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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권 보호' 내건 국민연금, 고려아연 주총이 시험대

상법 개정 취지·스튜어드십 코드 맞물려…최윤범 연임안 판단 주목

2026.03.16(Mon) 11:59:08

[비즈한국]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 표심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최근 개정 상법 취지를 반영해 올해 정기주총부터 일반주주 권익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예고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도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 표심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12일 주주가치 제고와 기금 수익성 증대를 위해 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한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3월 정기주총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상정한 안건 중 상법 개정 취지를 우회하거나 일반주주 권익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내용이 확인될 경우 원칙적으로 반대하기로 했다. 정관으로 이사 수 상한을 두거나 감사 정원을 축소하는 안건, 지분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경영상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보유·처분하는 근거를 두는 안건 등이 대표적 사례로 제시됐다.

 

이런 국민연금 기조는 상법 개정 논의와도 맞물려 있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까지로 확대했다. 일정 규모 이상 상장회사에 전자주주총회를 의무화하는 한편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의무 선임 비율도 높였다. 감사위원 선·해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가 이번 상법 개정을 주주 권익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제도 변화로 설명한 만큼, 국민연금도 관련 안건을 엄격하게 보겠다고 확인한 셈이다.

 

적극적 의결권 행사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와도 연결된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을 제정해 책임투자와 주주권 행사 기준을 마련했다. 투자 대상의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해 기금을 관리·운용하고,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했다. 올해 주총에서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는 개정 상법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수탁자 책임 원칙을 실제로 일관되게 적용하는지 가늠할 시험대로 평가된다.

 

이 같은 기조는 고려아연 주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경영권을 둘러싸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최근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고려아연 거버넌스와 주주가치 측면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표 대결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관련 기사 ISS,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재선임 반대 권고…국민연금 선택은?).

 

국민연금의 최근 의결권 행사 결정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12일 효성티앤씨를 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고, 오는 18일 주주총회에서 조현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 등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국민연금이 올해 주총 시즌에 주주권익과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이전보다 더 엄격하게 보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정책 환경도 달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국민의 주식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며 “후진적 경영을 하는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지난 1월 “투자 전 과정에 ESG 요소를 반영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2’로 업그레이드와 수탁자 책임 활동 내실화를 반드시 해내겠다”고 밝혔다. 

 

결국 고려아연 주총의 관전 포인트는 국민연금이 강화된 의결권 원칙을 얼마나 일관되게 적용하느냐에 있다. 정부의 주주권 보호 기조,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방침, ISS의 반대 권고, 그리고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수탁자 책임 원칙이 한 지점에서 맞물리면서 이번 고려아연 주총은 올해 주총 시즌의 상징적 장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 

 

자본시장 관계자는 “최근 사례에서 보듯, 국민연금은 이제 사법 리스크가 있거나 주주 소통에 실패한 경영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고려아연에서도 찬성표보다는 적극적인 반대나, 최소한 소극적인 기권(중립 투표)을 통해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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