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부동산 인사이트] 공급으로 정책 전환할까…이재명 정부 다음 스텝은?

3기 신도시 속도전·도심 3만 5000호·LH 직시행 전환…세제 보완·개발이익 환수도 병행

2025.08.25(Mon) 11:14:09

[비즈한국]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지난주 부동산전문가 5명과 비공식 자문회의를 주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통상 국토부의 비공식 자문회의는 과장급에서 진행됐지만,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1차관이 직접 나선 것은 처음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회의에 시장에서 ‘폭락론자’로 불리는 전문가들도 포함돼 있었으며, 현 정부 정책에 반하는 내용도 가감 없이 논의됐다는 것이다.

 

이는 8월 말에서 9월 초 발표 예정인 부동산 공급대책이 단순한 물량 공급을 넘어서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집값 잡는 데 세금을 쓰지 않는다는 건 오산”이라고 밝힌 것 역시 이재명 정부가 필요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8월 말에서 9월 초 발표될 부동산 대책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 철학과 실용주의가 만나는 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6·27 대책을 ‘부분 치료제’라고 평가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대책 시행 후 부동산 시장은 급속히 냉각됐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43%에서 0.16%로 62.8% 둔화됐고, 거래량은 75.5%, 거래금액은 78.3% 급감했다. 강남 3구의 거래량도 59.6% 감소하며 과열 양상이 진정됐다.

 

하지만 이는 수요 억제에 의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박합수 건국대 교수는 “애초에 10억~20억 원대 아파트를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 이상 받을 필요가 없는 현금 부자들은 이번 대출규제의 영향권 밖에 있다”며 “가격이 내려가는지 관망하다 때가 됐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은 잠재된 수요가 관망 중인 상태다. 공급 대책이 실효성 있게 나오지 않으면 하반기에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공급대책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발표한 3기 신도시는 총 6개 지구에 18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했지만, 7년 지난 현재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김윤덕 장관이 “3기 신도시를 속도감 있게, 짜임새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이재명 정부가 기존 계획을 전면 재점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남양주 왕숙지구(6만 6000호), 하남 교산지구(3만 2000호) 등 대규모 개발사업의 추진 속도를 높이고, 지연되고 있는 과천지구(7000호)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성수동 경찰기마대 부지, 광명세무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등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해 신규 공공주택 1만 5000호를 공급하고, 2035년까지 계획된 2만 호를 앞당겨 총 3만 5000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도심 내 저렴한 주택 공급을 통해 실수요자의 주거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서울 도심에서 공공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은 통근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실질적인 주거비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공택지 가격에 일정한 이익을 붙여서 민간에 파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며 “엉터리 가짜 건설사를 잔뜩 만들어 입찰이 몇 백 대 일이 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LH의 사업구조 전면 개편을 예고한다.

 

현재 LH는 공공택지를 조성한 후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는 구조를 유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벌떼 입찰’과 ‘로또 분양’ 문제가 발생했다. 건설업체들이 계열사와 페이퍼컴퍼니를 총동원해 토지를 확보한 후 주력 건설사에 사업권을 넘기는 행태가 반복됐고, 이는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LH가 앞으로 택지 조성, 개발, 시행을 모두 담당하고 민간 건설사에는 단순 시공만 맡기는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공공분양과 공공분양 민간참여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분양가 안정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LH의 재정 부담 증가라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현재 LH는 택지 매각을 통해 얻는 수익으로 공공주택 조성 적자를 상쇄하는 ‘교차보전’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구조가 변경되면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상경 1차관은 ‘개발이익 환수’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인물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재건축을 통해 과도한 이익을 누리는 것은 사회 공공을 위해 환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재초환이 실제 부과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현재 재초환 부과 대상은 전국 58개 단지로, 조합원 1인당 평균 예상 부담금이 1억 328만 원에 달한다. 강남권 일부 단지는 4억 5000만 원에 이르는 곳도 있어 재건축 조합들의 우려가 크다.

 

김윤덕 장관이 “재건축 사업에서 용적률 상향을 통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공공임대 비율을 높이거나 공공성 강화 조건을 붙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업성 확보와 공공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지만, 민간의 참여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용적률을 높여줬지만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을 공공이 가져간다면 민간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현재 8%에서 2030년까지 1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공적주택 110만 호를 공급할 계획이지만, 현실적 제약이 만만치 않다.

 

공공임대주택은 구조적으로 손실이 불가피한 사업이다. LH의 손실보전사업 매출은 11조 원으로 전체 매출의 70.7%를 차지하지만, 영업이익률은 –6.9%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공공임대 확대는 이러한 적자 규모를 더욱 키울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2차 공모에서 전국 14개 지역에 1만 842가구가 선정됐는데, 이는 1차 공모(4102가구)의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민간이 토지를 확보하고 리츠가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금리 상황에서도 건설사는 저렴한 이율로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어 민간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집값 잡는 데 세금을 쓰지 않는다는 건 오산”이라고 밝힌 것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중요한 변곡점이다. 이 대통령의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는 공약이 사실상 수정된 것이다.

 

공급대책만으로는 단기간에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기 신도시나 유휴부지 개발은 실제 주택이 공급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반면, 시장의 기대심리와 투기 수요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보유세 강화, 양도소득세 중과, 취득세 조정 등의 세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8월 말에서 9월 초 발표될 부동산 대책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 철학과 실용주의가 만나는 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필요시에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실용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핵심은 공급 확대를 통한 근본적 해결이다. 3기 신도시 속도 개선, 유휴 국유지 활용, LH 사업구조 개편 등을 통해 실질적인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1차 목표다. 하지만 이러한 공급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세제 정책 등 보완책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경 1차관의 이례적인 전문가 자문회의는 정부가 균형 잡힌 정책 결정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다. ‘폭락론자’까지 포함한 전문가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었다는 것은 정책의 현실성과 실효성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공급대책은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공급 확대라는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면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 여지를 남겨둔 것은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몇 주 후 발표될 정책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3기 신도시 추진 방식의 변화, 재건축 규제 완화의 범위와 조건, 공공임대 확대 방안의 현실성 등이 시장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부동산 인사이트] 위례신도시, 강남권 마지막 프런티어
· [부동산 인사이트] 다주택자 규제 시대, 아파트 투자자의 생존 전략
· [부동산 인사이트] 강남·서초·송파 '증여' 2배 이상 증가…트렌드로 자리 잡나
· [부동산 인사이트] 월세 비중 61.6% 사상 최고…월세 시대 투자 전략
· [부동산 인사이트] 역사는 반복된다…부동산 정책의 끝없는 배신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