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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 인터뷰② "5년 내 효과 보려면 복지 강화가 답"

"GDP 대비 복지비 두 배 늘려야…복지는 '공짜' 아닌 '공구'"

2017.06.22(Thu) 13:06:28

[비즈한국]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많은 국민들이 ‘살림살이’가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살림살이는 곧 경제의 문제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국외자의 시선으로 한국의 나아갈 길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경제학자다. 그로부터 한국 경제가 당면한 과제와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장 교수와 전화로 진행했다. 다음은 장하준 교수 인터뷰① "재벌은 전 국민 위한 경영을 해야 한다"에서 이어지는 일문일답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함께한 장하준 교수. 사진=비즈한국DB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자유무역은 선진국이 개도국 국민의 저임금을 착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한국의 인건비만 해도 중국, 베트남과 비교가 안 된다. 세계화 흐름을 한국만 거부하기도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의 장기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선진국은 오랫동안 보호무역, 정부보조, 국영기업을 통해 성장했다. 그런데 지금은 개도국들에게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있다. 이게 내가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얘기한 내용이다. 한국도 그 짓을 하고 있다. 한국은 1980년대, 1990년대 초까지 보호무역 아래 성장했다. 한국은 조금 다른 선진국이 됐으면 한다.”​

 

“​한국처럼 전 세계 역사에서 특이한 위치를 차지한 나라가 없다. 한 세대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 반열로 들어섰다. 싱가포르와 대만도 단기간에 성장했다만 도시국가이거나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어 국제적인 발언권이 한국만 못하다. 고성장을 거쳐 자기나라 브랜드를 가진 물건을 팔면서 국제적 지위를 가진 나라로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런 만큼 후진국 입장을 생각해주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한국 기업들만 개도국 노동자 임금을 올려주기는 어렵지 않을까.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하든, 우리나라만이라도 독야청청하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임금을 올려주는 것보다는 기술을 전수하고 좀 더 책임감 있게 행동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 나라가 발전하는 것을 어떻게 도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우리 이익을 버리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브렉시트, 트럼프의 미국중심주의 등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런 흐름이 오래 가리라고 생각하나. 지금 시점에서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중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보는가.

 

“브렉시트, 트럼프주의 등은 무분별적인 자유무역 확대의 결과다. 1980년대 후반 사회주의의 붕괴,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출범 등을 통해 반강제적 시장개방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면서 선진국들이 득을 많이 봤다. 그런데 그 득을 최상류층만 봤다. 미국의 소득 중간값을 보면 1970년대 이후 정체됐다. 미국 경제가 엄청나게 성장하는데도 중간계층의 생활은 그대로다. 빚을 내 집을 샀는데 또 금융위기를 얻어맞았다. 자유무역에 대한 불만이 크게 늘었다.”​

 

“​그렇다고 이런 불만 때문에 보호무역으로 간다고는 할 수 없다. 지난 30~40년 동안 구축된 글로벌 생산 체계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중국 제품에 30%가 넘는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지만, 다국적기업들의 저항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 지금의 틀 내에서 운영의 묘를 찾는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에 대한 불만도 존재하므로 자유무역 확대 움직임도 주춤할 것이다. 이런 흐름이 정확히 어디로 갈지 아직은 예측하긴 힘들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국외자의 시선으로 한국의 나아갈 길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경제학자다. 지난 2012년 강연 모습. 사진=비즈한국DB


―지난 대선 때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한 이슈였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한국 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모호한 것 같다.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자동화, 로봇 등은 이미 존재하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새로운 기계가 나와서 없어진 직업이 얼마나 많나. 이런 흐름은 자본주의의 기본적 속성이다. 새로운 것이라면 인공지능인데, 한국은 지난해 알파고 쇼크 때문에 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문가들 얘기로 인공지능의 실용화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하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증기기관을 이용한 1차 산업혁명, 전기·​내연기관의 2차 산업혁명, 전자기술의 3차 산업혁명인데, 아직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생명과학, 소재기술 등의 발달이 추가되면 완전히 다른 산업체계가 되지 않을까.”​

 

“​자본주의는 지난 250년 동안 기술혁신을 해왔다. 그에 따라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지식을 가르쳐 재무장했다. 구체적 형태는 달라지지만 속성은 그대로다. 이런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사회안전망으로서의 복지를 자주 얘기하는데, 현재 한국 복지제도의 문제와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복지가 너무 작다. OECD 평균 복지지출은 GDP의 21.5%다. 한국은 10% 조금 넘는 수준인데, 멕시코가 꼴찌고 그 바로 앞이다. 멕시코는 1인당 GDP가 우리나라 반도 안 되므로 복지지출 여력이 없다고 치더라도 한국이 이 정도인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프랑스, 스웨덴처럼 30%를 넘지는 못하더라도 미국의 19% 정도까지 늘리지 않으면 큰일난다. 옛날에는 대가족 체제여서 육아, 실업, 노후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가족에 기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자칫 삐끗하면 바로 추락이다.”​

 

“​복지를 ‘퍼주기’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미국처럼 선별적 복지라면 퍼주기일 수 있지만, 유럽처럼 ‘사회복지의 공동구매’로 가야 한다. 미국의 경우 사보험을 포함하면 복지지출은 30%에 달해 프랑스 다음으로 많다. 그런데 그중 17%가 의료비로 나가고 있다.​ 타 선진국은 10~11% 수준이다.”​

 

“​다른 나라의 1.5~2배 수준의 의료비를 지출하면서도 선진국 중 미국의 건강지수가 최악이다. 의사·병원·​제약사·​보험사만 배불리는 구조다. 의료공공화를 하면 결국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오던 돈을 왼쪽 주머니에서 내는 것이다. 내 돈으로 치료를 받던 것을 세금을 더 내고 저렴하게 치료를 받는 원리다.”​

 

“​오히려 공공화를 통해 대량구매를 하면 개별 병원이 구매하는 것보다 협상력이 생겨 약값을 깎을 수 있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구(공동구매)’로 봐야 한다.”

 

―한국의 정치·​​사회·​​경제 문제 전반에 걸쳐 가장 시급하게, 또는 가장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역시 복지 확대가 가장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신산업과 성장동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너무 많은 국민들이 고통 속에 살기 때문에 5년 내 효과를 보려면 복지가 필요하다. 경제민주화 또한 국민 전체의 복지 차원에서 봐야 한다. 재벌 개혁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동일한 대접을 받는 것, 그것을 못하는 사회는 실패한 사회다.”​

 

“​하나의 예를 들면, 전 세계 다이어트 약의 연구비용이 말라리아 치료제 연구비의 약 20배다. 다이어트 약을 사는 선진국 국민의 구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에 맡기면 돈 많은 사람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된다. 물론 물질적인 동기부여가 투자·​혁신·​창조를 이루게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없다면 돈 없는 사람은 인간 대접을 못 받는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돈이 없어도 동일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재벌개혁의 목소리를 내던 장하성 교수, 김상조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들이 앞으로 잘할 거라 생각하는가.

 

“아직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말씀드릴 게 없을 것 같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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