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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내주고 실적 받았나…삼성카드 '내부거래'의 비밀

1년간 1조 8000억 카드한도 삼성전자에 제공…삼성카드 "법적으로 허용"

2017.07.21(Fri) 18:37:44

[비즈한국] 금산분리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동일한 주주가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을 말한다. 과거 대기업이 정치권을 움직여 부실 계열사에 은행 대출을 하다 IMF 구제금융을 맞기도 했다. 금융과 산업이 분리된 상태에서도 이렇다 보니,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의 분리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금기사항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증권사, 카드사,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금산분리 원칙을 피해가기도 한다. 증권사, 카드사, 자산운용사 등은 은행처럼 고객이 직접 돈을 맡기는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감시와 규제는 느슨한 편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카드의 삼성그룹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재벌 사금고 논란’이 다시 불거질 태세다. 

 

삼성카드가 삼성전자에 공사대금 명목으로 제공된 신용공여금액은 1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사진=삼성카드 홈페이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2016년 삼성카드 사업보고서 중 ‘이해관계자와의 거래내용’을 보면 삼성카드는 삼성전자에 2016년 9월 23일부터 2017년 9월 22일까지 1년 동안 1조 8000억 원의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다. 신용공여잔액은 1조 5038억 원에 이른다. 신용공여금액은 일반적으로 카드한도액을, 신용공여잔액은 카드사용액이라고 보면 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엔지니어링 1580억 원, 삼성디스플레이 5430억 원, 삼성물산 2700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 1495억 원, 삼성에스디아이 100억 원의 신용공여를 제공했다.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계열사 신용공여금액을 모두 합치면 2조 9305억 원으로 3조 원에 육박한다.

 

이들은 모두 ‘기업구매카드’로 사용된 내역이다. 은행계 카드사 관계자는 “기업구매카드는 일반 가맹점 결제는 불가하고 기업 간 대금 결제에 사용된다. 카드수수료도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카드회사에는 크게 도움되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조 8000억 원의 카드한도를 ‘공사대금’ 명목으로 사용했다. 개인고객의 카드 공여기간은 한 달 단위지만, 기업구매카드의 공여기간은 1년이다. 삼성전자로서는 공사대금을 카드로 결제하면 현금 결제보다 최대 1년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즉 은행에서 1조 8000억 원을 빌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차이점은 대출금에 대해선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카드결제는 삼성전자가 금융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그 금융비용은 카드사가 부담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삼성카드의 이익을 삼성전자가 가져가는 셈이다. 대기업 계열사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표기업의 실적을 빛내기 위해 타 계열사가 희생하는 일은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삼성에는 삼성‘전자’와 ‘후자’가 있다”는 말은 이런 일들을 반영하는 말이다. 

 

삼성카드가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삼성카드는 법인카드 사용실적이 커지면서 외형 확대의 효과를 본다. 2009년 현대카드에 업계 2위 자리를 내줬던 삼성카드는 법인카드 사용액의 급속한 증가에 힘입어 2012년 다시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해 삼성카드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29조 9103억 원으로 업계 1위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법인카드 사용액 23조 6701억 원보다도 많다. 대기업 계열 카드사인 롯데카드의 17조 1052억 원, 현대카드의 11조 3634억 원보다도 한참 높은 수치다. 

 

대기업 계열 카드사 직원은 “삼성카드의 법인카드 사용액 증가는 계열사 물량 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기업구매카드의 경우는 순수하게 대금결제 목적이고, 계열사 임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법인카드 사용액까지 합하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가 계열사에 제공하는 기업구매카드 신용공여금액은 증가 추세다. 관련 법규에 따라 공시에 내용을 추가한 2013년부터 금액을 보면, 삼성전자에 제공된 1조 5000억 원의 신용공여금액은 2016년 1조 8000억 원으로 20% 늘었다. 삼성카드 측은 “계열사에 제공된 신용공여금액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제2조의3에서 허용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삼성카드의 대주주는 삼성생명으로 71.86%(2017년 3월 31일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대주주는 이건희 회장(20.76%)이다. 삼성카드의 사례로 볼 때 기업 오너의 판단으로 계열 금융사의 자금을 자의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법은 아직 카드사가 계열사에 간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하고 있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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