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술이 곧 돈인 시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제약바이오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기술 확보를 위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원천기술 특허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마주한 특허 현실과 향후 과제는 무엇일까.
인투셀이 중국 바이오기업의 선행 특허 출원 사실이 알려지면서 에이비엘바이오로의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 지난 5월 23일 코스닥 상장 전 선행 특허 출원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고 상장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조사를 받았다. 인투셀 상장 시점과 맞물려 특허 논란이 더 부각됐는데, 업계 일각에서는 선행 특허 출원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흔히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출원 후 1년 6개월 ‘블랙박스’…바이오벤처에 치명적 리스크
특허를 출원하면 출원일로부터 1년 6개월간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 이외에는 내용을 알 수 없다. 바이오기업 특허전문 법무법인 소속 A 변리사는 “기술 개발을 할 때는 유사한 것들이 한꺼번에 개발되다 보니까 비슷한 시기 특허 출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기업은 특허 출원 전 자사의 기술이 신규성과 진보성을 갖춰 특허 등록이 가능한지를 파악하기 위한 ‘선행기술조사’를 한다. 또 기술의 사업화를 추진하기 앞서 자사의 기술을 제품이나 서비스로 출시했을 때 제3자의 특허권을 침해해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하는 ‘특허 침해분석(FTO)’ 절차를 밟는다.
자사가 출원하려는 특허와 유사한 특허가 언제 출원됐는지 모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어려움이 있다. 선행기술조사는 건당 수백만 원, FTO는 건당 수천만~수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 비용 조달도 빠듯한 바이오벤처가 주기적으로 특허 선행기술조사와 FTO를 하기는 비용 부담이 크다.
A 변리사는 “상장 전 거래소가 지정하는 평가기관에서 상장평가를 하는데 총 2000만~2500만 원이 소요된다. 특허 평가 담당자에게 할당되는 비용은 이보다 적을 수밖에 없어 애초에 특허 평가 자체가 힘들다”면서 “벤처들도 주기적으로 확인하려면 비용 문제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수많은 특허가 쏟아지는데 특허 충돌을 피하려면 많은 데이터를 리뷰해야 한다. 일반 벤처기업이 모든 특허를 검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만큼 정부 과제를 통해 벤처들에 바우처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특허 매핑 비용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특허청 조직 개편·‘특허로 R&D’ 등 운영
바이오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바이오 분야 특허 출원 수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생명공학+헬스케어) 분야 특허 출원 건수는 2023년 1만 7845건으로 2019년 1만 3034건보다 37% 늘었다. 연평균 8.2% 증가한 것으로, 이 기간 전체 특허 출원 건수 증가율 2.3%보다 3배 이상 높다.

정부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특허 출원 및 등록, 관리 등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에 나섰다.
특허청은 지난 3월 기존 바이오헬스케어심사과를 개편해 바이오의약심사팀·바이오진단분석심사팀 등 총 4개의 바이오 심사과를 신설하는 등 바이오 분야 특허 전담조직을 강화했다. 기존 18.9개월 걸리던 심사처리 기간을 우선심사를 적용했을 때 2개월로 단축할 수 있도록 민간 출신 심사관 35명을 신규 채용해 총 120명의 바이오 분야 심사관을 확보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조직도 개편한 데다 민간 출신 심사관이 특허심사 업무에 완전히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해 당장 기대하는 만큼 기간을 줄일 수 없겠지만 숙련도 및 전문도가 높아진다면 특허 심사처리 기간을 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허청은 효율적 연구개발 및 기술 보호를 위한 IP(지식재산) 기반 ‘특허로 R&D’ 전략지원 사업과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의 지식재산권 전략전문가(PM)와 지식재산권 분석전문기관 전담팀을 구성해 기존 출원한 특허 보강전략은 물론 신규 IP 창출전략 수립, 특허 무력화·회피전략 수립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허로 R&D는 제약바이오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매년 기업 500여 곳을 선정해 300억~4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중소·중견기업 485곳에 331억 원을 투입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바이오기업만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과제에 선정되는 등 자격요건만 갖춘다면 특허로 R&D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서 “매년 예산이 달라져 지원받는 기업 수는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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