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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국내총소득 줄었다고 울 필요 없다

수출 비중 큰 한국, 유가 상승·무역손익 마이너스일 때 체감경기 더 좋아

2018.07.30(Mon) 09:43:39

[비즈한국] 최근 발표된 2018년 2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 수준이었다. 2018년 1분기와 비교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7% 성장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2.9% 성장했으니 견실한 편이었다. 그런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기 대비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년동기 대비 성장했으나 국내총소득은 감소했다. 사진은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여기서 개념을 조금 정리하자면 국내총생산이란 정해진 기간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의 총합을 의미한다. 반면 국내총소득은 국내총생산에서 교역조건의 변화로 발생한 무역손익을 반영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수출물가는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해외에서 수입되는 물가가 급등했다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재화로 다른 나라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을 지불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마이너스(-)의 무역손익을 기록할 것이며, 국내총생산이 국내총소득보다 커진다. 반대로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해 무역손익이 플러스(+)의 값을 기록하면 국내총소득이 국내총생산보다 커질 것이다. 

 

아래의 그래프는 이런 관계를 보여주는데, 국내총생산과 국내총소득이 대체로 비슷하게 움직이지만 국내총소득의 변동이 매우 큰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자료=한국은행


다음 순서로 지난 2분기 국내총소득의 부진(전기 대비 -0.8%)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자. 자세히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국내총소득과 국제유가의 관계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간단하게 말해, 유가가 상승할 때에는 국내총소득이 부진하고 반대로 유가가 급락할 때에는 국내총소득이 개선된다. 

 

자료=한국은행·미 세인트루이스 연준


이 관계만 보면 ‘유가가 하락하고 국내총소득이 증가할 때’ 경제에 이로운 일이 많이 생길 것처럼 보인다(물론 지금은 그 반대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총소득이 감소했다). 그러나 세상 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 

 

왜냐하면 국제유가가 급락할 때 한국 경제도 큰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한국의 취업자 수 변화와 국제유가의 관계를 보면, 놀랍게도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이유는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 상당수가 유가가 상승할 때 호황을 누리는 데 있다. 한국 수출의 약 22%를 차지하는 석유·화학산업, 그리고 7% 전후의 비중을 차지하는 조선산업 모두 유가가 상승할 때 경영 여건이 개선된다. 가장 단적인 예가 2014년으로, 국제유가가 100달러 수준에서 40달러 이하로 떨어진 다음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조선사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자료=한국은행·통계청

 

둘째 이유는 유가의 변화 원인에 있다. 주요 산유국을 둘러싼 전쟁이나 혁명 같은 외부 충격이 없는 가운데 유가가 상승했다면, 이는 수요 측 요인에 의해 유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원자재 먹는 하마’ 중국의 수입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연비가 나쁜 자동차들이 잘 팔리면서 선진국의 휘발유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유가의 상승을 유발할 글로벌 수요의 증가는 한국 경제에, 특히 취업자의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보자. 국내총생산과 국내총소득의 변화 방향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는 데, 이는 대부분 국제유가의 변화에 따른 무역손익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무역손익이 마이너스(-)를,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는 경우에는 무역손익이 플러스(+)를 기록한다. 

 

이론적으로 보면 무역손익이 플러스를 기록하며 국내총소득이 국내총생산보다 커질 때 경기가 좋아질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오히려 유가가 상승하며 무역손익이 마이너스의 값을 기록할 때가 체감경기는 더 좋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유가 상승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 산업이 국내에 다수 존재하는 데다, 국제유가 상승의 원인이 세계적인 수요 증가라면 이는 한국 경제에도 꽤 호재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유가의 변화에 따라 크게 널뛰는, 그리고 국내 취업자의 변화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국내총소득(GDI)보다는 국내총생산(GDP)이 훨씬 더 유용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자료=한국은행·통계청


위의 그래프는 취업자 수의 변화와 국내총생산 변화율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두 변수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총생산이 늘어나면 취업자도 증가하며, 반대로 국내총생산의 탄력이 둔화되면 취업자 수의 증가세도 꺾일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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