)에 인수했을 정도로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웅제약은 신약개발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와 마이크로니들에 기반한 패치형 비만약을 개발 중이다. 대웅테라퓨틱스의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기반 약물전달 플랫폼 ‘클로팜’을 탑재하고, 약물의 균일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가압 건조’와 오염 위험을 낮춘 ‘완전밀착 포장’ 기술을 적용했다. 이 패치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으로 구성된 미세바늘을 피부에 부착하면 약물을 피부 진피층으로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경구제​는 흡수율이 주사제의 80% 이상이지만 생체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이 패치는 ​생체이용률이 경구제보다 160배가량 높다. 대웅테라퓨틱스는 이달 1일 식약처로부터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비만약 후보물질 ‘DWRX5003’의 임상 1상 시험계획을 받아 임상시험 진입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국내 기업의 비만약 시장진입 속도는 늦을 수밖에 없지만 후발주자라고 해서 전망이 흐리지만은 않다. 그로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약 시장은 지난해 334억 달러(48조 원)에서 연평균 13.7%씩 급성장해 2030년 733억 달러(10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긴급 치료와 온라인으로 처방약을 제공하고 상담·배송 서비스를 지원하는 메드익스프레스의 의료담당 책임자 소피 딕스 박사도 “​글로벌 비만약 시장에서 First-in-class(계열 최초 신약)가 최고인 경우는 드물다”면서 “후속 약물은 더 강력하고 선택적이며 부작용을 완화하거나 병용요법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그 결과 효능, 내약성 및 편의성에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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