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부토건이 최근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건희 여사 측근들은 삼부토건을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에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주가 상승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부토건은 특검 수사와 별개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으나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재건 사업 참여 가능성은 장담하기 어렵다.

삼부토건은 2022년 6월 디와이디, 유라시아경제인협회 등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복구 재건 사업 관련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디와이디는 삼부토건의 모회사다. 삼부토건과 디와이디는 MOU를 통해 △사업 추진 제반 플랫폼 구축 △상대국 협력 기관·기업 선정 △원만한 사업 수행, 이익 송금 보장 위한 법률적 자문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유라시아경제인협회는 전체 사업을 추진하고 실행하면서 △마스터플랜 중 디와이디에 대한 상세 마스터플랜 작성 △현지 법인 설립 및 현지 업체 협력 공동 사업 추진 △현지 답사 등 사업 추진 준비 등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라시아경제인협회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표성이 있는 단체가 아니다. 다만 유라시아경제인협회의 활동이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다. 유라시아경제인협회는 포럼이나 네트워킹 행사를 통해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유라시아경제인협회와 삼부토건 등이 최근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태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유라시아경제인협회는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을 개최했다. 삼부토건 관계자도 이 포럼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코노토프시와 재건사업 관련 포괄적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했다. 이 포럼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윤석열 정부 인사도 참석했다. 원 전 장관은 공식 초청장 없이 포럼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연결된 것도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한 대화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라고 언급했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받는 인물로 김건희 여사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윤석열 정부가 삼부토건을 테마주에 편입시켜 주가 상승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김건희 특검팀은 8일 양용호 유라시아경제인협회장, 신규철 전 삼부토건 경영본부장 등을 소환해 삼부토건 주가조작 관련 의혹을 조사했다. 이종호 전 대표는 ‘삼부’가 삼부토건이 아닌 골프장 야간운영 시간인 ‘3부’를 의미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종전되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유라시아경제인협회가 재건 사업을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유라시아경제인협회는 지난해부터 이렇다 할 활동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삼부토건 스스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나서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올해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해외에서 그간 큰 존재감을 보였던 것도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삼부토건의 매출은 2263억 원이었다. 이 중 해외사업에서 발생한 매출은 2.76%인 62억 원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해외사업 매출이 아예 없었다. 특검이 삼부토건 수사를 진행함에 따라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노리는 건설사가 삼부토건만 있는 것도 아니다. 포스코홀딩스는 2023년 10월 우크라이나 의원단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현대건설도 2023년 11월 우크라이나 키이우 보리스필 수도공항공사, ‘보리스필 수도공항 인프라 확장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나 현대건설은 삼부토건에 비하면 재무가 안정돼 있고 해외 활동도 비교적 활발하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삼부토건보다는 대기업 계열 건설사와 손을 잡아야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수주에 실패하면 재무나 실적 개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삼부토건은 연이은 혼란한 상황 속에 최근 실적이 급락했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2045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466억 원으로 77.24% 감소했다. 지난해 112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596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자본총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마이너스(-) 720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 추세대로라면 외부 도움 없이 삼부토건의 자생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삼부토건의 모회사 디와이디는 삼부토건과 선을 그었다. 디와이디는 2월 삼부토건이 기업회생을 신청할 당시 “건설 사업을 완전히 정리해 삼부토건과의 회계적인 특수관계자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즈한국은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삼부토건에 연락을 취했지만 삼부토건 관계자는 “현재 언론 대응을 담당하는 사람이 없다”고만 답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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