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정부 특별감사에서 농협중앙회의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사퇴 목소리가 나온다. 농민들 사이에서도 강 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강 회장은 사퇴하지 않고, 농협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의 쇄신이 농협중앙회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3월 9일 농협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감사에서 농협 핵심간부들의 위법과 전횡,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작동하지 않는 내부 통제장치 및 금품에 취약한 선거제도와 무관하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 수사 의뢰하고, 지적된 사항들이 시정될 수 있도록 96건(잠정)에 대해 제도개선안 등을 마련해 처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수사 의뢰한 14건에는 △강호동 회장과 핵심간부 등이 농협 공금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위법 소지가 큰 특혜성 대출·수의계약 △부실을 은폐한 회원조합의 분식회계 등이 포함됐다. 농협중앙회는 “감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하겠다”라며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에 힘쓰고, 조직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해 농업인과 국민의 신뢰 회복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관련기사 "농협중앙회장부터 지역조합까지 비위 만연" 정부 특별감사 결과 파문).
정부의 감사 결과 발표 후 강호동 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의 사퇴를 촉구한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3월 11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분골쇄신의 자세로 개혁한다면 사퇴하고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며 “사퇴하고 정정당당하게 수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럴 의사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강호동 회장은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회장직 사퇴를 거부한 것이다.
강호동 회장의 사퇴 거부는 농민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16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호동 회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사실 감사 발표 이전에도 강호동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있었다. 우진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위원장은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 개혁의 출발은 강호동 회장의 퇴진이 돼야 한다”며 “비리의 몸통을 농협에 놔두고 개혁을 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진구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도 당시 “농협중앙회장의 선출과 운영 과정에서 농민의 의사는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농협중앙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구조가 유지됐다”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농협은 농민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라 농민 위에 군림하는 조직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강호동 회장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정부 특별감사 결과 드러난 농협의 각종 비리를 보면 농민들은 울화통이 터진다”며 “다수 조합원의 상호복리가 목적인 협동조합이 신뢰를 잃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 환골탈태가 필요한 이유”라고 전했다.
정부는 아직까지 강호동 회장의 거취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강 회장으로서는 정치권과 노동계의 지속적인 비판을 마냥 외면할 수 없다. 농협중앙회도 나름대로 개혁안을 발표하는 등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강 회장에 대한 비판은 가라앉지 않는다.
강호동 회장을 강제로 사퇴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농협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임·직원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고발을 의무화하며 금품수수, 횡령 등으로 유죄 선고 시 직무정지 근거를 신설하는 등 책임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금품수수·횡령 등 유죄 선고(1심 포함) 시 농협중앙회 등 임직원 직무정지 근거를 신설하겠다”고 전했다. 법안이 신설된 뒤 정부가 고발한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강 회장의 거취를 압박할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강호동 회장은 16일 경상남도 함안농협 벼육묘장 개장식에 참석하는 등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농협의 쇄신 작업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 농협을 근본부터 다시 세우겠다”며 “뼈를 깎는 쇄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의 말대로 농협중앙회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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