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엄벌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민주당이 재계 반발에도 일명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면서 기업의 법률자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부터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산재 관련해 기업 리스크를 최소화할 대응 방법을 묻는 질의가 쇄도하고 있다. 재계가 비상에 걸린 분위기라는 평이다.

#포스코이앤씨는 경찰·고용노동부 강제 수사 착수
지난 19일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함안-울산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는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여 숨진 사고 관련, 포스코이앤씨 인천 송도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경찰과 노동부 조사관 50여 명이 투입돼 공사시공·안전관리 등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 이미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현장 소장 등 2명이 입건된 상황이다.
고용부는 지난 12일에도 포스코이앤씨의 광명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미얀마 노동자 사망사고(감전 추정)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안양지청, 경기남부경찰청과 협력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미 올해에만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1월),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4월),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고(4월), 고속국도 14호선 함양~창녕 건설공사 제10공구 천공기 끼임 사고(7월) 등 네 차례 사망사고가 발생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인 질타를 받았다. 이에 정희민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모든 사업 현장의 공사를 임시 중단했다.
대통령 질타 직후 수사가 잇따르자 다른 건설사들도 ‘저자세’ 모드에 들어갔다. 산재사고가 건설업계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셈이다. 지난 8일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가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그물망 해체 작업 도중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한 DL건설은 이에 책임을 지고 강윤호 DL건설 대표이사와 하정민 최고안전책임자(CSO) 비롯, 팀장과 현장 소장까지 일괄 사표를 냈다.
#중소기업, 사전 리스크 관리도 쉽지 않아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건설업계를 포함, 재계가 비상에 걸렸다.
노란봉투법에 적시된 사용자성과 쟁의범위 등이 불확실성을 내포한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유예 기간 6개월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노란봉투법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정부 가이드라인도 없는 터라, 하청업체를 많이 둔 주요 제조·건설사들은 대형 로펌의 법률 자문을 찾아나섰다. 기존 인사·노무 시스템으로는 달라진 법에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들은 기존에 자문하던 기업들은 물론 신규 중견 기업들에서도 자문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한 대형 로펌 노동 관련 전문 변호사는 “하도급 시스템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자사 사업 구조가 법률적 리스크에 노출된 것은 아닌지 묻는 경우가 하루에도 한 건 이상은 있는 것 같다”며 “평균적으로 20~30% 이상 자문 요청이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장 출신의 중소형 로펌 대표 변호사 역시 “대기업들은 대형 로펌을 찾지만, 지역 중심으로 사업하는 건설사나 중견급 제조사들은 소개를 통해 자문을 받고 싶다고 연락해온다”며 “정부와 민주당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기업들이 로펌을 많이 찾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발맞춰 대형 로펌도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섰다. 주요 로펌들은 이미 노란봉투법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기업 법률 자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팀 또는 TF를 선제적으로 출범시켰다. 율촌과 세종은 노란봉투법 대응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김앤장·광장·태평양 등도 노동 전문 조직을 확대하거나 기업들을 상대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앞선 중소 로펌 대표 변호사는 “자문을 통해 인연을 맺고 굵직한 사건이나 사안이 발생하면 비용을 제대로 청구하는 방식이 대형 로펌들의 접근법인데, 산업재해와 노사 갈등은 어느 기업들이나 노출될 수밖에 없는 리스크이다 보니 로펌들 모두 ‘고객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라면서도 “일정 매출 이상 올리는 기업들이야 로펌을 찾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들은 사전 리스크 관리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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