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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으니…" 날 세운 금융당국 보며 떨고 있는 금융지주는 어디?

금융권 "지나친 관치" 불만 속 예의 주시…금융당국 "검사 평가에 방점"

2017.12.13(Wed) 15:23:13

[비즈한국]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정조준하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동시에 칼날을 세웠는데, 초점도 대주주 이사회, 최고 경영진 등 ‘수뇌부’에 맞춰졌다. 금융업계에선 민간 금융사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신관치’ 논란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국내 주요 금융사 회장들의 ‘셀프연임’​을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사진=박은숙 기자


“주인이 없으니 현직이 계속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최근 발언이다. 지난 11월 금융회사 승계 프로그램 등 지배구조 개선을 화두로 던진 이후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또 다시 전면 점검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날 “금융지주회사 회장이 재벌 총수처럼 돼 간다는 비판이 있다. 능력 있는 사람이 (회장에) 선임되고 그 사람이 제대로 평가 받게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이 언급한 ‘주인’과 ‘현직’은 각각 금융회사 대주주와 현재 회장을 뜻한다. 대주주가 없으니 회장이 스스로 연임할 수 있도록 금융사별로 여러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게 최 위원장의 지적이다. 

 

실제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는 대부분 주인이 없다. KB·신한·하나 3대 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약 9%)으로 연금 가입자인 국민의 돈으로 지분을 샀다. 나머지 지분은 외국인, 개인투자자 등이 각각 나눠 갖고 있다. 기관투자자가 있지만 5% 이하다.

 

최근 금융권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셀프연임’ 논란을 비롯해, 그동안 회장 교체 시기마다 잡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셀프연임은 회장이 사외이사들을 추천하고 그 사외이사들이 다시 회장의 연임을 판단하는 방식을 뜻한다. 금융당국은 사실상 회장 한 사람의 영향력이 가장 클 수밖에 없는 이 시스템을 그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대형 금융사, 회장 선임 과정서 잡음 꾸준히 나와

 

금융당국이 특정 금융사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관심이 쏠리는 금융사들이 있다. 실질적인 대주주가 없거나 확실한 차기 회장 후보가 없는 금융사들이다. 오는 2018년 3월 회장의 임기가 마무리 되는 하나금융이 대표적이다. 현재 상황이 최 위원장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관련 주요 발언들에 가장 가깝다. 

 

하나금융은 실질적인 주인이 없는 대형 금융사 중 하나다. 5% 이상 주주는 국민연금공단(12월 기준 9.6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외국인, 개인투자자들로 구성된 소액주주다. 우리사주조합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회장이 혼자 연임할 수 있는 시스템 운영’ 표현과도 가깝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나은행에는 회장 경쟁구도가 없다. 한 대형 금융지주 관계자는 “함영주 부회장(겸 KEB하나은행장)은 은행 경영, 김병호 부회장은 해외 사업에 집중한다. 주요 업무나 인사권 행사는 하지 않는다”며 “보통 금융지주 자회사 CEO나 은행 부행장급부터 경쟁구도가 형성되는데, 연임한 사례가 거의 없다. 또한 하나금융은 부행장 임기가 1년인 곳이 많아 회장은 물론 행장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내년 초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한다. 하나금융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김정태 회장은 최근 사내 강연이나 조회에서 “아직 할 일이 많다” “조직에 기여할 일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3연임을 시사했다. 다만 이번 금융당국의 개선 의지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최근 주주총회에 회장 선임 안건을 통과시킨 KB금융과 BNK금융도 금융당국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금융사는 이미 회장이 선임됐지만 여전히 회사 안팎으로 잡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B금융의 ‘회장 이사회 장악 논란’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논란거리다. KB금융은 회장 연임 과정에서 내부 권력화 의혹이 반복되고 있다. 회장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9월 윤종규 KB금융 회장 연임 과정에서도 이사회 구성원이 윤 회장에 의해 선임된 사람들로 이뤄져 선임 절차의 불투명성이 KB노동조합에 의해 제기됐다. KB금융은 노조 측이 진행한 윤종규 회장의 연임 찬반 설문조사에 회사 측이 개입한 의혹으로 최근 두 차례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BNK금융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앞서의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BNK금융은 지난 8월 성세환 전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사의를 표명한 뒤, 차기 회장 선임을 놓고 내부인사와 외부인사 간 2파전이 장기화되면서 ‘낙하산’ 등 논란이 불거졌다. 최 위원장은 “BNK금융지주의 경우 경영진 부재 상황이 닥쳤을 때 그 다음에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 금융권 “지나친 관치​ 금융당국은 ​평가에 집중

 

이번 금융당국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의지에 대해 금융권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민간 회사에 대한 지나친 ‘관치’가 아니냐는 불만이다.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의 개선 의지가 알려진 이후 “실질적인 대주주가 없는 만큼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 중”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들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을 따라 차기 회장을 뽑는다. 


KB·신한·하나 금융지주회사는 각각 이름은 다르지만 이사회에 안에 회장 후보군을 관리하고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소위원회는 보통 회장과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다.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들어 있어 연임 가능성이 있으면 소위원회에서 빠진다. 

회장 후보군도 관리하는데 적게는 5명, 많게는 23명의 차기 회장 후보군을 두고 있다. 일부 금융사는 외부 인사도 후보군으로 두거나 추천받는 제도도 갖췄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셀프연임이라고 하는데, 금융사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는 과반수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회장이 마음대로 사외이사를 뽑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무 연속성 등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김정태 회장의 재임 기간인 지난 5년간 순익이 개선되고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특히 올해에는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이 1조 5410억 원으로 분기 누적 기준 최근 5년간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 1조 3305억 원을 3분기 만에 넘어섰다.

금융당국도 금융지주회사가 법에 따라 제도를 갖췄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운영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검사·제재 강화에 방점을 찍었지만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직접 건드리는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금감원은 지난 12일 ‘금융감독·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 태스크포스(TF)’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배구조와 조직문화, 내부통제체계 등을 철저히 분석해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위반행위를 적발하는 방식 위주의 검사·제재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금융사들의 지배구조·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평가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사회 등 지배구조의 적정성, CEO 경영승계 제도가 모두 검사 대상이다. 검사 결과 금융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는 중요 내용은 금감원이 점검 결과를 시장에 공개하기도 한다.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감시·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한 TF 혁신안은 권고안이지만 사실상 확정안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13일 간담회에서 “금융사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에 있어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방법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회장 후보군을 선정하는데도 현 경영진이 과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지주사라고 할 것 없이 승계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며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문제점이 뭐고, 어떻게 이행되는지 점검하겠다. 감독기관의 어드바이스(조언)를 통해 자율적으로 금융회사가 내규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우리 업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최 위원장 발언 이후 별도로 금융그룹 통합감독단을 출범했다. 산하에 감독제도팀과 지배구조팀을 뒀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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