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류와 K-컬쳐, K-푸드 열풍은 하루 이틀의 일도 아니다. 백화점과 화장품 매장 등에서 시작된 해외 관광객들의 쇼핑 바람은 이제 대형 할인마트로도 불어오고 있다.
특히 귀국하기 전 기념품 삼아 할인마트에서 과자와 각종 식품을 사들이는 것이 트렌드가 되자, 마트들과 식품업계는 발 빠르게 맞춤 상품과 편의성 개성으로 해외 관광객들의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전통적인 효자 상품들은 진화…“김은 과자와 간식으로, 라면은 다양한 맛으로”

서울역 인근의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을 찾았다. 공항철도와 가까운 매장 특성상 인천공항으로 귀국 비행기를 타기 전 기념품을 사러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으로 외국인들의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졌다.
동서양 가릴 것 없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찾는 이 마트에는 평일 오후였음에도 외국인이 한국인 대비 더 많았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작년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40%에 달했다.
외국인들이 제일 많이 찾는 상품은 역시 김이었다. 일본인들과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발길이 이어졌지만 달라진 것이 눈에 띄었다. 김 연관 상품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일본 분들이 김부각을 많이 사가세요. 특히 새우 김부각이랑, 살짝 맵긴 하지만 김치 김부각을 많이 찾으십니다. 밥과 먹는 반찬뿐만 아니라 술안주로도 찾으세요.” 매대 직원은 일본어로 “비루(맥주)”를 외치며 관광객들에게 시식 행사를 진행했다.
전통적인 효자상품인 라면도 진화하고 있다. 한국 라면이 맵다는 것은 이제 외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이기에, 관광객들은 알아서 미역국 라면이나 투움바 라면, 짜장 라면에 당면 라면까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라면을 고르고 있었다.
기자에게 다가온 한 인도인 노부부는 “이 짜장 라면에 생선이나 고기가 들어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며 꼼꼼히 성분을 살피고 카트에 라면을 담았다. 자신들은 채식주의자기에 생선이나 고기를 먹지 않는다며, 포장에 그려진 고기도 콩고기를 쓴다고 안내하자 부부는 안심하며 쇼핑을 이어갔다.
#견고한 과자의 판매량 “박스 채로 쓸어가 끝없이 채워 넣어”
마트의 수많은 상품들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는 것은 역시 과자류였다. 초코 브라우니와 찰떡으로 만든 초코파이가 가장 선호도가 높았다. 전반적으로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제품의 선호도가 높은 가운데 한국식 쌀과자나 전통 과자를 찾는 수요도 적지 않았다.
특히 K-팝과 한류의 영향으로 제과 기업들이 아이돌 마케팅을 선보이는 가운데, 스트레이키즈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빼빼로 등이 적극적인 선택을 받았다. 롯데제과는 스트레이키즈를 홍보 모델로 기용하며 멤버들의 사진과 사인이 그려진 한정판 빼빼로를 출시했다.
한 일본 관광객은 “맛도 맛이지만 한국 아이돌이 그려진 과자 박스는 일종의 ‘굿즈’라며, 귀국 후에 친구들에게 선물로 나눠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과자는 가볍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무엇보다 냉장보관이 필요 없고 보관 기한도 길다는 장점으로 인해 기념품으로 사려는 수요가 가장 많았다. 몇몇 관광객들은 아예 카트 하나를 통째로 박스로 채워 넣고 곧바로 이를 국제 택배로 집으로 보내고 있었다.
#알아서 정보를 찾는 관광객들, 이런 것도? 찌개 양념과 코인 육수도 쇼핑 카트에
마트들을 둘러보면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관광객들이 수첩 혹은 휴대폰으로 웹사이트나 메모를 들여다보며 목적을 갖고 구매한다는 점이다. 이는 관광객들이 한국에 대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검색해가면서 찾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SNS나 구글을 검색하면 영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로 “한국에 가서 무엇을 사야 하나요?”라는 질문 글과 “여기 가서 이건 꼭 사세요”라고 안내하는 정보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한국 마트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3대 마트 체인인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의 특징을 비교하기도 했다. 한국 마트에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마트의 점포가 외국 관광객들 입장에서 접근성과 편리함이 좋은지도 공유되고 있었다.
이러한 정보 덕에 외국 관광객들은 한국인들이 보기에 ‘이런 것까지 안다고?’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물건들을 구매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찌개 양념류이다. 된장이나 고추장 대신, 낱개로 포장되어 판매되는 된장찌개나 순두부찌개 양념은 작은 부피로 한국에서 먹는 한식을 간편하게 재현할 수 있어 중장년층 일본 및 중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았다. 이들은 당면이나 젓갈 등 한국 식재료도 담았다.
또한 젊은 관광객들은 자기 관리의 이유로 제로슈거 사탕이나 콤부차 등의 설탕이 적은 제품을 찾았고, 중장년층은 한국의 전통 차를 비롯해 전복죽 등 죽이나, 귀국 후 요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간편화된 코인 육수를 구매하는 등 연령과 목적에 따라 명확한 쇼핑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유통업계, 해외 관광객들 수요 노린다…“마트에서 기념품 사고 바로 집으로 보내세요”
이러한 해외 관광객들의 한국 마트에 대한 수요에 힘입어 마트와 식품업계도 이들을 겨냥한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앞서의 롯데제과는 아이돌을 이용한 마케팅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이른바 한국 기념품으로 자사의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빼빼로와 찰떡파이 포장 박스를 한국의 전통을 살린 디자인으로 구성해 선보인 것이 있다. 실제로 한 매장 직원은 “외국 손님들은 일반 포장으로 된 같은 상품도 있는데 한국 전통 문양이나 그림이 그려진 제품들을 더 많이 구매한다”고 전했다.

마트들도 이들 외국인들의 수요에 맞춘 편의성 개선과 홍보에 나섰다. 외국 관광객들이 많은 마트들은 곧바로 해외배송을 할 수 있도록 계산대 옆에 택배사가 입점했다. 또한 영어 등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을 배치하고, 해외 관광객들을 위한 한국 상품관을 마련했다.
또한 해당 상품을 기내에 반입할 수 있다고 외국어로 안내하거나, 레시피를 헷갈릴 외국인들을 위해 글과 사진으로 설명한 문구를 보여주는 등 이들의 편의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동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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