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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증권-정몽구재단 151억 원 '집안싸움' 장기전 되나

미국 리조트 투자 무산돼 손배소, 1심 재단 일부승소 후 양측 모두 항소…현대차증권 등 기관투자자들, 주관사에도 소송

2025.08.25(Mon) 17:45:59

[비즈한국]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현대차증권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투자를 둘러싼 151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쌍방 항소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4년 만에 나온 1심에서는 법원이 현대차증권의 설명 의무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일부 인정해 재단에 약 9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양측이 1심 판결에 불복하면서 그룹 내 법적 공방은 장기전으로 가게 됐다.

 

현대차증권과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151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의 2심에 돌입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현대차증권이 미국 리조트 투자를 둘러싼 소송에서 양측 모두 항소에 나서면서, 소송이 장기전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정몽구 재단과 현대차증권의 손해배상 소송 2심은 8월 22일 서울고등법원 제14-1민사부에 접수됐다.

 

7월 18일 ​​정몽구 재단은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재단은 151억 900만 원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현대차증권이 정몽구 재단에 90억 6540만 원을 배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소송비용의 40%는 재단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들 ‘집안싸움’은 2019년 미국의 대규모 복합 리조트 시설인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의 개발 무산에서 비롯됐다. 정몽구 재단은 매년 현대차증권에 투자일임 계약을 맺고 자산을 운용해왔다. 2018년 11월 현대차증권은 재단 측에 리조트 개발 사업 펀드의 설명서를 보내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설명서를 본 재단은 동의서를 보냈고, 현대차증권은 2019년 1월 리조트 개발 사업을 위해 조성한 펀드에 재단이 일임한 재산 중 158억 7700만 원을 투입했다.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는 카지노·호텔 등을 포함한 68층 규모의 복합 리조트를 짓는 것이 목표로, 총사업비가 3조 원에 달했다. JP모건,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외 기관을 통해 3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다.

 

하지만 갑작스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네바다주 정부가 2020년 3월 라스베이거스 사업장 폐쇄를 선언하면서 리조트 개발 공사는 중단됐다. 2020년 11월 시행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DIL(선순위 투자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양도해 상환을 면하는 것) 조항에 따라 선순위 기관에 리조트 소유권이 넘어갔다. 2021년 3월경 정몽구 재단이 투자한 158억 7700만 원 중 151억 900만 원은 손실로 처리됐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2018년 현대차증권을 통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펀드에 투자했으나 투자금 약 151억 원을 잃었다. 사진=최준필 기자


투자금 대부분을 날린 재단은 2021년 11월 현대차증권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단 측은 “증권사가 메자닌 대출(중·후순위 대출, 원금 손실 가능) 펀드에 투자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투자 구조, 손실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낮은 LTV(담보인정비율)로 유사시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증권사의 기망행위로 인한 착오를 이유로 재단은 2023년 12월 일임계약을 취소하고, 손실액 151억 9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현대차증권은 회사가 파악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 위험요소를 모두 설명했고, 재단이 여러 차례 해외 대체투자를 한 경험이 있어 펀드의 위험성을 알았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재단의 투자 목적·경험·위험 선호도 등을 파악해 투자 일임계약을 맺었고, 이후 내부 위원회 검토와 승인을 거쳐 투자 동의를 받았으니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현대차증권이 설명의무를 위반해 정몽구 재단에 손해를 끼친 점을 인정했다. 재단에 투자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증권사가 대출 담보에 대해 잘못 설명했고,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증권이 제시한 투자 설명서에 원금 손실위험이나 해외 투자 위험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재단이 펀드의 정확한 정보를 알았다면 투자를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정몽구 재단이 주장하는 기망행위, 착오 등 일임계약의 취소 사유는 인정하지 않았다. 현대차증권도 손해를 본 당사자라는 점에서 고의성이 부족해 기망행위로 보기 어렵고, 투자 승인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항소에 관해 ​현대차증권은 “일반 투자자 지위를 인정한다고 해도 과실 비율에 이견이 있어 항소했다”며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답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증권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은 리조트 투자를 주관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에 920억 원 규모의 부당이득금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대차증권 등은 “두 증권사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DIL 조항의 존재나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고, 채무 불이행이 발생해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것처럼 설명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5월 15일 1심에서 법원이 미래에셋과 NH증권의 손을 들면서, 기관투자자들은 항소에 나섰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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