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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이번 어버이날 최고의 선물은?

현금? 꽃? 부모님의 투표를 도와드리는 건 어떨까?

2017.05.08(Mon) 11:51:18

[비즈한국] 5월이 되면 각종 기념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쏟아진다. 이런 조사에서 한결같이 어버이날 선호하는 선물 1위가 현금이다. 자식들이 주고 싶은 선물 순위인데, 어떤 조사에선 현금이 70% 이상 압도적 지지를 받기도 했다. 얼핏 생각하면 현금은 꽤 합리적 선물처럼 보이긴 한다. 상대가 원치않는 선물을 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단 받는 사람이 현금으로 원하는 걸 사면 되니까 가장 안전한 선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현금은 결코 선물이 아니다. 선물의 진정한 가치는 실용성이 아니다. 상대를 위한 마음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상대가 좋아할 것을 고르느라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들이는 것이 선물의 가장 큰 가치를 만든다. 그래서 현금은 선물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상대를 생각하는 고민 자체가 필요없기 때문이다. 그냥 액수만 따질 뿐이다. 얼마를 하면 내가 부담이 없을지가 관건일 뿐이다. 

 


용돈을 드리는 건 좋지만, 그걸 선물이란 이름으로 주는 건 반대다. 값으로 매길 수 없어야 좋은 선물이다. 선물에 담긴 마음이 선물의 핵심이기에. 하지만 돈은 그 자체로 값이 매겨진다. 돈은 돈이고, 선물은 선물이다. 적어도 선물에 품격은 있어야 하니까.

 

받고 싶은 선물 리스트에서는 부동의 1위 현금 외에 꽃, 편지가 상위권에 꼽힌다. 사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면서 손편지나 카드 한 장 써넣거나 꽃을 같이 하는 건 기본인데, 이걸 별도의 선물이라 여길 정도라는 건 그만큼 꽃도 손편지도 평소엔 안 줬다는 얘기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걸 하나 사서 포장하고, 그 속에 편지 한 장, 그리고 꽃도 한 송이 놓고, 돈은 계좌로 슬쩍 송금해두면 어떨까? 매번 선물할 때마다 뭘 할지 고민이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고민 좀 하면 어떤가?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 1년에 한두 번 하는 건데. 그런 고민마저 귀찮아서 현금을 선물 대신으로 여긴다는 건 참 속상하다.

 


어린이날에는 애들 데리고 외식하거나 놀러가는 이들이 많지만, 어버이날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애는 떼쓰고 울고, 부모님은 말없이 관대하니까. 대신 돈은 어버이날 더 많이 쓴다. 다 돈으로 떼운다. 함께 식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따로 떨어져 사는 사람들에겐 이런 자리가 1년에 몇 번 없을 수 있다. 비싸고 좋은 식당 많이 가봤지만, 솔직히 부모님 모시고 간 건 거의 없다. 이건 나만이 아니라, 꽤 많은 이들이 비슷할 거다. 미안해서 용돈을 더 보내드리지만, 사실 돈으로 사랑을 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참에 공개적으로 반성한다. 그렇다고 용돈 안 주잔 게 절대 아니다. 줄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많이 드려야 한다. 대신 절대 돈이 주연이 돼선 안된다. 식사하거나 선물 주거나 편지 쓰거나 하면서 곁들여 조연처럼 용돈을 건내라.​

 

그리고 이번 어버이날 최고의 선물은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선거에서 부모님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다.

 

어렸을 땐 자식이 부모 말을 듣고, 나이가 들면 부모가 자식 말을 듣는다고 했다. 선거가 대개 세대간 대결처럼 그려지는데, 그 말은 자식이 지지하는 후보와 부모가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단 얘기다. 이번 대선은 좀 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어르신들이 주변의 소문이나 유언비어, 가짜뉴스에 잘 속기도 쉽다. 우리 부모님을 가짜뉴스와 잘못된 선택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노력, 그것이야말로 어버이날의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5월 4일 서울역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시민들. 사진=최준필 기자


그분들은 누구보다 나라와 자식을 사랑한다. 그리고 자식의 진심 어린 조언에 귀기울이지 않을 부모는 없다. 겁부터 먹고 시도조차 포기하지 말고 과감히 시도해보라. 매번 선거 때마다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경상도에 사는 우리 부모님은 늘 ‘현명한’ 선택을 하신다.

 

자, 전화기를 들어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자. 맛있는 걸 사서 달려가도 좋다. 세상을 바꾸는 시작은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이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게 자식이 할 최고의 선물이 아니겠는가. (공교롭게도 선거일 다음날이 유권자의 날이다. 그리고 보름이기도 하다. 달이 가득 차듯, 기쁨과 희망이 가득한 날을 부모님과 함께 해도 좋을 듯하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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