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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막으려 도입한 우리은행 공채 필기시험 '파열음'

입실시간 넘겨도, 시험 중 '되돌아가기' 부정행위도 제재 없어…우리은행 "시정하겠다"

2018.04.30(Mon) 16:50:54

[비즈한국] 지난 28일 진행된 우리은행 공개채용 필기시험에 지원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지난해 채용비리 여파로 ‘공정성’을 내걸며 10년 만에 치른 필기시험이지만,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30일 취업정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8일 치러진 상반기 우리은행 신입행원 공채 필기시험에 성토글이 잇따랐다. 주된 내용은 시험 당일 시험장에서 벌어진 부정행위와 감독자의 관리감독 소홀 등 전반적인 시험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미흡함에 대한 불만이다.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사진=박정훈 기자


우리은행 측에 따르면 200명을 뽑는 이번 공채에 2만여 명이 지원해 사상 최고 수준인 10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6일 마감한 서류전형 결과에서 3000명이 걸러졌고, 합격자에 한해 서울 중앙대와 대전 충남대 캠퍼스에서 필기 시험이 진행됐다. 시험 당일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 공공기관 채용시험도 치러져 결시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시율은 생각보다 낮은 10%대에 불과했다고 우리은행 측은 전했다. 

하지만 시험 시작 전부터 일부 지각한 지원자들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는 게 지원자들의 전언이다. 우리은행이 공지한 28일 필기시험 공지사항에 따르면 1시 10분 이후부터는 지원자의 출입이 통제된다. 이 때문에 지각할 것을 우려한 일부 지원자들은 다른 시험을 포기한 채 우리은행에 응시했다. 그러나 오후 1시 10분이 지나고도 학생들의 입실은 계속됐다.

이날 시험을 치른 A 씨는 ‘비즈한국’​과 통화에서 “오전에 한국전력 시험이 있었지만 1시 10분 넘어 도착할까봐 과감히 포기하고 우리은행 시험에 임했다”며 “그런데 1시 10분이 한참 지난 뒤인 1시 40분까지도 수험생들이 들어왔는데 어떤 감독관도 통제하지 않더라. 공지대로 원칙대로 했는데 억울했다”고 말했다. 

지원자에게 공지된 시험 안내 공지사항에는 ‘배정된 고사실에 오후 1시 10분까지 입실하지 못할 경우 시험 응시 자격이 없다’​는 내용이 있다. 이 때문에 이날 다른 기관의 필기시험을 포기한 지원자도 있었다.


논란의 ‘뜨거운 감자’는 2교시 직무적성검사였다. 직무적성 검사는 언어, 수리, 추리, 시각적 사고, 상황판단 논증과 관련된 100개의 문제를 2시간 동안 풀어야 하며 영역마다 시간이 정해져 있다. 각 영역에 할당된 제한 시간이 지나면 중앙방송으로 다음 문제에 대한 안내와 함께 ‘다시 돌아가 풀지 말라’는 안내가 나온다. 

하지만 일부 지원자들이 비교적 시간이 많이 남는 2교시 마지막 인성 검사 영역 때 다시 앞 장으로 돌아가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이를 목격한 일부 지원자들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감독관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원자 B 씨는 “절대 앞 장을 봐선 안 된다는 안내가 중앙방송을 통해 나왔고, 다시 못 푼 문제를 돌아가서 푸는 사람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더니 감독관은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부정행위는 현장에서 문제제기 하지 않으면 증거 불충분이란 걸 안다. 현장에서 말을 했는데도 감독관이 똑바로 대처 안 한 건 공정성에 위배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지원자 C 씨는 “자기소개서에는 원칙 고수 이야기를 쓰라고 하더니 정작 시험장에선 원칙에 위배되는 행동도 무마되는 꼴을 봤다”며 ​​“​상당히 아이러니하다”​고 일갈했다. 우리은행의 이번 자기소개 항목 가운데는 ‘원칙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바르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기술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은행 필기시험과 관련한 내용은 취업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앙대 시험장의 한 강의실에선 200명의 지원자를 3명의 감독관이 통제한 것으로 알려져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수험생들은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의견을 공유하고, 우리은행 인사팀에 직접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채용비리로 이광구 전 행장이 사퇴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그 여파로 올해 신입채용부터 10년 만에 필기시험을 도입했다. 또 채용 절차와 관련해 공정성 및 객관성을 확보하고 채용 과정의 부정 소지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채용과정 일체를 외부 업체에 맡겼다. 

우리은행 측은 시험 진행 과정이 미흡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당장 조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앙대의 경우 2600명이 시험을 봤다. 학교가 워낙 크다 보니 건물 안까지 들어왔는데 고사실을 못 찾은 지원자가 많아 30분까지 온 사람에 한해 시험을 보게 하자는 고사본부의 결론이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들 사이에 불만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주업체에 시험 전 과정을 맡긴 건 ‘공정성’ 때문이다. 일부러 업체에 시험 관련된 주요 내용은 정보 제공을 자제했다”며 “현 상황에서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하긴 곤란하다.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의견을 종합해서 앞으로는 이런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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