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건설업계 정비사업 수주고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 지침에 반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양대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수주전이 예고됐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사업장에서는 지난 6월 삼성물산이 조합 입찰 지침에 반발해 불참을 선언했고, 최근에는 강북권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재개발사업장에서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조합 입찰 지침에 항의하며 재검토를 요청하고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성수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 지침을 재검토해달라는 공문을 조합에 발송했다. 조합이 입찰 지침을 과도하게 제한해 기존에 준비한 설계나 사업 조건으로 응찰할 수 없게 됐다는 취지다. 앞서 조합은 5일 이사회, 20일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21일 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그간 이 사업에는 현대건설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입찰에 관심을 드러내 수주전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두 회사가 지적한 조합 입찰 지침은 대부분 금지 사항이다. 현대건설은 △조합원 로열층 우선 분양 금지 △입주 시 프리미엄 보장 금지 △조합원 분양가 할인 금지 △금융 조건 제한 △입찰자격 무효 및 자격 박탈 △조합의 제안 조건 유·무효 결정 △책임 준공 의무 강제 지침 등을 문제 삼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원 담보가치 이내로 이주비 제한 △대안설계 제안 금지 △분담금 완화 등을 위한 사업 조건 불가 △조합원 한강뷰 로얄층 배정 금지 △입주 시 프리미엄 보장 금지 △입찰 안내서와 제안서 상충 시 조합 임의 결정 지침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현대건설은 “이 지침들은 과도한 제한으로 각 사 역량을 모두 발휘한 사업제안을 제출할 수 없어 입찰 변별력을 확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반 경쟁 입찰 취지를 무색하게 해 다수 시공자들의 입찰 참여를 저지하는 독소 조항들로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사업제안을 준비하던 당사로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실정”이라며 “(입찰 지침) 재검토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조합원에게 각종 제안 금지·제공 금지·제시 불가능 등 입찰 제약사항에 대해서 당사가 준비 중인 최고의 설계 및 사업 조건에 부합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상황”이라며 “성수1지구 조합의 입찰계획서(안)은 향후 공사비 증액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바, 입찰 참여자의 다양한 사업 조건과 설계가 반영될 수 있도록 입찰안내서 수정·검토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성수1구역 재개발사업은 강북권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힌다. 이 사업은 서울 성동구 성수1가 72-10번지 일대 노후 주택을 허물고 지상 최고 69층 아파트 17개동(3014세대)를 짓는 정비사업이다. 남쪽으로는 한강, 북쪽으로는 서울숲이 인접해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고, 속도도 빨라 시공자는 일대 선점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조합이 제시한 예정 공사비는 2조 1540억 원, 입찰보증금은 1000억 원에 달한다.
대형 건설사가 정비사업장 시공자 선정 입찰 지침에 반발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압구정2구역 수주에 큰 관심을 드러내던 삼성물산은 조합이 시공자 선정 입찰 공고를 낸 직후인 지난 6월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합이 △대안설계 범위 대폭 제한하고 △모든 금리를 CD+가산금리 형태로만 제시하도록 하는 한편 △이주비 LTV 100% 이상 제안 불가 △추가이주비 금리 제안 불가 △기타 금융기법 활용 제안 불가 등 이례적인 입찰 지침을 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시공사 선정은 현대건설 단독 응찰로 두 차례 유찰됐다.
삼성물산은 당시 “압구정2구역을 전략사업장으로 선정하고 조합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아파트 단지, 세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건립하기 위해 글로벌 건축디자이너, 금융사 협업 등 적극적으로 입찰 참여를 준비해왔다”면서 "하지만 조합의 입찰조건을 검토한 결과 이례적인 대안설계 및 금융조건 제한으로 인해 당사가 준비한 사항들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자 선정 입찰 제안서에 100%를 담고 싶은 건설사에게 80%만 제안하라는 식의 입찰 지침은 건설사가 반발할 수밖에 없다. 특정 회사의 강점을 드러낼 수 없게 하는 것은 다른 회사의 강점을 상대적으로 부각하는 일이다. 이는 일반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는 도시정비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금지 행위가 아니라면 건설사가 자유롭게 시공과 관련한 제안을 하도록 하고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도록 조합이 입찰 지침을 유연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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