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실적 악화로 비상경영에 들어간 이랜드리테일의 노사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도급 계약을 해지하고 직영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조는 근로계약에 없는 업무가 일방적으로 전가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원거리 발령과 기존 직무와 무관한 업무 배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인력 재배치가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비상경영 이후 주차·카트 비정규직 해고…빈자리 직원들이 채워야
8일 이랜드노동조합은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킴스클럽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청에 진정했다. 회사가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주차·보안 업무를 직원들에게 지시한 것이 부당하며 이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카트 수거나 주차, 보안 등은 직원들이 해야 할 업무가 아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것이 없지 않나”라며 “기존에 해 오던 업무도 아니며, 정작 본인의 업무는 하지 못한 채 이러한 지원 업무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언급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4월 매출 감소와 적자 확대를 이유로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이후 비용 절감을 위해 도급업체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해당 업무를 직영체제로 전환 중이다. 이 과정에서 도급 인력이 담당하던 업무가 직원들에게 전가됐다. 카트, 주차, 보안 등을 담당하던 비정규직 직원들이 해고되면서 점포 내 정규직 직원들이 업무를 대신 맡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은 “매장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주차장에 가서 주차 안내를 하다가 계산대가 비었다고 하면 달려가 계산을 하고, 카트 수거 업무까지 하느라 정신이 없다. 업무량이 과다하게 늘어난 데다가 이 폭염 속에서 휴식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회사는 노동부 권고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위해 외부기관(변호사)를 통해 조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이랜드리테일의 인력 재배치가 정리해고 수순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지적한다. 직원들이 인사이동으로 인해 받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늘어나고 있어, 퇴사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관리직, 사무직들이 천안 물류센터로 발령났다. 일산, 파주에 거주하는 직원을 천안까지 출퇴근하도록 한 것”이라며 “도급으로 운영하던 천안 물류센터를 직영화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회사 측에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총체적 위기라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들을 물류센터로 발령냄으로써 회사는 경영이나 재무적으로 얼마나 절감 효과를 본다는 것인가. 현재 물류센터로 발령난 4명의 직원이 회사의 전보 인사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랜드리테일 측은 “물류센터의 경우 개인의 건강, 출퇴근 시간, 가족돌봄 등 개인의 고충을 반영해 협의하고 있으며, 사전 직무교육과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특히 1일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해 7시간 근무하도록 하고, 교통비, 통근버스 등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리테일 자회사 합병에 대규모 인력 조정 우려도
이랜드리테일이 킴스클럽 계산대 운영을 직영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킴스클럽 계산대 업무를 하던 도급사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빈 계산대에 이랜드리테일 직원 50여 명을 배치했다. 인사, 재무 업무 등을 담당하던 여직원들이다.
노조 측은 “이번에 계산 업무를 맡게 된 직원들은 과거 계산원으로 입사한 인력이다. 하지만 계산 업무가 도급화된 이후로 지난 10~20년간 사무직 등의 다른 업무를 해왔다. 완전히 다른 업무로 배치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법인이 다른 이랜드리테일과 킴스클럽 간 인사 이동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킴스클럽을 운영하는 이랜드킴스클럽은 이랜드리테일과 별도 법인이다. 하지만 회사는 법인 간의 이동이 아닌 위탁지원업무로 발령을 내고, 해당 인원은 이랜드리테일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이는 위장 파견 형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2023년 지방의 킴스클럽 4개 점포가 폐점했을 때 직원들이 이동할 근처 다른 지점이 없었다. 때문에 킴스클럽이 아닌 이랜드리테일로 전직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거부했다”며 “지금도 법인이 다르지만 회사는 인사 이동을 진행하고 있지 않나.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 등에 대해 이랜드리테일 측은 “회사와 직원의 협의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이랜드리테일은 자회사인 이랜드킴스클럽과 이랜드글로벌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기일은 9월 1일이다. 일각에서는 합병 후 전사 차원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법인이 분리돼 있어 타 법인 간 인사이동에 법적 제약이 있었으나, 합병이 완료되면 인력 이동과 부서 재편, 업무 전환 등이 자유로워져 대규모 인력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랜드리테일 측은 이번 합병 결정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일 뿐,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합병은 채널과 콘텐츠(하이퍼, 패션)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사업 효율화를 통해 이랜드리테일 본연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인력 재배치를 목적으로 합병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력 조정은) 유통점으로서 영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진행하며, 입사 직무와 관련 경력을 우선 고려해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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