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략을 발표하면서 중·일 관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국 민간 항공우주 기업 ‘능공천행과학기술(凌空天行科技, Space Transportation)’이 극초음속 미사일 ‘YKJ-1000’로 일본 열도를 타격하는 시뮬레이션을 공개해 방산업계 이목이 쏠린다.
이를 단순히 애국주의 마케팅이나 반일 정서에 편승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능공천행과학기술이 보유한 기술적 토대와 잠재력이 만만치 않다. 능공천행과학기술은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 졸업 후 중국운반로켓기술연구원(CALT)에서 국가 중대 프로젝트 주임 설계사로 활동한 왕위동(王毓栋)이 2018년 설립했다. 2019년 재사용로켓 ‘천행(天行)I’의 수평 착륙에 성공했고, 올 1월 램제트 엔진 기반의 극초음속 시험 비행체 발사를 성공하는 등 기술력을 입증해왔다.
그동안은 재사용 발사체와 준궤도 우주비행기 ‘관천석후(窜天石猴)’ 등 상업용 우주 기술 개발에 주력했는데, 최근 국방 분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능공천행과학기술이 공개한 YKJ-1000은 세계 최초 민간 기업 주도로 개발된 극초음속 미사일로 평가된다. 기존 무기 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일로 주목받는다.
YKJ-1000은 외형상 북한의 ‘화성-11가(KN-23)’ 개량형과 유사한 극초음속 활공체(HGV)의 모습이다. 마하 7 이상의 속도로 약 1300km를 비행할 수 있는 이 미사일은 로켓 부스터로 가속 후 대기권 상층에서 활공하며 목표물을 타격한다. 기동성이 높아져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MD)의 요격 난이도를 극도로 높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YKJ-1000은 활공체 자체에 2개의 보조 엔진을 탑재해 항공기에 버금가는 급격한 회피 기동과 우회 기동이 가능하다.
세계 최초로 HGV에 ‘군집 인공지능(Swarm AI)’ 기술을 적용한 것도 의미가 크다. 다수의 미사일이 상호 데이터 링크를 통해 위치와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요격망을 무력화하는 최적의 편대 비행 전술을 구사한다. 단순히 물리적 타격을 넘어 지능화된 공습 능력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능공천행과학기술은 미사일 제조 단가도 획기적으로 낮췄다. 자동차용 상용 마이크로프로세서(MCU)를 탑재하고, 부품의 90% 이상을 고가의 군용 규격(Mil-Spec)이 아닌 산업용 표준 부품(COTS)으로 대체했다. 미사일 동체의 핵심인 내열 소재에는 자체 개발한 1800도 내열 특수 시멘트 복합재를 적용한 점도 비용 절감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의회 예산국(CBO) 자료에 따르면 미국 육군의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인 ‘다크 이글’의 1발당 양산 단가는 약 4100만 달러(약 550억 원)다. 반면 YKJ-1000은 다크 이글의 10분의 1 수준인 400만 달러(54억 원)에 공급할 수 있다고 능공천행과학기술은 주장한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K-방산’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10분의 1 가격의 미사일이 날아오는 전장에서, 10배 비싼 요격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승리의 방정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의 장기화와 소모전 양상이 뚜렷해지는 현대전에서 무기 체계의 가성비와 공급망 안정성은 전쟁 지속능력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저비용 대량생산’ 능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YKJ-1000 사례처럼 민수용 부품의 과감한 도입은 생산단가 절감뿐만 아니라, 전시에 신속한 부품 조달과 생산라인 유지를 가능케 하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 군과 방산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천무 유도로켓의 항재밍 GPS 적용 등 성능 개량과 더불어 차세대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한국도 반도체, 액추에이터 등 강점이 있는 민간 기술을 미사일 부품에 적극 활용해 획득 비용의 효율화를 이뤄내야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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