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매년 환자 1만~2만 명이 줄기세포치료 등 첨단재생의료 치료를 받기 위해 해외로 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치료비에 체류비용까지 더하면 1인당 약 1000만 원꼴로 매년 2000억 원가량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국내에서 첨단재생의료는 치료가 아닌 연구 목적으로만 허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원정치료를 가지 않고 국내서도 합법적으로 첨단재생의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다. 제한적이지만 중대·희귀·난치 환자에게 임상 연구개발 중인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서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와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승인받은 치료계획은 0건이었다. 9월에야 처음으로 치료계획 신청 2건을 심의위원회가 심의했는데, 치료 유효성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 부적합 결정을 받았다.
의료기관들은 현 제도 아래에서 첨단재생의료 치료계획을 승인받기 만만치 않다고 토로한다. 첨생법 제12조의2 2항은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가 사전에 완료된 경우에만 첨단재생의료 치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약사법에 따라 국내외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받아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를 활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시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승인받고 그 결과를 확보하는 데에 시간과 비용의 추가 투입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 때문에 재생의료업계에서는 첨단재생의료의 위험도를 조정해 치료 기회를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람의 생명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잘 알려져 있고 그 위험도가 적은 ‘저위험’ 치료의 경우 임상연구가 없이도 심의위원회에 치료계획을 신청한 뒤 치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첨생법 개정안을 통해 치료가 가능해진 중대·희귀·난치 질환에서는 저위험으로 분류돼 치료가 가능한 영역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사람의 생명 및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중위험’ 치료, 또는 사람의 생명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하거나 그 위험도가 큰 ‘고위험’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환자의 자가세포를 배양·증식해 다시 본인에게 투여하는 것도 중위험으로 분류한 탓에 치료기회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첨단바이오의약품 임상 및 인허가 전문 컨설팅 기업 메드비아의 권주하 대표는 지난 9월 30일 ‘코리아 라이프 사이언스 위크2025’에서 열린 ‘첨단재생의료 발전전략 국제포럼’에 나와 “첨단재생의료의 위험도는 충분한 연구자료, 안전성, 치료사례가 축적된 경우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고위험에서 중위험으로 낮추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일본 사례처럼 중위험에서 저위험으로 전환하면 임상시험 없이 바로 치료로 진입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국내 재생의료 분야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업과 의료기관으로 구성된 CARM(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보건복지부와 소통하며 규제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올 4월부터 10월까지 상업용 임상시험 결과가 있는 경우에도 첨단재생의료 치료계획을 신청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됐다. 백창욱 CARM 사무총장은 “정부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해준 것을 환영하며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신청받은 건들을 검토하며 사업자 선정을 진행 중이다”고 답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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