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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인생독서] 창조주보다는 창작자!

일하지 않는 '호모 데우스' 시대, 수동적 감상만으로는 부족해

2017.10.17(Tue) 08:57:37

[비즈한국] 인간은 오랜 세월 굶주림, 전염병, 전쟁의 공포에 시달려왔어요.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지요.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이 세 가지 재난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우리는 기아, 질병, 폭력의 공포에서 벗어나 기대수명이 한 세대 내에 30년 이상 늘어나는 기적을 보았습니다. 

 

IPTV와 넷플릭스의 등장 이후, 선택의 여지가 늘어난 대신 우리는 선택한 것에 집중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인류 문명이 이룩한 놀라운 발전 뒤에 인간은 무엇을 하게 될까? 인간의 흔한 반응은 만족이 아니라 더 갈구하는 것이거든요. 인간은 항상 더 낫고 더 크고 더 맛있는 것을 찾습니다. 기아, 역병, 전쟁의 위협이 마침내 사라지면 인류는 무엇을 할까요?

 

성공은 야망을 낳는다. 인류는 지금까지 이룩한 성취를 딛고 더 과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 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 -책 39쪽

 

1995년 외대 통역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제레미 리프킨이 쓴 ‘노동의 종말’을 읽었어요. 19세기 산업혁명의 결과, 인간의 육체노동을 기계가 대신하고, 20세기 정보 혁명의 결과 인간의 정신노동을 컴퓨터가 대신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21세기는 역사상 최초로 인류가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유토피아일까요, 소수의 자본가가 생산설비를 독점하고 다수의 노동자는 실업 상태에 빠지는 디스토피아일까요? 하라리의 말대로 우리는 불멸, 행복, 신성을 얻어 창조주에 가까운 삶을 누리게 될까요?

 

21세기 우리는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새로운 계급이 탄생하는 현장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경제적, 정치적, 예술적으로 어떤 가치도 없으며, 사회의 번영, 힘과 영광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 ‘쓸모없는 계급’은 그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라,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책 445쪽

 

숱한 책에서 미래학자들이 예견하는 앞으로 찾아올 두 가지 변화는 수명과 실업률의 증가입니다. 즉 우리는 장시간 놀아야 하는 세대입니다. 퇴직 후, 긴 시간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까요? 

 

1990년대 영어 공부를 하던 저는 AFKN을 보면서 재미난 시트콤은 비디오카세트에 녹화해두곤 했어요. 때로는 시트콤 방송 시간에 맞춰 강제귀가하곤 했지요. 그렇게 모은 비디오테이프만 백 개가 넘었는데요. 정작 볼 게 너무 많으니까, 다시 보기는 힘들더라고요. 요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면, 허탈한 생각이 들어요. ‘그 옛날 비디오 녹화한다고 괜히 고생했어. 이렇게 간편하게 다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오는데.’ IPTV나 넷플릭스를 보면 고민이 듭니다.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으니 정작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겠어.’ 선택의 여지가 늘어난 대신, 우리는 선택한 것에 실제로 집중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어요. 

 

장시간 놀아야 하는 시대에는 창작이 가장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바쁘게 일할 때는 퇴근 후, 잠깐의 드라마 시청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어요. 하지만 긴 시간 놀아야 할 때는? 수동적 감상 행위로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생깁니다. 저는 창조주보다 창작자를 꿈꿉니다. 장시간 놀아야 하는 시대에는 창작이 가장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될 테니까요.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일을 소중히 여깁니다. 이것이 창작을 연습하는 가장 쉬운 길이거든요. 저는 독서 일기로 창작자의 삶을 준비합니다.​ 

김민식 MBC 피디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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