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 5년 차를 앞두고 산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구조적 안전 부실을 바로잡기 위한 예방법이라는 취지와 달리, 사고 발생 시 처벌을 전제로 한 법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아서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서 “중대재해법은 처벌이 아닌 최고경영자의 책임 있는 안전 투자와 관리체계 구축을 유도하기 위한 법”이라며 현장의 오해를 정면으로 짚었다.
권태성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별관에서 열린 제약안전보건연합회 2025년 총회에 참석해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설명했다. 특히 중대재해법 취지에 대한 오해 불식에 나섰다. 권 청장은 “안전관리 부서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최고경영자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챙기지 않으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최고경영자가 안전과 보건에 투자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사망사고를 줄이겠다는 것이 중대재해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 관리했다면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은 제6조에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제4조와 제5조에 부여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등을 충실히 했음에도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 등은 면책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된 사건에 법원이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과 사고 간 인과관계를 부정하거나, 예견 및 회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나왔다. 올해 3월 울산지법은 2022년 12월 SK멀티유틸리티 하역장에서 노무관리 용역업체 소속 하청 노동자가 석탄에 깔려 숨진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SK멀티유틸리티 대표와 하청업체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권 청장은 이재명 정부가 노동안전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안전사고 관리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줄 것을 요청했다. 처음으로 생중계한 국무회의 안건이 중대재해 근절 대책이었고, 이재명 대통령은 “안전은 의무, 돈보다 생명이 귀중하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내고 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 현장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은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권 청장은 “중대재해법을 통한 사고 예방 정책 강화 기조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청장은 강연이 끝난 이후 비즈한국에 보건·안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제약·바이오 업계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는 협회·연합회와 행정적으로 연계해 정책을 소개하고 취지를 알려주는 채널이 반갑다”며 “건설업 쪽에서는 분기별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는데, 제약·바이오 업계와도 다양한 협력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약안전보건연합회는 제약사들이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정보를 교류하고 사내 안전보건 문화 확산을 위한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기 위해 설립된 자치단체다. 동아제약, 대웅제약, GC녹십자, 종근당, 유한양행 등 제약사와 에스티팜, 메디톡스, 지씨셀 등 바이오기업 40여 곳의 안전보건팀, ESG팀, SHE(안전관리)팀 등 안전보건 담당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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