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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빗나가는 선거 여론조사 '샤이 지지층'이 뭐길래

'상식'과 다른 결과에 충격, 구글·SNS 보면 '샤이 지지층' 드러나

2018.06.04(Mon) 09:54:01

[비즈한국] 지난 번 미국 대선은 두고 두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일단, 설문조사의 결과가 크게 빗나갔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점쳤지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전국 득표율에서는 뒤처졌지만)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을 확보해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의 당선 원인에 대해서는 많이 논의가 있었지만, 주요 조사 기관이 모두 대통령 당선자를 예측하는 데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된 분석을 보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 방한 당시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물론 이른바 ‘샤이 지지층’ 때문에 여론조사가 완전히 빗나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샤이 지지층’이란 언론보도나 여론, 주변의 분위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지지정당(혹은 후보)를 밝히지 않다가, 투표에 참여해서 자신의 지지 대상에게 표를 던지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그럼, 앞으로도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는 건가? 더 나아가 예전의 대통령 선거 결과는 제대로 예측했던 여론 기관의 경력은 어떻게 된 것인가? 수많은 의문이 제기되기만 할 뿐,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갔다. 최근 읽은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는 이 고민의 상당 부분을 풀어준다. 

 

이 책의 저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샤이 지지층’의 속마음을 해석하는 방법을 하나 제시한다. 미국인들의 구글 검색 통계를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2008년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대부분의 실황 방송이 오바마에 찬사를 보내고 이번 당선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오바마’가 들어간 구글 검색 100개 중에 하나는 ‘KKK(Ku Klux Klan, 미국의 공격적인 인종차별 단체)’나 ‘깜둥이(Nigger)’ 같은 인종차별적인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중략)

 

구글 검색은 인종주의가 있는 지역에 대한 우리의 생각 역시 많은 부분 잘못되었음을 말해줬다. 일반적으로는 현대의 인종주의가 남부와 공화당 지지층의 전유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인종차별적인 검색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에 버지니아 서부, 루이지애나 남부, 미시시피뿐만 아니라 뉴욕 북부, 펜실베이니아 서부, 오하이오 동부, 미시간, 일리노이가 포함되어 있다. -책 18~19쪽 

 

‘오바마’를 검색할 때 인종차별적인 단어를 함께 사용할 사람들이 어떤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지는 아래의 오른쪽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나는 구글 검색을 사용해 개발했던 이 인종주의 지도(오른쪽 지도)를 오바마의 경선 결과를 정확하게 재평가하는 데 이용했다. 데이터는 명확했다. 인종차별적 검색이 많았던 지역에서는 오바마가 거둔 성적이 4년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의 득표율에 크게 못 미쳤다. (중략)

 

이 결과는 인종차별적 검색이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바마는 인종주의만으로 전국적으로 약 4%의 유권자를 잃었다. 그 어떤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중략)

 

많은 동료들은 그렇게 많은 미국인이 그토록 악랄한 인종차별적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말해오던 것과 어긋나는 결과였던 것이다. (중략)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을 목격한 지금에야 나의 발견이 좀 더 신빙성을 얻은 것 같다. -책 20~21쪽 

 

그렇다. 모두가 짐작했듯, 오바마 후보를 검색할 때 인종차별적 단어를 함께 썼던 사람이 많은 지역일수록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왼쪽 지도는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후보 지지율이 높았던 지역을 표시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높았던 지역(왼쪽)과 오바마를 검색할 때 인종차별적인 단어를 함께 썼던 사람이 많은 지역(오른쪽).


(베스트셀러 ‘신호와 소음’의 저자이자, FiveThirtyEight이라는 여론조사 사이트를 운영하는) 네이트 실버는 공화당 경선 초기에 트럼프는 당선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선이 진행되면서 트럼프가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음이 점점 더 명확해지자, 네이트 실버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를 다시 점검했다. (중략)

 

네이트 실버는 트럼프가 좋은 성적을 내는 지역이 이상한 분포를 그리고 있음을 발견했다. 트럼프는 남부는 물론이고 북동부와 중서부에서도 선전했다. (중략) 네이트 실버는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의 지지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요소가 내가 발견했던 기준, 즉 인종차별이라는 점을 알아차렸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은 ‘깜둥이’라는 구글 검색어가 가장 많았던 지역이었다. -책 25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데이터로 확인할 때에는 새삼 충격을 받기 마련이다. 사회는 진보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주장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났을 뿐인 셈이다. 즉 ‘샤이 지지층’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여론조사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사람들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파헤칠 용기와 능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해졌다. 구글 등 다양한 검색엔진에서 사람들이 어떤 검색어를 사용하는지, 그리고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SNS)에서 어떤 친분 관계를 맺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예전보다는 더 진실에 다가갈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마 제대로 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어진 결과는 기존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사람들의 생각을 제대로 파악해야,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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