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제83회 골든글로브에서 각각 3개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K콘텐츠의 해외 진출 방식과 전략을 다시 돌아본다.
크게 세 가지 유형을 꼽을 수 있다. 하나는 한국 제작사와 창작자의 오리지널 작품이다. ‘어쩔수가없다’가 여기에 속한다. ‘어쩔수가없다’는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이병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만든 박해일과 탕웨이 주연의 ‘헤어질 결심’도 2023년 1월 80회 골든글로브 비영어작품상(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올랐었다. 아쉽게도 수상의 영광은 아르헨티나 영화 ‘아르헨티나, 1985’에 돌아갔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수상하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카데미는 모든 영화를 후보로 세울 수 있지만, 골든글로브는 드라마와 뮤지컬·코미디 부분으로 나눠 작품상과 연기상을 심사한다. 그런 점에서 ‘어쩔수가없다’가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이 절치부심한 흔적이 보이는데, 일단 형식적인 측면에서 블랙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유럽뿐 아니라 미국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현명한 선택이다. 소재나 주제 측면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중산충의 불안심리, 실업과 고용불안, 나아가 AI와 노동 대체 문제를 장르물 포맷에 잘 담아냈다. 이로써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꾀했다. 더구나 할리우드에 익숙한 이병헌의 캐스팅이 수상 가능성을 높인다.
두 번째 유형은 리메이크 합작 방식이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와 마찬가지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른 ‘부고니아’가 여기에 속한다. 이 작품은 이미 화제가 되었듯이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리메이크한 것이다.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작품성에 비해서 흥행에 참패해 시대를 앞서간 망작으로 평가된다. 제작비 33억 원에 손익분기점은 관객 100만 명이었지만 실제 영화를 본 관객 수는 7만 명이 조금 넘었다. 관객 수가 작품이 가능성을 온전히 대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부고니아’는 원작 투자와 배급을 담당한 CJ ENM가 2018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의 소산이다. 주인공 성과 직업을 여성 CEO로 교체하고, HBO 드라마 ‘석세션’을 쓴 윌 트레이시 작가와 장준환 감독이 공동으로 작업하면서 시나리오 완성도가 높아졌다. 이에 영화에 출연하고자 하는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많았는데, 엠마 스톤을 통해 강렬한 캐릭터로 완성되었다. 사회적 메시지도 더 강화했다.
국내에서는 외면당해도 세계 시장에서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우리 원작을 기본으로 협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면이 있다. 한국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해외에서 충분히 진가를 다시 인정받는 좋은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마지막 유형으로 K콘텐츠의 소재와 포맷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기획 제작한 방식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여기에 속한다. 넷플릭스 자본으로 제작 배급했지만 한국 문화를 잘 아는 캐나다 교포 매기 강(강민지) 감독과 K팝 음악인들이 대거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케데헌은 애니메이션 영화 부문에서 ‘주토피아2’, ‘엘리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아르코’, 프랑스 애니메이션 ‘리틀 아멜리’ 등과 함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케데헌의 수상 전망은 매우 밝다. ‘위키드: 포 굿’이 예상 밖으로 탈락한 것을 보면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주토피아2’, ‘귀멸의 칼날’은 모두 ‘위키드’처럼 속편에 해당한다. 케데헌이 오리지널 창작 콘텐츠로 큰 성과를 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유리하다. 여기에 주제가상과 박스오피스 흥행상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인종과 성, 연령대를 막론하고 크게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수상은 당연지사로 보인다. 더구나 그동안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K콘텐츠의 가치가 특별함을 더한다.
어느 때보다 골든글로브에서 한국 콘텐츠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동안 여러 창작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부지런하고 끈기 있게 시도한 결과일 것이다. 골든글로브에 그치지 않고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K콘텐츠가 세계 콘텐츠 시장 중심에 굳건히 자리 잡을 때까지, 순수 창작은 물론 다양한 리메이크, 현지화, 협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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