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2월 25일, 북한이 전격 공개한 ‘8700톤급 전략원자력잠수함’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의 관심이 뜨겁다. 필자는 이미 지난 2021년 제8차 당대회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잠수함 건조 설계 연구가 끝났다”는 발언과 올해 3월 공개된 선체 구조를 근거로, 연내 북한의 전략 핵잠수함 공개를 여러 차례 예견한 바 있다.
북한이 건조 중인 상태가 아닌, 선체 결합이 완료된 전략원잠을 공개한 의도는 명백하다. 이는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대한민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논의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설계와 협상 단계’에 있는 한국과 달리, 자신들은 ‘완성된 실체’를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해 핵 능력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북한의 전략원잠은 기존 잠수함 공학의 상식을 파괴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공포의 극대화보다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자아냈다. 북한이 공개한 전략 핵잠수함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눈여겨본 문제점은 단연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함교(Sail)’다.
선체 길이의 절반에 육박하는 거대하고 긴 함교는 전 세계 잠수함 건조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형태다. 이는 과거 로미오급을 개조해 무리하게 미사일 발사관을 구겨 넣었던 ‘김군옥영웅함’의 사례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번 신형 원잠은 김군옥영웅함보다 선체 폭이 훨씬 넓은 약 12m 수준으로 확장됐음에도 여전히 기형적인 함교 디자인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의문을 자아낸다.
왜 북한은 항행 안정성과 수중 기동성을 치명적으로 저하시키는 ‘가분수 디자인’을 선택했을까? 결론적으로 이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단 1척으로 미국 본토 주요 도시를 타격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분석 결과, 이 잠수함에는 무려 20m에 달하는 장축 SLBM 10발이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러시아·중국 등 그 어떤 군사 강국의 SLBM보다도 긴 길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운용하는 SLBM(불라바, 트라이던트)이 10~13m 수준임을 감안하면, 북한은 함교를 기형적으로 키우고 미사일을 비스듬히 배치하는 설계상의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미사일의 크기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가들의 SLBM은 길이가 10~13m 수준에서도 1만 km 이상의 사거리를 확보했지만, 북한의 고체연료 로켓 기술은 이를 구현하지 못해 화성-18형 등 지상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조해 잠수함에 탑재함으로써 긴 사거리를 확보한 것이다.
이처럼 기존 북극성 계열 대신 ICBM 개조 미사일을 북한 잠수함에 탑재할 경우, 북한 잠수함은 신기술 개발 없이도 북한 영해 내에서 시애틀과 LA는 물론 워싱턴 D.C., 뉴욕까지 직접 타격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소형화·경량화 기술과 다탄두(MIRV) 기술, 짧은 길이로 긴 사거리를 확보하는 고체연료 로켓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북한의 기술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비록 북한의 신형 잠수함이 ‘기형적’일지라도, 그 전략적 위협은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영해라는 ‘성역(Bastion)’에 숨어 미 본토를 겨냥하는 전략은 한미 연합군의 대잠 작전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북한 영토라는 성역을 돌파할 수 있는 우수한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해 이러한 ‘꼼수’를 무력화하면 된다. 한국형 핵 추진 잠수함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가 설계한 대로 길이 111.2m, 폭 9.8m, 배수량 8,280톤 규모의 고성능 핵 추진 잠수함으로 건조되고, 무인잠수정(UUV)을 적극 활용하는 유무인 복합(MUM-T) 개념으로 운용된다면 북한의 ‘가분수 전략원잠’을 충분히 추적·격멸할 수 있다.
북한이 기술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기형적인 ‘가분수 잠수함’이라는 꼼수를 부렸다면, 우리는 탄탄한 기술력과 한미 동맹의 신뢰를 바탕으로 ‘진짜 명품 원잠’을 건조해 그들의 꼼수를 무력화해야 한다. 이제 의심과 논란을 넘어 한국형 원잠 건조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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