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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5G 앞둔 통신 3사 "설마 화웨이와?"

보안 논란에 외교, 정치적 배경까지 복합적 영향…이르면 내주 결과 발표

2018.09.07(Fri) 17:39:51

[비즈한국] 국내 이동통신사가 ‘최초’의 딜레마에 빠졌다.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위해선 당장 통신망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데, 장비 선정을 두고 장고에 빠졌다. 쟁점은 중국 화웨이 장비 도입 여부다. 관련 업체 가운데 가장 경쟁력이 높지만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보안 논란에 외교, 정치적 배경까지 작용하면서 결정이 쉽지 않다.

 

이동통신,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통신망 장비 공급사를 두고 막판 저울질 중이다. 늦어도 이달 말까지 업체를 선정하는 게 목표다. 내년 3월을 목표로 한 5G 서비스 상용화 일정을 맞추려면 10월부터 통신망 구축 작업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망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기간은 약 6개월이다. 

 

통신 3사는 지난 6월부터 삼성전자와 노키아(핀란드)·에릭슨(스웨덴)·화웨이를 상대로 5G 장비 선정 심사를 진행 중이다. 성능과 가격 등에 대한 검증은 최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 이르면 내주 늦어도 이달 중 계약을 맺고 발표만 남았다.

 

5G 통신망 장비 선정을 두고 이통3사의 고민이 깊다. 사진은 LG유플러스 5G 시연회. 사진=고성준 기자


# 이통사, 5G 장비 선정 두고 고민만 깊어져

 

이통사들은 통상 3~4개 장비업체를 선정한다.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여러 업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국내 LTE(4G) 통신장비 시장은 삼성전자가 4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에릭슨과 노키아는 각각 20%, 화웨이가 10%로 뒤를 잇는다. 통신사들은 지역별 권역을 나눠 업체별 장비를 선정했다. SK텔레콤과 KT는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 장비를 도입했고, LG유플러스는 3개 업체에 화웨이 장비를 추가로 도입해 총 4개 업체 제품을 선정했다.

 

5G 상용화 초기엔 새 장비가 기존 LTE장비와의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통신망이 LTE와 5G를 연결하는 NSA(논스탠드얼론) 형태로 구축돼서다. 따라서 기존 LTE 장비 공급업체가 만든 5G 장비를 도입하는 게 통신사로선 최선의 선택이다. 장비 호환과 관리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업체가 바뀌면 그만큼 구축비용과 시간이 늘어난다.

 

최종 선택은 쉽지 않다. 후발 주자였던 화웨이가 급격히 세를 불려 5G에선 가격과 품질 모두 세계 최고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현재 세계 무선 네트워크 장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중국, 유럽, 중동, 남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영향력은 여전히 확대 중이다. 동급 장비를 경쟁업체보다 20~30%가량 싸게 공급하고 있고, 일부 기술은 경쟁 업체를 뛰어 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발 속도와 안정성 검증 등도 다른 업체 보다 1분기 이상 빠르다. 

 

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노키아, 에릭슨은 아직 5G 장비 개발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통신 장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10월, 에릭슨은 12월은 돼야 개발이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장비 업계 관계자는 “앞서 삼성전자와 노키아, 에릭슨이 5G 장비 시연은 했지만 안정성 측면에서 통신사들 눈높이에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LTE부터 화웨이 장비를 쓴 LG유플러스는 5G 장비 역시 화웨이 제품을 또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SK텔레콤과 KT다.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았던 두 업체는 5G 장비 도입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과 기술력만 보면 화웨이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실제 상용서비스에선 서비스 호환성과 안정성이 중요해 기존 장비를 쉽게 교체할 수도 없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만약 SK텔레콤과 KT가 화웨이 장비를 설치하면 호환성을 위해 기존 LTE 장비도 바꿔야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화웨이 장비가 경쟁 업체 제품보다 저렴한 만큼 큰 손실이 나진 않는다. 아주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 보안 논란과 '세계 최초'의 상징성

 

두 업체가 고민하는 이유는 또 있다.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화웨이 보안 논란’이다. 일명 백도어라는 통신 내역의 해외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도어는 인증 없이 컴퓨터 시스템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장치를 뜻한다. 감청 등을 목적으로 설계자가 시스템 보안을 뚫는 것이다. 하나의 통신 기능이라 통신사가 장비 업데이트 과정에서 백도어가 추가 됐는지 매번 보안성 검증을 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

 

미국에선 2012년 화웨이의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의회 보고서가 나온 이후 사실상 미국 통신장비 시장에서 배제됐다. LG유플러스가 서울에 화웨이 LTE 장비를 설치할 때도 미군 부대가 위치한 지역은 우회했다. 

 

호주 정부도 최근 5G 사업에 화웨이의 참가를 금지했고, 일본은 3위 사업자 소프트뱅크만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1, 2위 업체인 도코모와 KDDI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도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업체들을 정보시스템 사업에서 배제하는 방향으로 입찰 참가 기준을 엄격하게 바꾼다는 관측도 나왔다.

 

세계 최초 5G 시장이라는 점도 통신사들이 선택에 신중한 이유다.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한국 5G망 구축에만 약 20조 원 이상이 비용이 들어갈 전망인데, 세계 최초 5G 통신장비를 납품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장비업체 입장에선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가격과 기술만 보고 화웨이를 선정하면,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를 이루고도 화웨이 배만 채워준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밀릴 경우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앞으로 세계 5G 시장에서 입을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는 “통신사가 결정할 일”이라며 공을 업체에 넘겼지만, 신중히 선택해달라는 취지의 주문을 에둘러 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하지만 5G는 결국 서비스다. 이를 구현하는 단말기나 장비 등은 우리 산업이다. 세계 최초하는데 의미가 희석되면 의미 없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이 발언을 “5G 상용화에 우리나라 기술과 장비가 사용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세계적으로 번진 화웨이 보안 문제는 앞으로 확대될 5G 경쟁이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안 논란은 표면적일 뿐, 주요국들이 중국의 5G시장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더 크다는 얘기다. 5G가 상용화되면 데이터 전송 시간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100만 개의 기기가 동시 접속할 수 있어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스마트공장 등 신산업 등장의 핵심이 된다.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막대하다.  

 

화웨이 보안 문제가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은 점도 이 주장에 힘을 싣는다. 가장 먼저 보안 의혹을 제기한 미국도 아직까지 특별한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화웨이 장비는 미국의 문제 제기 이후에도 세를 불려 현재 세계 135개국, 288개 사업자가 사용 중이다. 보안 문제가 있었다면 이 정도 시장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기업이었던 데다 다른 통신사보다 상대적으로 정부의 입김이 센 KT는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은 최종 결정까지 장고를 거듭할 전망이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이 기술이 부족해 5G 상용화를 늦게 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시행착오를 먼저 보고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장비 선정부터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화웨이 장비를 설치하게 될 경우 업체별 도입 비율을 조정하는 식으로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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